‘리니지’ 시리즈로 국내 MMORPG 시장을 평정한 엔씨는 2004년부터 캐주얼게임으로 눈을 돌렸다. 배재현 전무를 중심으로 내로라하는 개발자들을 앞세워 게임포털 ‘플레이엔씨’ 런칭에 공을 들은 것. 한게임, 넷마블, 피망 등과 같은 게임포털의 중요성을 인식해서다.
엔씨는 리니지1, 2를 성공하면서 업계 1위로 도약했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위험부담이 컸다. 만약 ‘리니지2’ 흥행이 실패했으면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였다. 엔씨로서는 신작 MMORPG에 집중된 리스크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었고 그 대안으로 캐주얼게임을 선택했다.
‘카트라이더’ 등으로 승승장구하던 넥슨의 행보도 엔씨에게는 자극이 됐다. 캐주얼게임 하나만 흥행해도 MMORPG 못지 않은 매출을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엔씨 입장에서는 제작기간이 3~5년 걸리는 MMORPG의 공백을 캐주얼게임으로 메우면서 위험을 분산시킴과 동시에 새로운 수익원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엔씨의 의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플레이엔씨 플랫폼에서 선보인 ‘스매쉬스타’, ‘토이스트라이커’ 등이 서비스 1년도 안 돼 서버를 내렸다. 해마다 새로운 캐주얼게임을 내놓아도 상황은 같았다.
자체 개발작뿐만 아니라 퍼블리싱한 ‘드래고니카’, ‘포인트블랭크’도 사정은 마찬가지. 특히 ‘포인트블랭크’는 국내와 달리 인도네시아에서 국민게임으로 등극하면서 해외판권을 확보하지 못한 엔씨에게 상실감을 안겨줬다.
이 외에도 완성도를 인정받았고 마니아층을 만들었던 ‘엑스틸’도 저조한 성적 때문에 서비스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기대를 모았던 ‘스틸독’은 중간에 개발이 중단됐다. 이렇듯 캐주얼게임 실패로 인해 ‘엔씨소프트는 캐주얼게임의 무덤이다’는 오명도 생겨났다.
◆ 엔씨, 엔트리브 인수로 개발력과 흥행작 두마리 토끼 사냥
가능성 있는 개발사를 육성해 IP를 확보하던 엔씨의 전략은 엔트리브 인수로 대폭 수정됐다.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이 검증된 안전한 회사로 투자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기존 캐주얼게임 수급 방법의 오류를 수정하겠다는 의지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 하지만 프로야구단 창단 등 민감한 이슈가 발생한 엔씨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평가도 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엔씨는 프로야구구단을 창단하면서 야구게임 라인업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자체 개발할 수도 있지만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프로야구매니저’는 엔씨에게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야구구단을 가진 엔씨에게는 프로야구 라이선스에 대한 접근이 용이할 수 밖에 없다.
더불어 ‘피파온라인’, ‘마구마구’ 등 스포츠게임에 대한 국내 시장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MMORPG만 제작해 온 엔씨가 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번번히 캐주얼게임에서 실패를 맛 본 엔씨가 ‘팡야’ 등 캐주얼게임을 성공시켰고 ‘프로야구매니저’로 스포츠게임 성공을 맛 본 엔트리브를 인수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수를 한 덕에 IP 공급 뿐만 아니라 자사 MMORPG 개발자들에게 캐주얼과 스포츠게임에 대한 노하우를 전파할 수도 있다. 엔씨가 그동안 900억원을 쏟아붓고도 항상 실패해왔던 캐주얼과 스포츠 장르에 대한 성공 노하우를 배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위정헌 중앙대학교 교수는 “소규모 투자를 진행해 온 엔씨가 900억원의 빅딜을 시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과거처럼 캐주얼게임을 실패해도 괜찮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엔씨가 엔트리브 인수를 통해 캐주얼과 스포츠게임 라인업을 보강하게 되고 기술력을 전수받게 된다면 더 큰 경쟁력을 갖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