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게임의 의미와 가치를 사회문화적, 매체적, 교육공학적, 문화정 책적 접근을 통해 재 조명했다. 게임 문화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나 이해는 초보 단계 라는 점을 인식하고, 게임이 다른 문화예술 장르처럼 문화 활동의 영역으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서강대 언론정보학구 원용진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심포지엄은 문화연대 정소연 팀장 과 대구카톨릭대 언론광고학부 박근서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박태순 겸임교수가 각 발제의 발표자로 나섰다.
심포지엄은 ▲새로운 게임문화정책을 위한 제언 ▲SNS혁명과 게임 환경의 변화 ▲게 임은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게임의 사회적 가치와 게임 문화연구의 미 래를 주제로 게임문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시도됐다.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이광석 교수와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윤태진 교수, 연세대 박상우 겸임교수, 기술미학연구회 김상우 연구원은 각 발제의 토론자로 참여했다.
◆문화연대 정소연 팀장 "게임문화에 대한 이해 필요"
문화연대 정소연 팀장이 셧다운제를 포함한 각종 규제와 통제로 얼룩진 청소년 문화 에 권리가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정 팀장은 "영화, 가요, 게임 등 다양한 문화매체들의 심의 기준으로 작용하는 청소 년 보호법은 과거 국가보안법이 그러하였듯이 청소년 범죄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한다 "며 "유해매체로부터 보호한다는 이유로 새로운 국가 통제 권력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팀장은 청소년 문화는 다양한 환경적인 요인들을 근거해 사회적인 맥락을 고 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 팀장은 중복된 규제가 아닌 전문 부처의 일원화된 게임문화에 대한 학교, 사회, 가정의 통합적 접근과 청소년을 규제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놀이 문화로서 게임을 인 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심리 상담을 넘어 청소년들의 문화적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치유 프로그램과 게임의 문화적 기능을 사회적으로 알릴 수 있는 소통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문화 정책에 대한 청소년들의 참여를 확장해 강제적으로 차별적인 접근 금지와 이용 금지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이광석 교수는 "강제적 셧다운 제 운영, 선택적 셧다운제, 쿨링오프제는 이용 시간대와 접속 총량을 국가 기구들이 경쟁하듯 나서서 임의로 정책 집행과 실시한다는 점에서, 업무 혼란, 중복 규제, 효 율성 논란 등을 낳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청소년의 문화적 자기 주체성과 판단 능 력을 인정하지 않고 철저히 계도와 훈육의 대상으로 삼는 한국사회의 미성숙한 어른 들의 논리가 문제다"며 정 팀장의 의견에 일조했다.
◆대구카톨릭대학교 박근서 교수 "SNS 혁명, 게임은 미디어다"
대구카톨릭대학교 언론정보학부 박근서 교수는 SNS 혁명과 게임환경에 대해 "SNS에 의해 초래된 소통 환경의 변화는 SNG라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 등장한 것만으로 결 과하지 않다"며 "SNS의 시대는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변화들과 연결된다"고 주장 했다.
박 교수는 SNS가 가진 범위와 속도의 무제한성, 스마트폰으로 극대화된 개인성과 이 동성, SNS로부터 비롯된 새로운 소통 환경을 토대로 게임은 미디어와 콘텐츠의 경계 를 허문 미디어,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 교수는 "SNS시대의 변화는 IT혁명으로 초래된 우리 삶의 변화 방향과 같거나 다르다"며 "그 변화의 방향이 장기지속의 관점에서 어떤 경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고, 다르다는 것은 그 구체적 양상이 이전의 변화들과는 다른 차이를 축적한다는 점 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SNS는 IT혁명 이후 변화해온 우리의 소통 환경을 좀 더 급진화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다"며 "이러한 배경에서 게임은 그것이 지닌 사회성을 진전된 형태 로 구현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갖게된다"고 전했다. 이어 "게임은 소통의 내용이며 동 시에 소통을 매개하는 도구"라고 덧붙였다.
토론에선 SNS가 혁명적 사회변화를 가져오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의 양상도 변했다고 보는 것 보다 게임의 본질이 변화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는 의견이 제기 됐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윤태진 교수는 "SNS 환경 하에서 게임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게임이 지녔던 본질을 해체하는 과정에 있다"며 "일상으로부터 격리됐던 게임 이 일상 안으로 들어와서 도구화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SNS 혁명은 긴 역사 속에서 보면 미디어 환경의 변화 중 하나지만, 이로 인한 게임의 변화는 게임의 본질을 바꾸고 게임 연구와 방향성을 수정토록 만든 혁명적 변화"라고 덧붙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 "게임, 교육에 영향없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게임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 은 없다"고 주장했다.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이 교수는 게임이 학교에 영향을 미친다면 간접적인 영향이 학교 교사나 책임자들이 게임을 싫어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 교수는 "청소년들 이 학교와 가정 사회관계들이 모두 게임으로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게임의 복 잡한 변수들이 그러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게임은 학교 문제의 원인이 아니 라 그것을 보게 하는 일종의 징후적인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탈리아 게임문화연구자 다미아노 펠리니의 연구논문을 인용해 "게임을 바라보는 학교 관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넘어 학교가 게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며 "창의적인 게임 리터러시를 학교 교육과정 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교수는 최근 교과부의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게임을 주목한 일련의 과정을 지 켜보며, 보수정책 관료들만의 문제가 아닌 기성세대가 게임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 각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게임이 문화적으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는 사실 제대로 연구된 바 없다" 며 "게임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논의들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문화로서의 게임에 대한 역구의 부재가 오늘과 같이 게임에 대한 사회적 부정론이 확 산되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다. 여가부나 교과부를 탓하기 전에 게임산업계, 게임 정책가들, 게임 연구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먼저 성찰하는 것이 선행되야 한다 "고 지적했다.
토론에 나선 연세대 박상우 겸임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게임에 대한 공 포의 근저에 자식에 대한 부모의 걱정이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게임이 이렇게 될 때까지 실증적 답을 하지 못했던 게임산업에도 책임 이 있다는 말에 통감한다. 게임은 산업이기 이전에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문화라는 점이 이야기되지 않았던 것은 게임 산업계의 근시안적 태도였음은 분명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림대 박태순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게임, 사회적가치 연구 선행돼야"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한림대학교 박태순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는 "게임의 사회적 가치를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하면 짐승된다', '게임이 학교폭력을 유발한다' 등 게임을 사회악으로 치부하는 세간의 인식에 대응키 위해서는 이론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게임의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려면 막상 그닥 떠오르는것이 없다. 논의와 연구가 진행된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라며 "게임의 지위를 인정시키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행보의 시작으로 박교수는 '기능성게임'이라는 용어가 사라지는 것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능성은 대척점에 '비기능성'을 함축하고 있다. 즉 기능성게임 이외의 게임은 모두 비기능성게임이 되버리는 셈이다. 박 교수는 "비기능성 게임은 돈벌이에 눈먼 게임사와 짐승과 유사한 이용자들이 합작해서 유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이해될 것"이라며 "기능성이라는 용어가 게임 전반을 부정적으로 인식시키는 담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상우 기술미학연구회 연구원도 "기능성게임은 문제가 많은 개념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게임을 정치적이고 정책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이라면 전략적으로도 쓸모가 없다"고 거들었다.
또한 박교수는 확률형 아이템이나 게임의 폭력성 등 게임의 부정적인 요소를 업계까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게임을 욕하는 사람만 탓할일도 아니다. 게임자체, 게임회사의 개발 전략에서도 문제는 쉽게 찾을수 있다"며 "게임문화연구가 게임을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게임의 부정적인 면을 미리 파악하고 차단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게임문화연구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데일리게임 이재석 기자 jshero@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