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 등 이동통신업체(이하 이통업체)의 영향력이 오픈마켓에서도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게임시장이 성장하면서 게임은 넘쳐나는데 이를 광고할만한 공간이 부족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3사 이통업체들은 오픈마켓을 광고매체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곳은 SK텔레콤. SK텔레콤은 국내 이통업체 오픈마켓 중 시장점유율이 60% 이상인 티스토어를 운영 중이고, 티스토어는 콘텐츠공급자(CP)에게도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스토어는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이 관리하고 인크로스가 운영 중이다. 타 오픈마켓과 차이점은 광고 유치를 통해 부가수익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노출이 가장 많은 티스토어 상단을 광고섹션으로 운영하면서 일주일 노출에 평균 1000만원 정도의 광고비를 받고 있다.
주목도 높은 곳에 광고가 노출되면 바로 매출로 연결되기 때문에 게임 개발사나 유통사 입장에서도 좋은 자리를 배정받기 위해 공을 들인다는 후문이다.
◆ 오픈마켓 광고가 이통업체 영향력 키워
오픈마켓 시대인데도 이처럼 광고 영역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이유는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정책 때문이다. 초기 오픈마켓 생태계를 만든 애플의 앱스토어는 광고섹션 자체가 없고, 앱스토어의 추천게임 코너도 애플이 광고 영역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다. 또 추천게임 선정에 CP들이 참여할 방법도 없다.
자연스럽게 많은 자본을 가진 메이저 온라인기업들이 스마트폰 게임시장에 뛰어들면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다보니 광고 영역을 갖고 있는 SK텔레콤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업체의 한 관게자는 "온라인게임 업체들의 경우 대작 스마트폰 게임을 만들기 때문에 홍보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며 "SK텔레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영업경쟁이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즉 이통업체가 초기 화면에 어떤 게임을 내보내냐에 따라 게임 다운로드 건수가 달라졌던 과거 피처폰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피처폰 시절 이통업체가 특정 CP의 게임을 밀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고, CP가 인위적으로 게임을 다운받는 방식의 ‘자뻑 마케팅’을 통해 이통업체에 데이터요금과 매출의 최대 절반을 공유하던 '악습'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별도 수익모델로 CP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타 이통업체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려는 모습이다. 실제로 한 관계자는 "일단 오픈마켓 자체를 키우기 위해 CP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광고에 참여하라는 간접적인 압박을 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티스토어가 수수료 외에도 광고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KT와 LG 등도 자사 오픈마켓을 광고툴로 활용하기 위해 CP들에게 싼 값에 제안을 한다”며, “과거보다 이통업체의 영향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CP들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이통업체의 입김도 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통업체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본이 부족한 중소 개발업체와 개인 개발자들이 특히 불만이다. 매출의 30%만 지불하면 됐던 앱스토어와 달리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되고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메이저업체들의 마케팅 물량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이통업체가 사업논리로만 오픈마켓을 대해서는 절대 앱스토어 같은 글로벌 오픈마켓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며, “국내 오픈마켓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소규모 개발조직이 성공할 수 있도록 이통업체들이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