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기가 휴대용 콘솔 게임기 대체한다
"콘솔게임기와 콘솔게임을 만드는 업체는 다 망한다."
엑스엘게임즈 송재경대표가 지난 13일 터뜨린 폭탄 발언에 '콘솔 위기론'이 주목받고 있다.
송 대표는 13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와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이 공동주최한 '곽승준의 미래토크'에서 "애플 아이패드가 콘솔 게임기에 비해 성능이 높고 매년 새 버전이 나오고 있으며 소프트웨어도 1달러 수준"이라고 콘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밝혔다. 소니, 닌텐도 등 지난 수십년 동안 게임산업를 지배해온 콘솔업체들을 겨냥한 것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플러리(Flurry)가 2011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휴대용게임기의 시장 점유율 변화 추이는 2009년 81%에 달했던 휴대용게임기(콘솔) 시장이 2011년에는 42%로 대폭 축소됐다. 스마트폰은 2009년 19%에서 2011년 58%까지 급성장했다.
휴대용게임기는 성능에서도 스마트 디바이스에 따라 잡혔다. 7일 애플이 발표한 '뉴아이패드'와 소니가 출시한 휴대용게임기 'PS비타'를 비교해보면 해상도에서 뉴아이패드는 PS비타를 크게 앞선다.
PS비타의 960*544의 해상도에 비해 뉴아이패드는 2048*1536 해상도로 두배 이상 앞선다. CPU의 경우 쿼드코어를 탑재한 PS비타가 듀얼코어인 뉴아이패드에 비해 뛰어나지만, 그래픽을 처리하는 GPU의 경우 쿼드코어가 탑재된 뉴아이패드가 듀얼코어를 적용한 PS비타를 앞선다. 성능에서 두 플랫폼의 차이가 없어진 것.(표 참조)
가격면에서도 스마트폰게임은 콘솔게임에 비해 강점을 가진다. 스마트폰게임은 오픈마켓에서 0.99달러 혹은 무료로 게임을 내려받을 수 있지만 콘솔게임은 개당 5만원이 훌쩍 넘는 게임이 대부분이다. 이 가격 경쟁력이 지닌 파괴력은 이미 닌텐도 몰락에서 잘 드러났다.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닌텐도는 스마트폰 게임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실적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게임 개발업체인 게임빌 김용훈 팀장은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수가 2000만명이 넘었다.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에서 뗄래야 뗄수 없는 존재다. 스마트폰게임 시장은 이제 시작단계"라며 ""시장지배력에서 스마트폰게임이 콘솔시장을 앞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에 특화된 휴대용 게임기, 별도 시장 형성할 것
스마트 디바이스가 기존 콘솔게임 시장을 잠식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만만찮다. 다목적으로 사용되는 스마트 디바이스가 게임에만 특화된 휴대용게임기의 시장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
인트라링스의 송화섭씨는 "조작체계만 봐도 스마트폰의 가상패드보다 콘솔의 패드가 조작감이 우월하다"고 지적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한 입력 수단에서 스마트 디바이스는 휴대용게임기에 비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스마트디바이스가 화면 터치입력이나 기계를 기울여 게임을 조작하는 틸팅 기능뿐인 것과 달리 PS비타, 닌텐도 3DS 등 휴대용 게임기는 터치패드를 비롯해 아날로그 스틱, 각종 버튼 등 스마트 디바이스에는 없는 다양한 입력기능을 갖추고 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Kinect)나 소니의 PS무브 같은 동작인식기기가 대표적이다. 이 새로운 입력기기들은 단순 패드 조작에서 탈피, 이용자의 몸동작을 인식해 게임을 즐길수 있다. 스마트디바이스에선 불가능한 조작이다.
송씨는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는 게임들은 SNG같은 라이트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게임이 많아 코어 이용자가 접근하기엔 콘텐츠가 부족하다. 콘솔 게임은 스토리라인이 명확하고 영화 못지않은 연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스마트디바이스가 발전한 것처럼 콘솔 역시 진화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송진호 이사는 "'N스크린'이 홈엔터테인먼트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360은 모든 스크린을 통합하는 허브 역할을 하면서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IT업계에 화두로 떠오른 N스크린을 콘솔게임에 접목한 것. N스크린은 TV나 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에서 하나의 콘텐츠를 끊김없이 이용할수 있게 해주는 다중 스크린을 뜻한다.
스마트폰-콘솔간의 경계가 무너져 구분을 짓는게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 콘솔업계의 관계자는 "지금의 콘솔게임들은 모두 온라인게임의 요소도 갖추고 있다"며 "플랫폼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통합되고 있어 구분하는 것이 의미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앙대학교 위정현 교수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콘솔게임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휴대용게임기 시장이 타격을 맞은 상황"이라면서 "동작인식기기 등 변화를 거듭해온 콘솔게임업계가 어떤 새로운 컨셉의 활로를 모색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박상우 겸임 교수도 "일본 콘솔게임이 스마트 디바이스에 타격을 입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시장이나 게임기가) 없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새로운 컨셉트와 트렌드를 만들어내면서 차세대 콘솔게임기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