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먼저 보여드릴게요"
글로벌게임허브센터 김효근 센터장이 내민 것은 지난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2012(MWC2012)의 현장 사진이었다. 김 센터장이 포착한 장면은 구글 부스에 몰린 수많은 인파. 구글 부스에 설치된 스마트폰게임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한국 모바일 게임이었다.
"내로라 하는 글로벌 업체들과 나란히 전시된 우리나라 모바일게임을 보고 있으니 정말 뿌듯했습니다"
MWC2012는 세계 유수의 휴대폰 제조업체가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통신산업 전시회다. 구글, 삼성과 같은 세계적인 업체가 참가한다. 여기에 한국 모바일게임이 전시됐고, 가장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닿는 구글 부스 한 가운데를 차지했다.
전세계인을 사로잡은 모바일게임은 '플랜츠워', '프리킥배틀', '아쿠아스토리', 크리스탈헌터' 등 4개. 민관 합동 프로젝트 모바일게임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에 선정된 게임들이다.
"'프리킥배틀'이 특히 인기가 좋더군요. 유럽에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그런가 봅니다"
'MWC' 효과 때문일까. 출발이 좋았다. 지난 12일 글로벌 오픈마켓에 출시된 '플랜츠워'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국내 앱스토어 유료 순위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북미와 무료 전체순위 12위까지 치솟았다. 홍콩, 뉴질랜드, 캐나다 등 세계 50여국에서도 인기 상위권에 올랐다. 김 센터장은 "게임허브센터는 물론 문화부에서도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개발사 위주 풍토 조성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
'플랜츠워'의 성공으로 모바일게임 퍼블리싱 사업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모바일게임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빌, 컴투스가 서로 협력해 중소 게임개발업체의 모바일게임을 전세계에 선보이는 사업이다. 정부와 게임빌-컴투스 컨소시엄이 총 50억원을 출연했다.
국내 스마트폰게임 업체들은 글로벌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개발력과 잠재력을 갖고 있만 글로벌 오픈마켓 진출 노하우가 부족해 빈번하게 실패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모바일게임 퍼블리싱 사업이다.
김센터장은 "해외 시장에서 경험많은 퍼블리셔와 우수한 중소개발사의 개발력이 만난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모바일게임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사업이 갖고 있는 또다른 의미도 있다. 게임 개발업체가 살만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스마트폰게임 개발업체가 우대받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퍼블리셔가 우위에 선 풍토에서 경쟁력있는 스마트폰게임이 나올수 없습니다"
개발사가 원활한 매출을 올리면 전체적인 개발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모바일게임 퍼블리싱 사업에서 수익배분율을 8:2(개발사:퍼블리셔)로 강행했단다.
"제안서를 보낸 퍼블리셔에게 엄포를 놨습니다. 8:2로 하지 않을거면 하지 말라는식으로요. 퍼블리셔도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8:2 수익배분은 어지간히 매출을 올리지 않고서는 퍼블리셔가 손해보는 시스템이니까요"
하지만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만큼은 퍼블리셔들에게 큰 손해를 입히지 않는다. 정부가 마케팅비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양질의 게임 콘텐츠를 다수 확보할수 있기 때문. 새롭게 구상한 마케팅도 실험적으로 운영해볼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노하우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센터장은 스마트폰게임 개발자가 우대받는 산업 시스템이 조성되는데까지 적어도 3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모바일게임 퍼블리싱사업도 2013년까지 총 3차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 지원사업은 장기적으로 간다고 해서 좋은것이 아닙니다. 정책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3차에 걸친 모바일게임 퍼블리싱 사업이 종료된다고 해서 우리 모바일게임 산업에 대한 지원이 아예 끊긴다는 말이 아니다. 김 센터장은 3년이 지난 후에는 다른 형태의 지원책을 모색해나갈것이라고 했다. 급속도로 달라지는 시장의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정책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2차 퍼블리싱 사업도 곧 궤도 올라
지난해 본궤도에 오른 1차 퍼블리싱 사업의 결과물은 올해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또한 올해부터 2차 퍼블리싱 사업이 전개될 예정이다. 2개 퍼블리셔를 선정했던 1차 사업과 달리 2차 사업에선 3개 이상의 퍼블리셔를 선정한다. 또한 16종의 게임을 두 퍼블리셔가 8종씩 반반으로 나눴던 1차 사업과 달리 2차 사업부터는 퍼블리셔별로 다른 숫자의 게임을 차등 배분할 방침이다.
"서로 역량이 다른 퍼블리셔에게 똑같은 숫자의 게임을 배분하면 최적의 효과를 거두지 못합니다. '내공'에 따라 다르게 배분하는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16종 게임을 퍼블리싱했던 1차 사업과 달리 2차 사업에선 20종이 넘는 게임으로 확대된다. 김 센터장은 2차 사업에 지원할 개발사들을 위한 '팁'도 제공했다. 모바일게임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의 핵심 타깃이 북미시장인만큼, 북미 스타일을 강조하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북미 이용자가 좋아할만한 컨셉의 게임일수록 유리합니다. 현지 시장을 뚫을수 있는 전략을 잘 설정하는 것이 당락의 가장 키 포인트죠"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