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창단한 허민 대표는 게임업체 네오플 매각으로 창단자금을 대고 있다. 야구단 창단과 후원, 스포츠 비즈니스의 꽃인 라이선스 사업까지 게임업체의 손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생각해보면 2009년 삼성전자가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를 포기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운 것도 CJ인터넷(현 CJ E&M 넷마블)이었다. 한국 프로야구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KBO는 2009년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자칫 불 붙은 야구열기가 식을 수 있었던 그때, 손을 내밀어 준 곳이 게임업체다.
당시 CJ인터넷은 자사가 야구게임 ‘마구마구’를 서비스하고 있다는 이유로 매출정체 속에서도 3년간 100억원이 넘게 지원했다. 그 해 한국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준우승을 했고, 국민들은 프로야구에 열광했다. 프로야구가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토양에는 게임업계의 노력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한 게임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프로야구 인기에 편승한다는 비난이 그것이다. 프로야구를 위해 타이틀스폰서를 자청했는 데도 삼성전자 같은 굵직한 회사가 아닌 게임업체라는 이유로 곱지 못한 시선을 받았고, 프로야구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비난도 일었다. KBO와 선수협의 라이선스 분쟁이 일었을 때도 불똥을 게임업계로 튀면서 속앓이를 해야 했다.
지금도 부정적인 시각은 남아있다. 엔씨소프트가 9구단을 창단한다고 발표했을 때 일각에서는 적자인 구단을 게임회사가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의구심부터 나타냈다. 오죽 답답했으면 김택진 대표가 직접 나서서 “사비로만 운영해도 100년은 할 수 있다”고 말했을까.
게임업체가 프로야구를 후원하는 이유 중에는 자사게임의 인기상승이나 회사 이미지 제고 등도 있을 것이다. 더 큰 틀에서 보면 국민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통해 사회에 도움을 주겠다는 공익적인 목적에 무게추가 기운다. 역대 타이틀스폰서가 그랬듯 게임업체도 프로야구 발전과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으면 걸맞는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프로야구 인기에 편승한다는 비난에 침묵할 것이 아니라 게임산업계가 동반자로서 역할을 해왔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챙기지 못한다면 언제든 주변에 의해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닌가.
지난해 680만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올해는 시범경기부터 폭풍관중이 몰리고 있다. 변함없이 야구장에는 게임업체 로고와 게임명이 내걸릴 것이고 각종 이벤트도 펼쳐질 것이다. 그들에게 게임업체가 프로야구와 파트너로 아낌없는 지원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만 알린다면 산업에 대한 인식도 나아지지 않을까. 제대로 말하고 당당해질 때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