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서
①야구게임 양준혁사태 일파만파
②선수협 '초상권은 정당한 권리'
③게임업계 7년의 야구 스토리
④야구 라이선스 문제점과 해결방안
◆ 게임업계 7년의 야구 스토리…야구발전에 기여하다
게임업계의 야구사랑은 각별하다. 700만 관중시대를 내다보는 프로야구 돌풍에는 게임업계도 한 몫 했다. 야구단 창단,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 베이징올림픽 및 WBC 후원, 구단과 제휴한 각종 이벤트까지 게임업체는 야구발전을 위해 힘써 왔다.
프로야구를 소재로 한 국내 최초 온라인게임은 ‘신야구’다. 네오플이 만들었고 한빛소프트가 서비스 했다. KBO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구단명과 선수 이름이 실명으로 등장했다. 2004년 첫 서비스 된 ‘신야구’는 2007년 12월 28일 서비스가 종료됐다.
서비스가 종료됐지만 ‘신야구’는 온라인 야구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2006년 애니파크는 ‘마구마구’를 내놓았고, 2007년 와이즈캣은 ‘슬러거’로 온라인 야구게임의 명맥을 이어갔다. 두 게임 모두 구단 및 선수 실명이 사용됐고 야구게임시장을 개척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야구게임으로 매출을 올리던 회사들이 야구발전에 눈을 돌린 건 2007년부터다. 이전에도 제휴 및 각종 이벤트는 있었지만 마케팅의 일환에서 벗어나 순수한 의도에서 지원을 시작한 것이다. 애니파크는 야구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티볼’ 협회를 후원했고 유소년 야구를 지원했다.
바통은 넷마블이 이어받았다. 넷마블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한국 야구대표팀을 공식 후원했고, 2009년 WBC 국가대표팀도 지원했다. 게임업체 최초로 2009년, 2010년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도 맡았다. 당시 KBO는 삼성전자가 포기한 타이틀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올림픽 우승과 WBC 준우승으로 달궈진 야구열기가 자칫 식을 수도 있는 시점이었다.
넷마블이 타이틀스폰서를 맡았고 프로야구는 600만 관중시대를 열었다. 2년 동안 넷마블은 전국구장 누적관중을 기준으로 기금을 적립해 공부방 아동들을 후원했으며, 사회인 야구를 육성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KBO가 프로야구 활성화를 위해 타이틀교체를 요구했을 때 넷마블은 군말없이 이를 받아들였고 올해부터는 라면업체 팔도가 맡았다.
네오위즈게임즈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 공식후원 업체로 중국에 응원단을 파견했고, 38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공식 후원했다. 2009년에는 사회인 야구대회를 개최해 야구 저변확대에 힘썼다.
야구팬들에게는 네오위즈게임즈의 ‘슬러거’가 익숙하다. 매월 야구장에서 관련 이벤트가 열렸기 때문이다. 네오위즈게임즈는 롯데, 삼성, LG, 한화와 마케팅 제휴를 맺고 매월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또한 야구선수를 홍보대사로 임명해 게임 알리기에 나서,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알리는데 일조했다.
게임업체의 야구사랑은 엔씨소프트가 9구단을 창단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엔씨는 창원을 연고로 NC다이노스를 창단해 대기업과 함께 구단주가 됐다. 서부경남 야구팬들의 염원을 이뤄준 엔씨는 2013년 1군 프로리그에 참여할 계획이다. 또 넥슨은 롯데와 후원계약을 체결하고 자사 알리기에 동참했다.
◆ ‘게임업체가 봉?’ 더 이상 라이선스료 인상은 불가
야구발전에 기여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게임업체로서는 선수협의 라이선스료 10%로 인상안을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충분한 대우를 해주고 있는데 더 이상을 요구하면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포기하겠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들린다.
게임업체들이 내세운 논리는 야구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일본의 라이선스 비즈니스다. MLB의 경우 라이선스료로 총매출의 4~5%만 받는다. 이 계약만 체결하면 구단 엠블렘, 전현직 선수 초상권을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은 계약주체가 크게 세 곳이다. 구단 라이선스를 가진 KBO, 전현직 선수 초상권을 가진 선수협, 야구 원로들의 모임인 일구회 등이다. 일구회는 선수협에 계약을 위임했기에, 넷마블이 KBO, NHN은 선수협으로부터 라이선스 권한을 획득했다.
문제는 KBO와 선수협에 각각 4~5%로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이다. 야구게임 매출이 100억원으로 가정한다면, KBO에 5억원, 선수협에 5억원을 줘야 한다. 야구시장 규모는 다르겠지만 MLB식으로 계산하면 5억원을 줘도 된다.
로열티는 기본적으로 총매출을 기준으로 한다. 마케팅 등으로 영업이익이 낮더라도 이 로열티를 줄일 수 없다. 이는 모든 게임에 적용된다. NHN과 넷마블은 라이선스 대행업체일 뿐, 로열티는 그대로 KBO와 선수협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게임업체가 더 이상 로열티를 올릴 수 없다는 이유다.
게임업체들은 여기서 더 라이선스 비율을 더 올리면 정상적인 게임서비스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선수협의 무리한 요구에 맞서 일단 힘을 모았다. 선수협을 이탈하는 양준혁과 이대호 선수가 없더라도 게임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양준혁 사태가 발생했을 때 모든 야구게임에서 '양준혁'이라는 이름은 ‘장남식’으로 교체했다. KBO와 선수협에 이어 개별 선수계약까지 책임 못 지겠다는 의사표현이다.
게임업체들은 선수협이 미국처럼 은퇴 선수들에 대한 초상권을 확실히 확보해 이탈선수가 없도록 하든지, 현행 로열티 기준을 총매출이 아닌 영업이익 기준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로열티 인상은 결국 게이머들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에, 큰 틀에서 생각하자는 제안이다.
야구게임을 서비스 하는 업체 한 관계자는 “선수협은 야구게임으로 막대한 매출을 번다고 생각하지만 개발비와 각종 비용을 고려치 않고 있다”며, “이미 미국과 일본보다 더 한 로열티를 주고 있는데 더 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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