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타즈 김현수 대표의 포부는 간단명료하면서도 남달랐다. 그는 대한민국을 깜짝 놀래킬 스마트폰게임을 만들겠다고 큰소리 쳤다. 피처폰게임에서 스마트폰게임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는 엔타즈의 목표이기도 하다.
근거없는 자신감이라고 치부해버릴수도 있다. 하지만 김 대표의 목소리에는 묵직한 '뭔가'가 있다. 엔타즈는 올해로 설립 12년차를 맞은 관록있는 모바일게임업체. 피처폰시절에는 소위 '날리던' 업체다. 게임빌, 컴투스에 이어 연매출 2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엔타즈가 그동안 이뤄놓은 도전의 결과물도 무시할수 없는 수준. 엔타즈가 스마트폰게임 사업에 뛰어든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엔타즈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엔타즈가 본격적으로 스마트폰게임을 개발한 것이 이제 9개월밖에 안됩니다. 하지만 9개월된 회사 치고는 깜짝 놀랄만한 결과를 보여드릴겁니다. 엔타즈는 오늘보다는 내일이 기대되는 회사입니다"
◆남다른 굴곡
김현수 대표의 자신감은 엔타즈가 지난 십수년간 지나온 굴곡과도 연관이 깊을 터다. 엔타즈의 지난 역사는 마치 어떻게 튈지 모르는 고무공과도 같다. 김 대표는 '가장 위험한 길이 가장 안전한 길'이라고 했다. 그의 말마따나 엔타즈는 늘 위험한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안전한' 길을 걸어왔다. 그렇게 엔타즈는 성장해왔다.
엔타즈가 지금까지 걸어온 '위험한길'은 하나같이 놀랍다. 지금껏 시장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올드게이머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무료게임타운'이 대표적인 사례다. '무료게임타운'은 모바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플랫폼으로 SNS라는 개념 자체도 생소하던 때에 등장했다.
엔타즈가 '무료게임타운'을 선보이게된 배경은 이렇다. 2005년 당시 엔타즈는 KT에서 게임빌, 컴투스도 누르고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모델없이는 성장이 정체될 것이라고 김대표는 판단했다. 그는 결단을 내린다. 게임 개발 인력 중 60%를 쉬게 한것. 이 인력은 신규 프로젝트 기획에 투입됐다. 6개월간의 강행군이 이어졌다. 기획서가 완료될 즈음 옆나라 일본에서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모바일플랫폼 '모바게'가 대박을 쳤다는 뉴스였다.
"모바게를 찬찬히 살펴보니 우리가 준비중인 것과 거의 똑같더군요. 된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2007년 엔타즈가 출시한 무료게임타운은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무료게임타운은 30여개의 미니게임과 네트워크 대전게임 등 풍부한 콘텐츠를 앞세워 350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확보했다. 넘쳐나는 트래픽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김 대표는 무료게임타운을 높은 매출로 연결시키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운영 인력과 유지비용이 막대했던 것. 그래도 김 대표는 무료게임타운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비록 돈은 벌지 못했지만 운영이라는 경험을 얻었습니다. 지금도 접속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모바일업체는 몇 없습니다. 엔타즈는 무료게임타운으로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죠. 기술적인 문제 뿐 아니라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해 다양한 운영 노하우를 습득했습니다. 스마트폰시대를 대비해 적절한 투자였다고 봅니다"
2008년 월정액제 방식의 모바일게임 사이트 운영한것도 엔타즈의 대표적인 도전이다. 예나 지금이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단품 위주의 모바일게임 판매가 정착돼 있다. 김 대표가 도입한 것은 월정액을 지불하면 40여개에 달하는 모바일게임을 마음껏 즐길수 있는 방식. 옆나라 일본에선 보편적인 방식이었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했다.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지만 김 대표는 이 역시 좋은 경험이 됐다고 회고했다.
◆스마트폰게임, 새로운 도전
엔타즈가 왜 스마트폰게임은 진작 도전하지 못했던 걸까. 김 대표는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결과라고 털어놨다. 2009년 11월 애플 아이폰이 풀리면서 시작된 스마트폰 광풍은 김 대표의 상상을 초월했다.
"스마트폰 열풍을 그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본게 컸습니다. 또 엔타즈가 피처폰시장에서 정점을 찍고 있었다는 이유도 컸죠. 솔직히 피처폰의 강세가 그대로 이어지길 바라는 안일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시장은 빠르게 스마트폰게임 판도로 변화했고 엔타즈 역시 변신을 강하게 요구받게 됐다. 피처폰게임으로는 더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난감했다. 피처폰게임은 남부럽지 않은 전문가지만 스마트폰게임 시장은 생소한 분야였다.
'격투', '트레저헌터' 등 기존 인기 피처폰게임을 스마트폰 버전으로 컨버팅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피처폰에서 인기있는 게임이 스마트폰이라고 해서 외면받을리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김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출시하는 족족 흥행했다. 지난해 7월 티스토어에 출시한 '격투무한대전'은 누적다운로드 110만건을 기록했으며 같은기간 선보인 '엔타즈야구2011'은 단숨에 티스토어 매출 1위에 올랐다. 자신감이 붙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마냥 웃을수만은 없었습니다. 인기 피처폰게임을 스마트폰버전으로 냈으니 한계가 있었던 거죠. 자체 개발 스마트폰게임의 필요성이 절실했습니다"
그렇게 엔타즈는 작년 8월부터 본격적인 스마트폰게임 개발에 나섰다. 엔타즈의 공식 스마트폰게임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다음달부터 엔타즈표 1호 스마트폰게임이 출시될겁니다. 피처폰게임을 컨버팅한 것 이상으로 고객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스마트폰 시장에 늦게 뛰어든만큼 엔타즈는 현재 시장에 없는 게임으로 도전한다. 올해 엔타즈가 출시하는 스마트폰게임 라인업은 총 30개. 이중 자체개발게임은 20개로 시뮬레이션 장르가 주를 이룬다. 웹게임에서 익숙한 소재인 시뮬레이션 장르를 스마트폰에 맞게 이식하는 것도 주력했다.
"해외에서 롱런하고 있는 인기 게임을 분석해 엔타즈만의 색깔을 입히려 노력했습니다. 익숙한듯 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그러면서도 재미있고 독특한 게임들이 출시될겁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일본 시장도 두드릴 계획이라고 김 대표는 언급했다. 하지만 그 비중은 낮을거라고 덧붙였다.
"일단은 국내 시장에만 전념할 겁니다. 국내 시장에서 먼저 인정받는게 급선무이니까요. 우선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돋보이는 모바일게임업체가 되겠습니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