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의 세계는 거칠다. XY 유전자를 가진 남성들의 치열한 서열다툼이 벌어진다. 오직 실력만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냉혹한 무대다. 그래서일까. '철권버스터즈'의 유일한 여성 참가자 '카리스'(철권 아이디명)는 더없이 돋보였다.
29일 수원 철권카페에서 진행된 철권 버스터즈 예선전에서 그녀는 남자 못지 않은 실력으로 참가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큼지막한 보잉 선글라스로는 감출 수 없었던 미모도 그녀를 주목케 했다.
"대회 참가를 위해 (수원에서) 20분 거리인 성남에서 왔어요. 철권 경력은 11년차죠"
11년차. 놀라운 경력이다. 실제로 지켜본 그녀의 실력은 대단했다. 어지간한 남자 게이머를 '쌈싸먹는' 수준이었다. 팀의 중견으로 나선 그녀는 복서 캐릭터인 스티브와 샤오유로 상대 게이머를 농락했다.
승부사 기질도 보여줬다. 패색이 짙었던 2회전. 방심한 상대를 공중으로 띄워 놓은 뒤 콤보를 성공시키면서 단숨에 역전했다. 뒤이어 터진 환호성은 당연한 결과. 실력이 대단하다는 칭찬에 그녀는 손사래를 쳤다.
"철권은 오래했지만 그리 대단한 실력은 아니에요. 중하수 수준이죠."
아쉽게도 그녀의 팀은 1회전에서 탈락했다.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줬지만 팀의 승리로 직결되진 못했다. 처음 만난 상대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스코어는 3대2. 석패였다. 캐릭터 선정의 아쉬움이 컸다.
"스티브와 데빌진을 잘해요. 하지만 멤버들과 고민끝에 데빌진 대신 샤오유로 출전하게 됐죠"
동일한 캐릭터를 중복해서 출전할 수 없는 철권버스터즈의 규정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자신보다 데빌진을 잘 다루는 동료에게 캐릭터를 양보하고 차선책으로 고른것이 샤오유. 그래도 그녀의 샤오유는 예리했고 남성들의 두려움을 살 만한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회 우승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노리고 참가한 것은 아니었어요. 즐기자는 의미로 팀이름도 '엔조이'라고 지었죠. 그래도 1회전에 탈락한건 아쉽네요."
1회전 통과라는 소박한 꿈은 무산됐지만 그녀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웃었다. 철권에 대한 무한 애정도 드러냈다. 특히 철권 리그가 보다 확대됐으면 좋겠단다.
"철권버스터즈 같은 대회가 더 많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저같은 여성 참가자들도 많이 참가할 수 있도록 문이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어요. 대회에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철권 게임 안에는 여성 고수가 많답니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