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영 대표는 게임로프트코리아를 7년 동안 책임져온 수장. 십수년간 게임업계에 몸담으며 게임산업의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본 산증인이다. 인아타리코리아, 유비소프트 등 굵직한 게임 업체를 거쳐 2005년 게임로프트코리아 설립멤버로 합류했다. 게임산업의 미래는 스마트폰게임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강조한 조 대표를 만났다.
◆하루에만 전세계 50만명이 유료 게임 내려받아
"게임로프트의 유료게임 다운로드 숫자는 하루 평균 50만건에 이릅니다"
50만건, 엄청난 숫자다. 100만 다운로드만 기록해도 난리가 나는 국내 업계에 비하면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무료 게임이 아닌 '유료' 다운로드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게임로프트만이 내놓는 남다른 게임성 때문이라고 조 대표는 말한다. 단순한 원버튼 방식의 간단한 모바일게임으로는 경험하지 못하는 고품질, 고화질 게임이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설명이다.
게임로프트의 인기 FPS게임 '모던컴뱃3'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콘솔 FPS게임을 즐기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놀라운 그래픽을 자랑한다. 10일 글로벌 오픈마켓에 출시한 '노바3' 역시 지금까지 출시된 FPS게임 중 가장 디테일한 그래픽을 자랑한다. 이처럼 놀라운 수준의 게임이 나올수 있는 이유는 게임에 대한 큰 액수의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모던컴뱃3'에 투입된 개발비만 25억원입니다. 개발인력도 100명에 이르죠. 콘솔게임 이상의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 게임로프트는 매년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게임로프트의 가격은 6.99달러로 다소 비싼 편이다.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다시피한 0.99달러 게임에 비하면 6배나 가격이 높은 것이다. 프로젝트마다 20억원 이상의 개발비가 들어가는만큼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 가격이 다소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래도 게임로프트의 게임들은 날개돋힌듯 팔린다. 이어진 조 대표의 표현이 재밌다.
"우리 게임은 따져보면 빅맥 세트보다 조금 비싼 수준입니다. 만원이 채 되지 않죠. 하지만 우리 게임이 주는 재미는 타 게임이 주는 재미의 20배쯤은 됩니다. 20배의 재미를 주기 위해 20억원 이상을 베팅하는 겁니다"
스튜디오마다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게임의 질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에 위치한 게임로프트 개발스튜디오는 질세라 대작 스마트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좋은 성적을 낸 지사일수록 본사의 투자와 지원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오는 17일 글로벌 오픈마켓에 출시되는 '맨인블랙3'에 조 대표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맨인블랙3'는 동명의 영화 맨인블랙을 소재로 만든 스마트폰게임으로 한국스튜디오가 주축이 돼 개발했다. '이터널레가시'에 이은 게임로프트코리아의 두번째 자체 개발작이기도 하다.
◆캐주얼게임 비중 늘린다
FPS, MMORPG와 같은 하드코어 게임 위주로 라인업을 짜왔던 게임로프트의 전략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소셜네트워크게임(SNG) 등 가볍게 즐길수 있는 캐주얼게임의 비중이 늘어나서다. '앵그리버드'를 연상케하는 '샤크대쉬', SNG '아이스에이지' 등이 대표적이다.
"모바일게임에는 일정 주기로 사이클이 돌아갑니다. 하드코어게임이 먼저 출시되고 나면 이후 캐주얼게임이 주류를 이루게 됩니다. 이는 새로운 스마트 기기의 출현과도 연관이 깊죠"
조 대표에 따르면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이 기기의 성능을 극대로 끌어올릴수 있는 하드코어 게임을 선호하는 이용자가 시장에 형성된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 부담없이 즐길수 있는 캐주얼게임이 대세로 자리매김한다. 모바일게임은 지난 십수년동안 이같은 사이클을 반복해 왔다.
게임로프트 역시 이 사이클을 충실히 따랐다. 컬러 단말기가 최초로 보급됐던 지난 2003년, 게임로프트는 '레인보우식스', '어쌔신크리드' 등 유비소프트 라이선스를 취득한 고사양 게임들을 출시해 성과를 거둔다. 이후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모바일게임시장은 캐주얼게임이 주류로 부상했고 게임로프트 역시 다수의 캐주얼게임을 출시하며 시장 트렌드를 따라갔다.
2007년 6월 애플 아이폰이 혜성같이 등장하며 모바일게임 판도는 완전히 뒤바뀐다. 고작해야 2메가바이트의 용량이 한계였던 모바일게임은 아이폰의 등장으로 기가바이트 단위의 고성능 스마트폰게임의 등장이 가능케됐기 때문. 게임로프트는 어느 업체보다도 빨리 이같은 변화를 감지하고 하드코어 게임 출시에 돌입한다. 조 대표는 과거의 일을 회상하기도 했다.
"아이폰 등장 이후 게임로프트가 출시했던 체스게임을 보고 사람들은 기겁했습니다. 용량이 30메가바이트에 달했기 때문이죠"
아이폰 출시 이후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의 스마트폰이 연이어 시장에 보급되는등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스마트폰게임의 양상도 다시 캐주얼게임 위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스마트폰게임의 사이클이 또 한번 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중반부터 캐주얼게임 위주로 시장이 구축되기 시작했습니다. '앵그리버드'의 영향이 컸죠. 게임로프트가 지금까지 하드코어게임의 비중이 70%, 캐주얼게임이 30%였다면 올해부터는 캐주얼게임이 60% 수준까지 늘어날 겁니다"
조 대표는 게임로프트가 하드코어 게임 뿐 아니라 캐주얼게임에 있어서도 전문가임을 자처했다. 그 누구보다 캐주얼게임 시장을 잘 안다고 자신했다. 조 대표는 2008년 출시한 '버블배쉬'가 캐주얼게임의 대명사, 팝캡게임즈의 '비주얼드블리츠'보다 더 많이 팔린 사실을 강조했다.
"게임로프트는 매해 14% 이상 실적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요. 게임로프트의 전략이 틀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지표입니다"
조 대표는 모바일게임의 미래를 전망하기도 했다. 모바일게임이 게임산업의 미래가 될 것이라던 조 대표는 아니러니하게도 '모바일'이라는 접두사가 빠질것이라고 내다봤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첼시의 축구 경기를 봤다고 칩시다. 경기장에서 봤는지, 집에서 텔레비전에서 봤는지, 혹은 바에서 봤는지 누구도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냥 축구경기를 봤다고만 말하죠. 모바일게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5년 뒤, 모바일이라는 말은 없어질 것입니다. 모바일게임이 그냥 게임이라고 통칭될 테니까요"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