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협동조합 대립각
A 지난주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넥슨을 두고 PC방 단체 두 곳이 상반된 성명서를 발표했어.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대체 PC방 업주의 입장이 뭐야' 극히 혼란스러워.
B 데일리게임 독자들을 위해 좀더 자세하게 상황 설명을 해봐.
A 대충 설명하자면 인문협은 넥슨이랑 상생하겠다고 양해각서를 체결했어. 그 시점에 또다른 단체인 PC방 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은 넥슨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지. 넥슨을 두고 그릇된 시선을 가진 두 개 집단이 등장한 거야. 아이러니한 일이지. 특히 협동조합은 오늘(30일) 기자회견 및 넥슨 규탄 결의대회를 열어.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어떻게들 생각해?
B 좀더 명쾌하게 정리해봐.
A 인문협은 넥슨 등 게임업체와 상생하겠다는 입장이야. 즉 넥슨이 좋은 회사라는 거고, 협동조합은 반대지. 협동조합은 넥슨이 오과금사태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발표하지 않고 또 가정에서는 공짜로 할 수 있는 게임을 PC방에서는 과금하고, IP를 차단하는 것을 문제삼고 있어.
B 난 협동조합이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봐. 이들의 논리는 문제가 있어. 오과금 사태 대응 못한 건 넥슨 책임이긴 하지만 협동조합이 이렇게까지 나온다는 것은 뭔가 있다는 이야기로 들리거든.
A 한 가지 재미있는 건 협동조합이 최근 이름을 인터넷문화콘텐츠협동조합으로 바꿨다는 거야. 줄이면 인문협이 되지. 두 단체 모두 인문협이 되는 거야. 협동조합의 뿌리가 원래 인문협이라는건 알아? 인문협에 반발해 나온 사람들이 나와 새로 꾸린 게 협동조합이거든. 어쨌던 인문협이 오래된 만큼 게임업계는 이를 PC방 대표단체로 보는 시각이 있으니까. 협동조합이 포스트 인문협을 생각하고 이름을 이렇게 한 것인지는 모르지.
C 상황 설명은 어느 정도된 거 같고. 이제 이런 이야기를 해보자. 게임업체가 PC방에 과금을 하는 게 잘못된 걸까? 그리고 공짜 상품을 안 팔겠다는 건 회사 고유 영업 방식일 수도 있잖아. 협동조합이 이렇게 반발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걸로 밖에 안 보여.
B 뭔가 다른 음모론 같은? 다른 것을 위한 일종의 쇼잉? 뭐 그런 관점이라는 거지.
C 그렇지. 일종의 협상의 기술로 보여진다. 쎈거 우선 질러놓고 그 다음에 조정 들어 가는거지. 나도 협동조합이 원하는 건 따로 있다고 보여. 게임업체들에게 협동조합의 행동력을 보여주는 거지. 넥슨에게도 그렇게 했으니, 당신들에게도 할 수 있다. 우리를 홀대하지 마라 뭐 이런 거.
A 또 하나 드는 의문은 이거야. 디아블로3 때문에 PC방 업계가 간만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협동조합이 왜 이런 카드를 냈을까?
D 이런 거 아닐까. 디아블로3는 주 고객층이 20~30대야. 이들은 PC방 이용요금 말고도 과자나 음료 같은 부가 매출을 내줘. 그거 아냐? PC방에서 자장면 시키면 500원 정도가 더 붙여 팔지. 그리고 그 이익은 PC방 업주가 먹는다. 그래서 중국집이랑 업무협약(?) 맺는 PC방도 있어. 다시 말해 성인은 PC방에서 부가수익을 올려주는데 넥슨 게임의 주요 고객층은 10대가 아무래도 많아서 부가수익이 없어. 이들은 PC방 요금 내기도 빠듯해서 음료는 안 사먹을 수밖에. PC방 입장에선 성인 고객을 선호하니까. 넥슨 게임이 PC방에 돈을 많이 벌어주지는 않는데 요금은 꼬박꼬박 물리니 나쁘게 보일 수 밖에.
◆왜 대립하나
B 그렇다면 굳이 협동조합이 넥슨을 타겟으로 삼은 이유는 뭘까. 협동조합은 넥슨이 인기 없는 게임 끼워판다고 주장하는데, 그게 불만이면 안 사면 되는 거 아닐까.
C 그렇게 말하면 좀 잔인한 거지. 조합측은 다른 회사들은 그렇게 안하는데 왜 유독 넥슨만 이상한 짓을 하느냐는 거지. 다른 회사들은 통합 정량제 상품을 팔아도 PC방 업주들이 특정 게임을 제외할 수 있는데 넥슨은 선택권이 없거든. 대신 개별 상품을 팔아. 개발 상품은 통합으로 사는 것 보다는 조금 비싸고.
D 개발 상품이 비싼 게 아니라 통합 상품이 싸다고 볼 수도 있겠네.
C 맞어. 인식의 전환에 따라선 그렇게 봐도 되지.
A 앞서 언급했지만 넥슨이 타겟으로 한 이번 행보는 다른 목적이 있는 거 같애. 내가 보긴 두 가지야. 하나는 총선이 끝나고 국회가 구성되기 전에 협동조합 같은 이익단체들이 활동을 활발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거지. 그래야 새로 국회에 나가는 의원들의 이목을 끌 수 있거든. 초창기 협동조합이 힘이 없을 때 취했던 행동은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단체에 소속이 됐다는 거야. 이 연대로 지금 협동조합이 이익집단 치고는 규모가 꽤 커. 다시 말해 협동조합은 19대 국회가 구성되기 전에 이런 퍼포먼스 통해서 힘있는 이익단체라는 것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는 거지.
C 두번째는?
A 넥슨이 인문협이랑 유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협동조합은 알고 있었어. 이는 협동조합이 원하는 그림이 아니지. 협동조합과 인문협의 관계는 회사 내 복수노조 같은 걸로 이해하면 돼. 넥슨이 사측이라면 말이 통하는 한 노조, 이 경우엔 인문협과 대화만 하는데, 다른 노조인 협동조합 입장에서는 불쾌한 일 아니겠어?
D 다시 돌아와, 협동조합이 넥슨 한테 무료로 게임을 PC방에 팔라는 것은 일단 말이 안되는 거 같아. 넥슨이 가정에는 공짜로 게임을 제공하니까 PC방에도 공짜여야 한다는 판단인데, PC방은 그 공짜 게임으로 수익을 내잖아. 그러니까 돈을 내라고 할 수도 있지.
B 다른 업체들은 그렇게 안 하는 것이 문제지.
D 다른 업체들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넥슨도 해라’라는 발상 자체가 문제지. 사업모델은 회사가 정하는 거잖아. PC방에 공짜 게임을 뿌리는 회사들은 그들의 사업모델이 그러한 것이고. 그리고 그렇게 할 필요가 할 필요가 있어서 하는 것이고.
A 넥슨은 그렇게 할 필요가 없고?
D 응, 넥슨은 PC방 영업조직이 없다고 보는 게 맞지. 게토, 피카 같은 영업조직이 있는 게임회사와 넥슨의 입장이 다를 수도 있잖아.
A 그래서 협동조합이 원하는 것은?
B 명쾌한것 아니겠어? 인문협을 넘어서는 PC방 대표 단체가 되는 것.
A 인문협을 넘어서기 위해 넥슨을 타겟으로 삼았다는 해석인데.
C 뚜렷한 각인을 세우기 위함이지. "우리는 넥슨하고도 싸웠어. 너네 우리한테 잘해라. 아니면 불매운동한다" 뭐 이런 거? 이익단체 입장에서는 잘 하는 일로 평가할 수 있겠네.
A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일단 가치판단은 배제한 채, 서로의 주의 주장만 싣는 것도 미디어의 역할은 아닌 거 같고. 협동조합 입장에서 보면, 이 일이 기사화 되고 퍼지는 것을 바라는 것일 테니, 기사화를 하는 것 자체가 조합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양새가 되니까.
B 그래, 매체와 이익단체의 관계를 떠나서 그들이 이야기하는 건 넥슨만이 아니었다. 오과금문제에 대해서는 넥슨도 인정한 과실이 있었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뒷선에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모르겠다. 협상하다 수틀리니 이런 집단 행동으로 들어갔을 확률은 높은데. 아까 언급했듯 상당히 뜬금없는 시점에 협동조합이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C 협동조합을 너무 정치적으로 보는 것 같은데, 그래도 PC방 금연법 헌법소원 같은 PC방 업계를 위한 행동을 해온 순수한 이익집단으로 볼 필요도 있어. 인문협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협동조합은 발로 뛰었지. 이익단체로서 제 역할을 해왔어.
B 협동조합은 완벽한 이익집단 맞다. PC방 업계 이익을 대변하면서 지지층이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고.
A 결론이 대충 나네. 정치권에 메시지를 던지는 쇼. 아니면 인문협 만큼 대접받기 위한 퍼포먼스.
D 내 생각에 방법은 다를 수 있지만 목적은 똑같아야 한다고 본다. 넥슨을 대하는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두 단체의 존재에 게임업계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어. PC방 업주의 정서를 도무지 파악할 수 없다는 거지. 방법은 다를 수 있어. 한쪽에서는 때리고 다른쪽에서는 달래는 작전이 있을 수는 있어. 그러나 전제는 같아야 돼. 둘 다 넥슨을 나쁜 회사로 보고 있어야 이런 전략도 먹히거든. 어쨌든 PC방 업계는 어떻게든 내부 의견 정리를 할 필요가 있어.
A 두 단체의 입장 정리는 절대 안될 거 같은데? 협동조합의 생명력은 투쟁밖에 없어. 앞으로도 쭉 이런 자세를 유지할 걸. 참고로 인문협이 진행한 불매운동은 죄다 실패했다. 그러면서 인문협은 불매운동이 아니라 어떻게든 대화로 풀자는 쪽으로 최근 노선이 바뀌었어. 화해모드로 가고 있다고. 하지만 협동조합은 아직 아니야.
B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PC방 업계지 뭐.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
A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순수하게 편집국 기자 입장에서 말해보자. 이 이슈는 취재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다들?
D 협동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긴 하다.
B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현상만 파악했지 내밀한 이야기는 못 들어봤잖아.
C 개인적으로는 스타크래프트2 때는 불매운동 벌이던 그들이 디아블로3에서는 잠잠한 이유도 한번 물어보고 싶다.
A 진위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잘못 했다간 언론이 놀아날 수도 있는거고.
B 만약 소상공인이 정말 단순히 먹고 사려는 단순한 이유였다면 음모론을 제기한 우리가 큰 실수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
B 게임사 과금정책이 비싸다고 하지 말고 PC방 가격을 현실적으로 올려야 하지 않을까. 과다 경쟁으로 10년 째 같은 요금을 제시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여.
D 그래 내부에서 일단 가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잡는 거지. 불필요한 출혈경쟁 안 일어나게. PC방 설립할 때 가입 의무를 부여하고 요금을 표준화하는 거야. PC방 성능에 따라 가격을 차등적으로 조율하는 방식으로 최고급 PC는 2000원. 중고 PC는 1500원 이런 식으로 말이지. PC방 요금이 100% 이상 마이너스 됐으니 힘들 수 밖에. 10년 간의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 PC방 요금은 지나치게 비 현실적이야.
A 저거 전직 PC방 점주출신이라고 또 오버하네. 아무튼 PC방들이 스스로 경쟁하면서 제 살 깎아먹기 식으로 가격을 낮춘 건 자기들에게도 책임이 있어. 그 책임을 게임업체에 돌리면 안되지. PC방 사용료를 일부 올리는 게 해답 같아. 학교 주변 PC방은 500원까지 하던데 그래서는 생활이 안되지.
D 개인적으로 협동조합이 힘을 얻으려면 PC방 평균 이용요금을 올리는 게 우선이겠다.
B 근데 그렇게 하면 일종의 담합으로 공정위에 걸리지 않을까?
D 서비스 가격 평준화도 담합에 들어가나?
A 잠깐. 그 문제까지 파고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대충 결론을 내보자. 오늘 나온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안티 협동조합으로 나온 감이 없잖아 있는데. 이걸 제대로 풀어나가는 과정을 밟아나갈 필요가 있을 것 같아.
B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일찍 마감하고 PC방이나 가봐야겠군. 분위기나 둘러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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