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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시간선택제? 본질 호도한 ‘눈가리식 아웅’식 명칭변경

정부가 선택적 셧다운제 명칭을 ‘게임시간선택제’로 변경한 것을 두고, 본질을 호도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규제 내용은 바뀌지 않았는데 명칭만 변경한다고 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질리 없다는 지적이다.

문화부는 26일 브리핑을 통해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선택적 셧다운제에 대한 세부사항을 소개했다. 문화부는 이에 앞서 선택적 셧다운제를 ‘게임시간선택제’로 명칭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셧다운제가 주는 부정적인 어감을 줄이기 위해서다.

관련 소식이 알려지자 게임업계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미 셧다운제란 단어가 일반인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정착된 상황에서 법 시행을 목전에 두고 갑작스런 명칭 변경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주요 내용은 그대로 둔 채, 명칭만 변경해 좋은 이미지를 심겠다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식’ 대처라는 지적이다.

시기를 문제 삼는 여론도 많다. 문화부가 셧다운제의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했다면 여성가족부가 해당 단어를 처음으로 거론한 2009년 단어순화에 나서야 했던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장기적인 안목부재를 탓하는 목소리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시간선택제라는 단어 자체는 자율권을 보장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부드러운 명칭이지만 부모가 자녀의 게임시간을 법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한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며, “법 시행을 앞두고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학계에서는 규제안이 산업과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외대 정치행정언론대학원 정재한 교수는 “정부가 규제안을 마련할 때는 많은 부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며, “내용은 물론 단어나 명칭이 갖는 부정적인 요소도 최소화 할 수 있게 신경 쓰는 것이 여론의 반발을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특히 생활과 밀접한 정책은 한번 정착되면 바꾸기 힘들기에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가까운 예로 2002년 월드컵 시즌 때 진행한 에스컬레이터 한 줄 타기 운동이 숱한 사고를 일으켜 두줄 타기로 변경하려고 해도 이미 정착이 돼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셧다운제가 이미 익숙한 단어가 된 만큼 정부가 바꾼 게임시간선택제란 명칭이 정착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자칫 관련 산업계와 국민들은 셧다운제라 말하고 있는데 정부만 다른 명칭을 사용하는 괴리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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