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게임 규제법인 강제적 셧다운제를 도입한 여성가족부가 내세운 근거는 모리 아키오 교수의 게임뇌 이론이었다. 게임을 하는 아이들의 뇌가 괴상하게 변해 결국엔 폐인이 되고 만다는 이 괴랄한 이론은 당시 사회적 표적이 됐던 게임을 공격하기에 아주 좋은 근거가 됐다. 각종 매체에 등장하는 인사들은 이를 인용해 게임은 해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고 결국 그렇게 셧다운제는 통과됐다.
당시 게임업계는 게임뇌이론이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한 일본 교수의 망상이라고 반발했지만 대세를 뒤흔들진 못했다. 이를 반박할 체계적인 이론이 정립되지 못한 탓이다. 게임이 뇌를 상하게 한다는, 적어도 황당 무계한 게임뇌를 반박하고 뒤흔들만한 이론적 근거가 미약했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게임문화재단이 지난 22일 개최한 인터넷&온라인게임 심포지엄은 방점을 둘만한 행사였다. 게임에 대한 근거없는 오해를 의학적으로 풀고 나아가 게임의 건전한 발전상을 논하는 자리였다. 게임이 아이들을 짐승으로 만든다는 허무맹랑한 게임뇌 이론을 뒤엎기 위한 게임업계의 작은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환영할만한 일이다.
의학계에서는 우리 사회와 언론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인터넷 중독(addiction)이라는 용어조차 재고해야 목소리를 높인다. 인터넷게임 중독을 단순히 중독이라고 보기 힘든 이유는 증상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으며 검사 도구의 신뢰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물이라는 단일 매개체로 중독 현상을 일으키는 약물 중독과 달리 인터넷 중독이 환경적인 측면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현재 학계는 우리가 인터넷게임 중독이라 부르는 증상을 충동조절장애(impulse control disorders)에 포함시키고 있다.
인터넷게임 중독을 중독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단정짓는것과 그렇지 않다고 보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임을 단순히 해악하다고 보는 것과 그렇지 않다고 바라보는 시점은 큰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인터넷게임 중독은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학계는 우선 인터넷게임 중독의 정확한 진단과 분류를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 합일, 신뢰도 높은 검사도구 개발, 장기적인 전향적 연구 등 심도깊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단기간에 성과를 보기는 어렵다.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게임업계는 인터넷게임 중독에 대한 정확한 규명과 연구를 위해 힘쓸 필요가 있다. 또한 정기적으로 연구에 따른 결과를 대중에 적극 알려야 한다. 증명되지 않은 게임뇌 이론이 게임업계를 뒤흔드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