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난상토론] 게임업계 구조조정, 노조가 해답될까

데일리게임이 야심 차게 시작한 '난상토론'이 새롭게 태어납니다. 게임업계 관련 뜨거운 이슈들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기사에 담지 못한 취재 뒷이야기들을 모아 재미있는 코너로 만들어가려 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최근 연이은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으로 실직하는 게임업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볼까 합니다. 아울러 게임산업에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필요한지 기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코너 특성상 반말로 진행되는 점과 다소 과격한 표현이 사용되는 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편집자 주>


◆게임업계, 왜 노조가 없나

A 최근 게임업계에 조직개편이 많다. NHN도 했고 네오위즈게임즈, 엔씨소프트도 대규모 조직개편을 실시했지. 조직개편을 하는 이유는 업무 효율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야. 문제는 조직개편 이후 이어지는 구조조정이지. 게임업계에는 여타 산업과 달리 노조가 거의 없는 탓에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직원들이 잘려나가고 있는 실정이야.

B 윗사람들 입장에서는 조직 효율 강화라는 밑밥이 깔리지만 실무자들이야 어디 그런가.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결국 구조조정이지.

C 보통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면 개발자들이 우수수 잘리곤 한다. 볼때마다 늘 안쓰러워.

D 개발자 위주로 잘리나? 개발 인력보다는 사업팀이나 재무팀 등 비개발진을 우선적으로 쳐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C 개발자 커뮤니티 들어가 보면 상황이 달라. 보통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내면 최소한의 인력을 남겨두고 죄다 아웃이다. 들어가는 인건비가 장난이 아니거든. 우스개소리로 개발자의 최종 테크는 경비나 치킨집 사장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지. 이들은 보통 35살에서 38살 가량의 치프급, 팀장급 개발자들인데 개발력이 정점에 달한 이들이 실직된다는 게 아이러니지.

D 그런 분들 몸값이 좀 많이 비싸지않나? 회사 입장에서는 그들을 해고하고 상대적으로 값싼 젊은 인력으로 대체하는게 싸게 먹히지 않아?

C 아까 내가 말한 팀장급 연봉이 한 1억 2000정도 돼. 이정도 되면 사측으로부터 퇴사를 종용받게 되지. 1억원이면 그 돈으로 신입급 5명을 부릴수 있거든. 조금 수준있는 애들은 한 3명정도? 하지만 아쉽기도 하다. 팀장자리에 까지 오른 사람이면 각종 난관을 헤쳐왔고 노하우도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인데... 이건 완전 현대판 고려장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A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35살 먹은 팀장 연봉이 1억이 넘는다는게 말이 돼? 말 그대로 능력자지. 지금 업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구조조정 열풍은 어쩌면 개발자들의 과도한 몸값이 불러일으킨 수순일수도 있어. 일반 대기업만 봐도 35세에 1억받는 곳은 정말 손에 꼽는다.


C 과도한 연봉의 대가로 개발자들이 어떤 작업 환경에 처해있는지도 봐야지. 이들은 연중무휴 365일 내내 일해. 하루 근무시간도 16시간 이상에 이르지.

D 그런 개발자가 어딨냐?

C 대형 업체들이 어떻게 포장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그런 푸념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올라와.

B 단순히 오버일수도 있는거지.

C 그렇게 오버하고 싶을 정도로 쥐어짜는건 사실이야.

A 자, 상황을 좀 정리해보자. 개발자가 됐든 운영자가 됐든 하루 아침에 잘려나갈수 있는게 게임업계다. 이들을 보호해줄 노조의 필요성이 절실해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노조가 있는 업체는 거의 없어. 왜이런 걸까?

B 게임 업체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사장이 팀장 겸 메인 프로젝터까지 겸하는 구조잖아. 사장까지 직원들과 함께 현장 일선에 나서고 있는데 감히 노조의 노자도 꺼내기 힘들겠지. 사장도 우리랑 같이 고생하고 있잖아.

C 개발자들이 전체적으로 내향적이라는 것도 큰 이유로 작용했을 것 같다. 이들 대부분이 집단생활을 못해. 노조를 이끌만한 리더가 없다.

A 집단생활못하는건 소수 일부만 그런 것 아냐?

B 일반적인 개발자 성향이라는게 있겠지. 근데 노조라는건 꼭 개발자 중심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어. 사무직원들 중심으로 노조를 운용할수도 있는거고.

D 현재 게임업체 중 유일하게 노조를 둔 곳이 KT를 모회사로 둔 KTH야. KTH를 제외하고 나머지 업체들은 노조를 설립하려고도 안해. 아까 말 나왔던 개발자들의 내향적인 성격도 이유가 되겠지만 전반적으로 업력이 짧다는 것도 이유가 될 것 같다. 게임산업이 이제 겨우 10년을 넘긴 산업인데 노조까지 결성하기에는 아직 설익었다는거지.


◆게임업계 노조, 과연 필요한가

B 이 시점에서 좀더 근본적인 이야기가 필요할 듯 싶다. 게임업계에 노조가 과연 필요할까?

A 필요하지 않을까. 아까 앞서 이야기했던 불합리한 구조조정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말야.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서도 노조는 필요하다. 현재 노조가 없어도 게임업계가 잘 돌아갈수 있는 이유는 오너들이 아직은 순수하기 때문이라고 봐. 직원을 마구 착취하는 악덕 기업이 없다보니 아직까지 노조의 필요성이 부각되지 않는거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산업 규모도 커질 것이고 악덥 기업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조직개편은 점점 잦아지고 구조조정도 규모가 커지면 노조의 필요성은 점차 부각되겠지.

B 또 한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지금은 게임업계가 이직이 엄청 자유로운 편이야. 이회사 아니더라도 날 데려갈 회사는 많거든. 고용해고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소리지. 하지만 지금은 게임 인력 시장에 인재가 많아. 최근 연이어 실시된 M&A와 조직개편을 통해 시장에 고급인력이 대거 풀렸거든. 지금 잘리면 어지간한 스펙으로 재취업하기도 힘들걸? 지금은 안잘리고 오래 붙어있는게 관건이다. 이러한 흐름이 심화되다보면 노조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 같다.

D 난 좀 생각이 다른데. 노조가 창의적인 게임 개발에 꼭 필요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야근도 못해, 주말에 회사 나오려면 수당줘야하니까 나오지도 못하게해. 완전 그냥 일반 회사처럼 되는거지.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진달까. 직원 입장에서 일하기는 참 좋겠지. 그런데 게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밤샘 작업도 어느정도는 필요한 부분인데 노조는 이를 원천 차단해. 이는 결국 전체적인 게임 완성도에 지장을 줄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C 간단한 문제다. 사측에서 노동을 시킨만큼 보수를 지급하면 될일이야.

D 지금까지 노조 없이 운영해온 업체들이 하루아침에 다소곳한 양처럼 순해질거같진 않다.

B 결국은 돈으로 귀결되는군. 노조 결성으로 개발자들 보수가 뛰면 몸값이 오를 것이고 그러면 이들을 감당할 수 없는 업체들은 이들을 해고할수밖에 없겠지. 챗바퀴 돌듯 도는 상황이다.

A 여기서 드는 또 하나의 의문. 개발자들을 노동자로 봐야할까?

C 지식 노동자지. 이들의 프라이드는 대단해. 이 회사를 먹여살리는 제품을 내손으로 만들었다는 프라이드. 주인의식이 남다르지.

A 그래서 그런지 개발자들은 맘에 안들면 회사를 박차고 나가서 자기 이름 걸고 회사를 차리는 경우가 많더라. 노조결성에 부담을 주는 부분이야.

B 맞아. 노조란게 일단 회사에 오래붙어있어야 한다는 대전제가 깔리잖아. 자의식과 주인의식이 너무 강하다보니 마음에 안들면 그냥 분사해버리는 추세다.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보다 그냥 그 상황 자체를 뒤엎어버리는 것을 택한다는거지. 이러한 구조때문에 게임업계에는 당분간 노조가 생기기는 힘들 것 같다.

A 그래. 아직 게임업계의 노조는 시기상조고 앞으로도 생기지 않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장기적으로 게임산업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려면 노조가 필요해보이기도 한다.

[데일리게임 편집국 desk@dailygame.co.kr]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일리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