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기점으로 국내 언론들은 해당 외신을 인용해 이 같은 사실을 전달했다. 게임 전문지뿐만 아니라 몇몇 지면매체도 해당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게임을 또 다른 마약으로 규정하며 게임 때리기에 나섰던 보수매체들에선 관련 기사를 찾을 수 없었다. 평소에는 자주 ‘포브스발’로 소식을 전달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물론 매체마다 편집방향과 논조라는 게 있다. 모든 외신을 다 ‘받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엇갈리는 견해를 가진 사안에 대해 편집방향에 맞는 외신들만을 보도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국민들의 알 권리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보수매체들이 게임중독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규제할 것을 주장했을 때, 그들은 외신들이 전한 학술지의 연구자료를 주장의 근거로 삼았다. 여전히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음에도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연구 결과만 보도해 사안을 편향적으로 만든 것이다.
국내외 정신과 학자들 사이에서 ‘게임 과몰입’ 문제를 ‘중독’으로 봐야 하는지는 여전히 견해가 엇갈린다. 의학적으로 ‘중독’으로 규정할 수 있는 신체적 현상이 나타나지 않기에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그럼에도 영향력이 큰 보수매체들이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단편적인 논거를 전달함으로써 ‘게임=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게임이 지닌 순기능, 산업으로서의 가치, 과몰입에 대한 의학적인 논란 등은 모두 배제한 채로 말이다.
이 때문일까. 공중파 모 퀴즈 프로그램에서 ‘게임산업의 수출규모가 음악산업 보다 7배나 많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출연자도 방청객도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영향력이 큰 공중파나 보수매체들이 연일 한류의 첨병으로 아이돌을 치켜세우는 것만 봐온 일반인 입장에서는 기껏 오락실 정도로만 여긴 게임산업이 음악산업 보다 수출을 많이 한다는 사실에 놀랄 만도 했을 것이다.
매체는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있는 그대로 다양한 의견을 전달해야만 한다. 과거처럼 방송과 신문지면을 통해야만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마우스 클릭 하나만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도 알 수 있는 시대다.
이런 때에 확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자신들의 논조에만 맞는 증거를 제공하다가 의도적으로 반대 증거들을 외면했다는 것을 독자들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