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최근 PC방을 대표하는 단체들의 행보가 판이하다 보니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PC방 대표단체는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과 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고, 엇갈린 행보의 대상은 넥슨이다.
지난 5월 25일 넥슨은 인문협과 상생하겠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발표가 있기 나흘 전부터 협동조합은 넥슨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었다. 같은 PC방 단체지만 한쪽은 넥슨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추켜세웠고, 다른쪽은 나쁜 회사라고 비난한 모양새다.
비슷한 일은 23일에도 일어났다. 넥슨은 이날 ‘PC방 사장님들 힘내세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소규모 PC방과 상생할 수 있는 ‘레벨업(Level up)’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히자, 협동조합측은 곧바로 ‘넥슨의 통합정량제가 끼워팔기’라는 내용의 반박자료를 공개했다.
이처럼 PC방 업계를 대표하는 두 단체가 넥슨에 대해 상반된 태도를 보이자, 게임업계는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극명하게 갈리는 주장 앞에서 PC방 업주들의 정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소업체 한 대표는 “PC방 업주들이 넥슨을 싫어한다는 것인지 좋아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중소업체들은 PC방 관련 정책을 짤 때 메이저 업체의 방향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넥슨처럼 하는 게 옳은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한 가지 사안에 대해 두 단체가 엇갈리는 이유는 노선 차이 때문이다. 두 단체 모두 PC방 업주들의 권리보장이라는 명제는 같지만, 인문협은 협력을 통해 협동조합은 투쟁을 통해 이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또한 넥슨이 인문협을 PC방 대표단체로 규정한 점도 양 단체의 태도를 다르게 만들었다. 외에도 협동조합측은 과거 인문협에서 활동했던 멤버들이 나와 단체를 구성한 만큼, 옛 단체와는 달라야 한다는 소명의식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성현 협동조합 이사는 “넥슨이 대화를 하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이 강경한 방법을 채택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하는 주장에 대해 무시하거나 중소기업청을 통한 질의에는 거짓으로 대답을 하는 등 PC방 업계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인문협과 노선을 달리하는 이유에 대해, “인문협은 넥슨으로부터 소식지 발간 등으로 자금지원을 받기 때문에 동일 사안에 대해서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문협측의 주장은 달랐다. 안성용 홍보팀장은 “과거 넥슨 서든어택 사태 때 먼저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인문협”이라며, “중요한 것은 일방적으로 시위나 불매운동을 하는 것 보다 힘든 PC방 업계에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정책적으로 고민하고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도 안 팀장은 “서든어택 사태 때 넥슨은 협상 테이블로 나왔고 미약하지만 해결하려고 하는 자세를 보였다”며, “그런 노력을 한 것 자체가 앞으로 PC방에 대한 정책변화를 이끌 수 있기 때문에 법적 대응을 한 블리자드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