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게임벤처 신화시대 끝나나
PART3. 스마트폰, 기회인가 위기인가
PART4. 규제 패러다임 이대로 좋은가(상)
PART5. 규제 패러다임 이대로 좋은가(하)
리그오브레전드’, ‘디아블로3’ 등 글로벌 대작이 한국 게임시장을 점령했다. 값싼 중국산 MMORPG와 웹게임 때문에 국내 중소 중견 개발사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온라인게임 개발을 포기하는 곳도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경쟁력도 미·중 업체들에 밀리고 있다. 세계를 호령했던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이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때 정부의 규제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고 업계 1,2위를 다퉜던 넥슨과 엔씨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연합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데일리게임은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학계와 정부,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온라인게임 업계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데일리게임 이택수 편집국장(이하 이택수 국장)이 사회를 맡았고 이승재 문화부 게임산업진흥과 행정사무관(이하 이승재 사무관), 박상우 게임평론가(TexLAB 대표, 이하 박상우 평론가), 김성곤 한국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이하 김성곤 사무국장), 박진서 넥슨 대외협력 이사(이하 박진서 이사), 윤문용 국회 전병헌 의원 비서관(이하 윤문용 비서관)이 대담에 참가했다.<편집자주>
◇데일리게임은 지난 31일 서울 서초동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의실에서 정부, 국회, 학계, 업계 전문가를 초청, '길잃은 온라인게임 업계'를 주제로 특별 좌담회를 개최했다.
◆ 외산 게임에 안방내준 온라인게임 업계
이택수 국장= 한국 게임산업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디아블로3, 리그오브레전드와 같은 외산 게임이 국내 PC방 점유율 40%를 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임물등급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중국산 저가 게임의 공세를 피부로 느낍니다. 지난 2010년과 2011년 사이 중국산 게임의 등급심의 신청건수는 43%나 늘었습니다. 물론 양질의 게임 콘텐츠가 국내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만 우수했던 국산 콘텐츠 경쟁력이 외산게임이 잠식당하고 있어 우려됩니다. 중저가 게임은 중국게임으로, 대작 게임 역시 북미 등 외산게임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각계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박상우 평론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외산게임의 질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상위 10위에 진입한 외산게임의 특징은 MMORPG가 아닌 다양한 장르라는 점이 특징인데요. 국내 게임업체들이 만들지 않는 게임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 부분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한국 온라인게임은 나름 전문화됐다는 점입니다. 한정된 리소스로 다 잘할 수 없으니까요. 이처럼 우리나라는 MMO 위주로 게임 산업이 전문화됐지만 이 외의 영역에 대해 국내 업체들이 담보하기 어습니다. 수용키 어려운 부분을 외산게임에 잠식당했다는 것이죠.
물론 이를 나쁘게만 볼수는 없습니다. 국내 시장이 외산게임에 잠식 당한만큼 한국 MMO 게임도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저는 통계적으로 덜 노출되지 않는, 상위 등수 이외의 게임 즉 중저가 게임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개발비 20억원에서 50억원 정도 들어가는 게임들 말이죠. 이런 게임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개발하는 업체가 없습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게임 시장은 메이저만 있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B급도 있고 C급도 있죠. 국내 업체는 개발하지 읺고 있는 이 분야의 수요를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 이를 중국 게임이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게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도 그랬습니다. 한국의 업체들도 중저가 게임을 통해 노하우를 익혔고 이는 대작 개발의 밑바탕이 됐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중저가 게임을 만드는 중국 개발사들이 첨단화된 한국 시장을 통해 빠르게 발전하는 계기를 제공해 주고 있지 않습니까.
◆ 중국산 저가게임에 개발 생태계 붕괴
한국에서는 게임의 사이즈가 관건이 됐습니다. 벤처캐피탈도 어차피 리스크가 있다면 사이즈가 큰 회사에 투자하는걸 안전하다고 봅니다. 중저가 게임에는 투자를 하지 않죠. 이말은 중저가 게임 개발사가 살아남는 환경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중저가 게임 하나가 대박을 쳐서 차기작 개발을 고려할수 있는 회사조차도 투자받기 어려운 시장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 회사를 경영하는 대표들의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만들던 게임 아이피 매각하고 업계를 떠나는 수밖에 없겠죠. 2~3년 뒤에는 상위 몇개 게임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 게임으로 대체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박진서 이사)= 시장이 항상 트렌드를 따라가지는 않습니다. 여러 내적, 외적 환경에 따라 2~3년 뒤의 상황이 또 바뀝니다. 지금의 게임 시장도 몇년전부터 예고됐던 상황입니다. 다소 비관적일수도 있는데, 국내 게임들의 해외에서의 성과가 낙관적일까요. 아닙니다. 박상우 평론가께서 언급하신 MMO 게임들도 해외에서 밀리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중국 게임들도 마찬가지인데요. 단순한 중저가 게임이라 치부하기도 어렵습니다. 중국 내수시장을 굉장히 만족시키고 1~2년 정도 지난 게임이 저가로 한국에 넘어오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개발비 100억원이 투입된 게임은 돈 많이 썼다는 평가가 나왔어요. 지금은 이 100억원이 중저가 게임수준이죠. 왜 이렇게 됐냐면 중국 시장의 위상이 변화했기 때문이에요. 과거에는 2~3억원 정도 들인 게임도 중국에 수출하면 먹고살면서 차기작을 노릴수 있었어요. 그러던것이 2006년 즈음해서 중국이 더이상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더이상 이런 자급할 수 있는 환경이 사라져버렸어요. 선순환구조가 파괴된거죠. 지금껏 중국 시장에 의존해오던 한국 개발환경이 붕괴된겁니다. 이때부터 중소업체부터 메이저 업체에 이르기까지 중국 이외의 시장을 개척하고자 많은 시도를 했는데 아직 '퍼펙트'한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없습니다. 향후 전망이 우려스러울수밖에 없죠.
박상우 평론가= 공감합니다. 한국 게임 시장은 중국 수출에 의존해 급성장했는데 이 흐름이 깨지기 시작하니까 한국 게임에 위기가 오는것이죠.
◆ 중국 수출로 개발비 충당했던 선순환 구조 무너져
박진서 이사= 지금까지 중국은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에 있어 고마운 존재였는데 순환구조가 깨지면서 이 관계가 점차 역전되고 있다는거죠. 항상 200억원 이상 개발비가 투입되는 게임만 낼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한국에서는 라이트한 게임을 만들어도 기본 30, 40억원은 넘어가니 차라리 5억원짜리 중국 게임을 사와서 서비스하는게 트렌드로 자리잡은거죠.
이택수 국장= 중국은 외산게임에 대한 쿼터제가 있습니다. 외국 게임이 중국에 서비스하려면 그전에 중국게임을 수입해야한다는 논리죠. 그래서인지 중국 게임이 우리나라에 진출하는것은 매우 손쉬운데, 반대로 국내 게임의 중국 진출은 많은 제약이 걸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승재 문화부 행정사무관(이하 이승재 사무관)= 제 생각은 다소 다릅니다. 게임 시장은 말 그대로 시장 경제 논리를 따르기 마련입니다.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분류하는 PC온라인게임의 등급분류건수는 감소하고 있습니다만 스마트폰게임의 등급분류 신청은 늘어나고 있죠. 투자의 흐름역시 온라인게임에서 스마트폰게임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점을 세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인터넷 실태를 조사한 것에 따르면 우리 문화가 점차 PC에서 멀어지고 있어요. 게임 뿐만 아니라 생활 자체가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이 되는 상황입니다. 이가운데 국내 PC 온라인업체들도 불확실한 고가의 자체개발작에 투자하느니 값싼 중국 게임을 수입하는 편이 낫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게 더 기업의 이익을 보장할수 있는 길일테니까요.
윤문용 비서관= 중국 쪽 이야기를 좀 하고싶은데요. 아까 이택수 국장님이 짚어주신 것처럼 중국에서 국내 개발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지만, 중국 게임은 자유롭게 국내 시장에 진입합니다. 이러한 비대칭 구조는 문화부가 해결해야할 문제 아닙니까?
◆ 해외시장 다변화로 활로 찾아야
이승재 사무관= 문화부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한중 FTA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야지요.
이택수 국장= 중국이 자국 게임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판호처럼, 국내 시장에서도 외산 게임에 대한 규제 정책을 내놓을 수는 없나요?
박상우 평론가= 중국 같은 특정 국가에 한해 요구하긴 힘들어보이는데요. 또한 상당히 위험해보입니다. 정책적으로도 어렵고.
이승재 사무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국가와 국가의 관계는 상호주의입니다. 저쪽에서 한다면 우리도 하는게 맞습니다. 중국이 규제하면 우리도 규제하는게 맞다는 소리죠. 다만 이게 쉽지 않은 이유는 다른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수출에 영향을 미칠수도 있어요. 다 연동되니까 말입니다.
박상우 평론가= 이 문제는 게임산업계가 해결할 문제는 아닌것 같습니다. 정부차원의 논의가 되야죠. 국내 게임산업의 위기는 중국에 의존하던 구조가 해체되면서 이에 따른 전환점을 찾았어야 했는데 이 전환 포인트를 찾는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이택수 국장= 그렇다면 중국을 대체할 해외 시장을 찾는게 해법이 될 수 있나요?
박상우 평론가= 이미 동남아시아나 인도네시아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초기 중국 시장에서 확보했던 성장 모멘텀을 다시금 이들 신 시장에서 찾으려는 것이죠.
박진서 이사= 그게 바로 인도네시아 시장이죠. 국산게임의 점유율도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정서가 우리와 비슷해서인것 같습니다. 게임도 문화콘텐츠라서 한국과 정서가 비슷한 국가에서 대박을 칠 경우가 많아요. 유럽쪽에서는 터키가 또 한국과 정서가 비슷하죠.
김성곤 사무국장= 게임업계는 너무 빠른 변화를 겪고 있어요. 여타 산업은 몇년에 한번씩 변화가 나타나는데 게임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어요. 극단적으로 내년에 게임산업협회 협회장이 새로 선출될텐데 외국 업체가 할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한국게임산업협회 협회장은 무조건 한국인이 해야된다는 논리가 있었습니다. 위험한 발상일수도 있게쓴데 이같은 폐쇄적인 생각은 안맞다고 봅니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발전한 것은 이용자와 개발자 모두 훌륭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독 중국 게임에 대해서만큼은 폐쇄적인 입장으로 대하는 것일까요. 전 반대입니다. 개방이 맞습니다. 지금 중국게임이 득세하고 있는 이같은 정세가 내년에도 같을까요? 아닙니다. 분명히 달라집니다. 요즘 게임업체들이 모바일게임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같은 추세가 가속화되면 지금은 없던 모바일게임 관련 규제가 나올 겁니다. 전 국내 게임산업이 좀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택수 국장= 지금의 중국게임이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김성곤 사무국장= 체질의 문제입니다. 최근 게임산업이 너무 규제에 휩쓸리다보니 스스로 투자 주체를 다른 국가에 빼앗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차이일 뿐입니다. 다시 체질을 강화한다면 지금의 공정경쟁, 자유경쟁을 시키는게 더 나을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투자 형태를 보면 전부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입니다. 이러한 양상이 곧 게임업계의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 게임은 문화콘텐츠,자유경쟁 방치는 위험
박진서 이사= 국내 게임 시장은 포화상태입니다. 국내 게임산업은 지난 10년간 인터넷의 발전과 PC의 보급과 함께 커졌는데요. 특히 얼마나 좋은 PC가 보급되는지 여부가 게임 시장의 질적인 발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하드웨어 인프라는 가히 상한선에 도달한 상태입니다. 새로운 연령대의 게임 이용자층이 올라오지 않는 이상, 게임 시장은 고착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두번째로 왜 게임업계 흐름이 스마트폰게임으로 가느냐 하면, 아무래도 규제가 없는 쪽으로 사업 흐름이 흐를수밖에 없습니다. 옆나라 일본에서 대형 모바일게임 업체들이 나올수 있는 이유도 규제가 덜하기 때문이죠. 새로운 사업 물꼬를 틀고 나가는 것이 선구자적인 시각이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주변 정황이 뒷받침해줘야죠.
박상우 평론가=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자유경쟁, 산업적으로 봤을 때는 타당합니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봤을 때는 다소 위험합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소비만 하는 지역이 되는지, 성장과 소비가 순환적으로 이뤄지는지는 해당 국가의 영향이 큽니다. 한류의 가치는 한국의 문화를 해외 다른 국가에서 영향력을 가지는데 있습니다. 20여년전만 해도 지금의 한류를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한국은 팝송의 소비지역이었지 음악 생산국가는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문화적 종속성이 나타나는데요. 사무국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게임 업체들이 살아나려면 자유경쟁이 타당합니다만 게임은 문화적인 측면도 커 이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우리만의 색깔을 가진 게임이 나와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속 생산이 가능해야 합니다. 자유경쟁도 좋지만 우리 게임 생태계를 계속 이어나갈수 있도록 서포트해주는 것이 관건입니다.
김성곤 사무국장= 중국은 특정 문화상품을 수출하기 위해 허가증을 요구하지만, 어느정도 자신이 생기면 제약없이 개방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철저히 보호정책을 펼치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영화시장의 경우 스크린쿼터제를 통해 국내 영화를 보호했죠. 그러다 어느 순간 이를 없애고 전면개방하지 않았습니까? 영화 상품의 질에 자신이 생겼다는 거죠.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런 말씀을 드린 겁니다. 게임 문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습니다. 우리 개발자의 실력도 뛰어납니다. 게임이 성장하기 위해선 글로벌 문화권을 습득해야 합니다. 즉 외국 문화도 일부 흡수할 필요가 있다는거죠. 종속되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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