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도 기억 한켠에 슈팅게임의 추억은 꼭꼭 묻어놨던 것 같다. 적의 총알을 간발의 차이로 피하는 쾌감, 화면을 모두 뒤덮는 강력한 일격이 주는 재미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거울전쟁-신성부활'(이하 거울전쟁)의 등장에 눈길이 쏠렸다. 온라인게임이 득세하고 RPG가 주류 장르로 자리매김한 시대다. 슈팅이란 FPS밖에 볼수 없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겨났을 법도 하다. '거울전쟁'은 시대를 역류한 반항적인 게임이다. 접어뒀던 슈팅의 추억이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이 게임은 도대체 뭔가'하고.
◆슈팅과 RPG의 절묘한 조화
'거울전쟁'의 첫 인상은 RPG에 가깝다. '천편일률'적으로 보아왔던 RPG말이다. 자신이 플레이할 직업과 외모를 고르는 과정이나, 시작 마을인 '모드'에서 돌아다니는 캐릭터의 모습은 영락없는 RPG의 그것과 쏙 빼닮았다. 마을에는 주인공에게 퀘스트를 주고자 하는 NPC들로 가득하고 이용자는 이를 수락해 목표를 달성하면 된다. 즉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정신없이 적의 총알을 피해야 했던 '라이덴'같은 게임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거울전쟁'은 RPG와 슈팅의 재미요소를 절묘하게 섞은 게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적과의 신나는 전투를 즐기고 싶다면 마을 밖 외곽으로 통하는 통로를 찾으면 된다. 이곳에 다다르면 월드맵으로 화면이 바뀌며, 인근에 위치한 사냥터를 접할 수 있다.
전투를 시작하면 정말 슈팅게임을 즐기는 듯한 화면으로 전환된다. 횡으로, 종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은 적들의 총알로 얼룩진다. '라이덴'과 '거울전쟁'이 다른점은 유선형의 비행기 대신 판타지 영웅이 기체(?)로 등장한다는 점. 고블린, 오우거와 같은 괴물들이 이용자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난이도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편이다. 한대만 스쳐도 폭발하는 여타 비행슈팅과 달리, '거울전쟁'에서는 적들의 공격을 네다섯대까지 맞아줄 수 있는 체력이 존재하기 때문. 손실된 체력은 물약 등을 통해 다시 회복할 수 있다. 적의 공격을 한두대 맞아도 끄떡 없다는 점은 엄청난 위안감을 가져다준다.
보스를 처치하면 각종 장비와 경험치 등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캐릭터를 보다 강하게 육성시킬수 있다. RPG의 성장 요소가 가미된 대목이다.
◆적절한 난이도... 단조로운 재미도 다양하게
'거울전쟁'의 미덕은 게임의 패턴을 다양하게 추구했다는 점이다. 사실 슈팅게임의 얼개는 별것 없다. 적의 공격을 피하는게 끝이다. 스테이지마다 약간의 변화가 있을지언정 이같은 핵심은 변화가 없다. '거울전쟁'역시 큰 그림에서 보면 이같은 얼개를 크게 벗어나진 못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양한 변화를 주고자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우선 앞서 언급한 '점프'의 존재다. 상하좌우 방향키 외에 또다른 회피수단이 존재하는 것. 타이밍에 맞춰 적의 공격을 '폴짝' 뛰어넘으면 묘한 쾌감이 밀려온다. 점프로만 뛰어넘을 수 있는 함정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게임의 단조로움은 덜한 편이다.
시점이 시시각각 변한다는 점도 색다르다. 종스크롤로 펼쳐지던 전투가 보스의 패턴 변화를 기점으로 횡스크롤로 바뀌기도 한다. 이렇게 시점이 바뀔때면 전혀 다른 게임을 즐기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게임의 난이도도 적절한 편이다. 각 사냥터별로 3개의 서로 다른 난이도를 준비해 실력에 맞게 도전할수 있게 했기 때문. 시쳇말로 '발로 해도' 클리어할 수 있는 난이도가 있는가 하면 적의 총알로 배경화면이 뒤덮이는 '탄막슈팅'급 난이도도 경험할 수 있다.
'거울전쟁'은 분명 지금까지 경험했던 RPG류와는 사못 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어린 세대들에게는 빠른 템포로 펼쳐지는 쫄깃쫄깃한 슈팅 전투를, 2030세대에게는 추억의 오락실의 풍미를 다시금 되살려줄 것으로 보인다. '원코인'으로 최종 보스를 격파하던 왕년의 슈팅 실력자들이 집결할 순간이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a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