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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길드워2, 게이머에게 자유를 돌려주다

[[img1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틀에 짜여진 게임에 길들여져 왔다. 플레이 패턴에서 '정답'을 찾았고 퀘스트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을 알아냈다. 온라인게임에도 경쟁이 있는 만큼, 다른 게이머들보다 빠르게 레벨업하고 퀘스트를 해결해 가는 게 좋을수 있다. 하지만 RPG를 이렇게 플레이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짓'일까?

롤플레잉 게임의 본질은 탐구와 모험이다. 이 과정에는 절망과 실패도 있다. 모든 성공과 시행착오도 게임속에서 이뤄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시행착오다. 퀘스트를 수행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는 게임이 의도하고 있는 결과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게이머들과 시행착오를 경험한 게이머들은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실패와 실수를 거쳐 문제를 해결했을때 얻게되는 기쁨은 '가이드북'을 참고해서 퀘스트를 해결했을때 얻는 기쁨과 비교할 수 없는 짜릿함을 전해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게이머들은 온라인게임을 수학능력시험 보듯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플레이의 창의성도 사라졌다. 온라인게임 개발사들도 게이머들의 기호에 맞춰 게임을 만들어냈다.

창의적 플레이를 유도하기 보다 정해진 길을 빨리 찾아 내는 형태였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콘텐츠를 소모하는 게이머들이 됐다. 개발사들은 게이머들의 콘텐츠 소비 속도에 맞춰 게임을 만들다보니 본질적인 재미는 제쳐놓고, 퀘스트 숫자를 무한대로 늘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길드워2는 이런 패턴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만들어 낸 작품이다. 게이머들의 취향에 역행하는 게임이 나왔으니 망했어야할 것인데 초장부터 뜨겁다. 많은 게이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플레이의 자유를 갈망해 왔던 것이다.

지난 2000년대 초반만해도 MMORPG는 나름 자유로웠다. 물론 자유로운 만큼 하나같이 불친절했다. 특히 퀘스트 수행방식이 난해했다. '에버퀘스트'로 대변되는 당시 3D MMORPG들은 지금 기준에서 봤을 때 투박하기 이를데 없었다. NPC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고역이었다. NPC의 대사를 꼼꼼이 읽고 그에 맞는 대사를 다시 입력해야 했기 때문이다. NPC의 대사 속에 숨겨진 키워드를 찾아내야 했다. 그래야 NPC는 이용자에게 퀘스트를 제공했다. 퀘스트 수행지역까지 찾아가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요즘 게임에는 흔하디 흔한 미니맵도 없었던 탓이다.

MMORPG 퀘스트 난이도가 급격히 쉬워진 것은 2005년부터다.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전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이 게임이 선보인 퀘스트 시스템이 대중화됐기 때문. 기나긴 텍스트를 일일이 읽어야 했던 이용자들은 이제 단순히 NPC 머리 위에 뜬 '느낌표'(!)만 찾으면 됐다. 퀘스트 완료 역시 '물음표'(?)를 머리 위에 띄운 NPC만을 찾아내면 끝이었다.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이 시스템은 이후 7년 이상 동안 전세계 게임 개발자들을 사로잡는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이후 출시된 무수한 MMORPG들은 공통적으로 이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것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이제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많은 신작 MMORPG가 출시되고도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똑같은 퀘스트 시스템도 한몫했을 터다. 언제부턴가 이용자들은 기계적으로 퀘스트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몇 마리의 몬스터를 잡아오라는 단순한 퀘스트의 반복에 MMORPG의 서사는 어느새 함몰됐다. 이용자들은 MMORPG의 본질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길드워2' 열풍의 이유는 바로 이 변화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7년간 게임 개발자들이 버릇처럼 답습해오던 퀘스트 시스템을 '길드워2'는 과감히 탈피했다. 흔하디흔한 느낌표와 물음표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게임은 태고적 RPG처럼 특정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곧바로 퀘스트가 발생하는 방식이다. 이용자는 자신의 접한 상황에 대해 자신의 행동을 선택해야 한다.

가령 괴물들의 습격을 받는 마을에 당도했다고 가정해보자. 이용자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경비대와 함께 괴물을 소탕할수도 있고 못본척 마을을 떠날 수도 있다. 흥미로운건 이 선택에 따라 '길드워2' 월드가 바뀐다는 점이다. 이용자 중 아무도 마을을 도와주지 않으면 이 마을은 폐허가 되고 만다.

이처럼 '길드워2'의 퀘스트 시스템은 이용자의 자유도를 전에없을 만큼 확대했다. 상황에 따른 변수도 많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 인위적으로 NPC에게 퀘스트를 받던 여타 MMORPG와는 큰 차이점이다. 캐릭터 성장 방식에도 그만한 자유도가 부여됐는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이 만큼의 변화도 괄목할만 하다.

오래전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은 온라인게임과 패키지게임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적이 있다. "패키지게임은 개발자가 만들어 놓은 월드에서 스토리를 따라가는 방식이라면, 온라인게임은 개발자와 사용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리니지 성공 이후 다양한 형식의 MMORPG를 시도하고 있는 엔씨소프트는 이번에 선보인 '길드워2'에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 듯 하다. 무엇보다 게이머들에게 플레이의 자유를 돌려주었다는 점에서, '길드워2'는 상업적 성공 이상의 가치와 혁신을 이뤄낸 게임으로 기억될 것이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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