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하면 게임은 마약, 카지노와 같으니 청소년들에게 허용을 금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한다는 내용이다. 정정식 주무관의 논리 구조는 나쁘지 않다. 백해무익한 마약을 청소년에게 팔지 않는 것처럼 게임 역시 관리해야한다는 점이 정 주무관이 내세우는 논리다.
그러나 의제 설정 자체가 잘못됐다. 게임과 마약을 동일선상에 놓은 사실 자체가 잘못됐다. 애시당초 의제 설정이 잘못됐으니 정 주무관이 펼치는 논리도 결국은 틀린 것이 된다. 결론은 정 주무관은 쓸데없는 소리만 모두가 보는 SNS상에 올린 꼴이다.
정 주무관은 도박, 음주, 담배, 마약과 게임이 어떻게 다른지 업계가 증명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 전에 앞서 정 주무관은 왜 게임을 마약 등과 동일 선상에 놓았는지 먼저 입증할 필요가 있다. 게임은 그저 해악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이런 결과물을 낸 것이라면 달리 할말은 없다.
흔히 게임 중독이라고 불리우는 증상과 여타 약물 중독과의 상관관계는 의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단계다. 이제 막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오히려 게임 중독 증상은 일반적인 중독과 다르다는 초기 연구 결과도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 뤼트 판 홀스트박사 연구팀은 게임 과몰입자의 신경 정신 반응은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자에 비해 다르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게임 중독을 중독이라고 단정지을만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6월 게임문화재단이 개최한 '인터넷&온라인게임 심포지엄'에 패널로 나선 의학자들 역시 게임 중독을 단순히 중독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입을 모은 바 있다. 게임과 마약을 동일선상에 놓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데 정 주무관은 이를 굳게 믿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부분은 또 있다. 게임의 유해성을 거론하기에 지식경제부는 '격'이 맞지 않다. 지식경제부는 국내 산업의 수출 진흥과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정부 부서다. 진흥을 하면 했지 규제하는 정부 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게임 산업은 우리 문화 콘텐츠 중에서도 수출 1위에 빛나는 효자 산업이다.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이 달성한 수출 규모는 4조원. 전체 문화콘텐츠 수출 규모 중 72.4%에 해당하는 규모다.
게임산업을 격려해줘도 모자랄 지식경제부가 의도를 알 수 없는 모호한 발언으로 게임업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부족한 재정 확보 차원에서 게임산업을 건드리고 있는 여성가족부가 갑자기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가는건 왜일까.
게임을 마냥 마약과 동일하게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 어떻게 하면 달라질 수 있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