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민영환 부사장은 이제 성공적인 게임 디렉터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스트소프트를 대표하는 '카발' 시리즈가 바로 그의 작품. 처녀작 '카발온라인'은 중국 등 해외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후속작 '카발2'는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알'시리즈와 게임을 만드느라 10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는 민영환 부사장. 철없던 까까머리 소년 시절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건 게임을 만들기까지 그의 인생 여정을 들어봤다.
◆"로드런너 같은 게임 만들고 싶었어요"
"'로드런너'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1983년 출시된 '로드런너'는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적을 피해 금을 모으는 게임이다. 세계 최초로 맵 에디터를 선보인 게임이기도 하다. 소년 민영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바로 이 맵 에디터. 각양각색의 맵을 만들며 '로드런너'를 즐긴 그의 가슴 한켠에는 어느덧 게임이 자리잡고 있었다. 프로그래밍을 배운 이유도 바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청년 민영환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는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대표와의 특별한 인연 때문. 94군번 여군학교 방위병으로 군생활을 보낸 그의 바로 윗 선임이 바로 김장중 대표였다. 전우애로 다져진 두 사람은 전역 후에도 자주 만나 친분을 쌓았다. 이때의 인연이 계기가 되어 그는 1999년 이스트소프트에 전격 합류한다.
당시 이스트소프트는 조그만 회사였다. 전체 직원 9명. 커다란 밥솥에 고추장과 마가린을 넣어 다같이 밥을 비벼먹던 시절이었다.
"입사 후 2주만에 (김장중)사장님한테 달려가서 격주에 한번씩 토요일에 쉬게 해달라는 요청을 드릴만큼 막역한 사이였어요. 덕분에 이스트소프트는 99년부터 주5일제를 실시한 유일한 회사가 됐지요. 사장님은 아직도 그때 이야기를 꺼내곤 하십니다"
처음부터 게임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당시 이스트소프트는 게임과는 거리가 먼 회사였다. 신입사원이었던 그가 처음 맡은 업무는 포스 계산기를 매장에 설치해주는 일이었을 정도.
이후 민영환 부사장이 개발한 '알' 시리즈가 대박을 치자 그는 잠시 접어뒀던 게임 개발의 의지를 드러낸다. 김장중 대표에게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 다행히 김장중 대표가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이스트소프트는 2002년부터 게임 개발회사로 변신하게 된다. 물론 시작부터 화려하지는 않았다.
"당시 총 3명으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어요. 제가 클라이언트를 맡고 한명이 서버, 또 한명이 기획을 맡았죠. 게임 개발에 대한 노하우요?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냥 맨땅에 헤딩한거죠"
그렇게 나온 것이 이스트소프트의 첫 게임 '카발온라인'(2005). 쿼터뷰 시점과 강렬한 타격감으로 호평받은 '카발온라인'은 중국 등 해외에도 수출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는다.
◆카발2로 게임인생 2막 연다
민영환 부사장이 이스트소프트에 입사한지 13여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스트소프트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전체 직원 9명의 조그만 회사는 어엿한 중견급 상장사로 거듭났고 그도 일개 신입사원에서 부사장으로 직급이 올랐다. 이스트소프트의 핵심으로 떠오른 게임 개발을 총괄하는 것도 그의 몫이 됐다. 클라이언트 개발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던 민영환 부사장이 이제는 게임 기획을 맡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현재 민영환 부사장은 차기작 '카발2'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개발기간만 5년. 전작의 아쉬웠던 점을 모두 개선한 야심작이다. 전작 '카발온라인'이 일일이 배워가며 만든 게임이라면 '카발2'는 이제 그동안 쌓은 개발력과 라이브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보이는 기대작이다.
"일인지 게임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게임을 많이 봤어요. '카발2'를 개발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게임다운 게임을 만들자는 겁니다"
'카발2'에는 무작정 많은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일명 '노가다' 플레이가 없다. 한번의 스킬을 써도 재미를 줄 수 있도록 표현과 방식에 공을 들였다. 전작의 핵심 재미 요소인 연속기 시스템을 보다 개량해 탑재한 부분도 눈에 띈다.
"개발팀의 넘치는 에너지를 억누르는게 제 일입니다. 한정된 자원과 시간으로 게임을 개발하려면 어쩔 수 없지요. 어느 한쪽만 유난히 부각된 게임보다는 전체적인 균형이 잘 잡힌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수출 대로도 탄탄하다. 지난해 '카발2'의 첫 비공개테스트(CBT)를 실시한 이후 많은 해외 바이어들이 이스트소프트를 다녀갔다. 이미 태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진출이 확정된 상황. 전작 '카발온라인'은 전세계 60개국에 진출했었다.
이스트소프트는 오는 10월 11일 '카발2'의 2차 비공개테스트를 실시후 이르면 연내 게임을 공개할 계획이다. 요즘 그는 바쁘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며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게임의 '디테일'을 살리는데 한창이다. 그는 '카발2'로 자신의 게임인생 2막을 막 열었다.
"'카발'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많아요. 제 이름을 걸기에는 너무 미안한 프로젝트지요. 제가 한 역할은 극히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많은 이들이 이 게임에 공을 쏟았거든요. 저희가 가진 역량을 십분 발휘해 '카발2'를 만들었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