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행사가 끝나고 저녁자리에서 이정헌 넥슨 ‘피파온라인3’ 사업총괄실장이 한 말이다. 의례히 하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이 실장은 넥슨에 10여년이 넘게 있었다. 그는 ‘바람의나라’ 기획자였고, 넥슨닷컴을 만들었으며, ‘카트라이더’ 프로젝트매니저(PM)에 퍼블리싱 팀장을 맡기도 한 순수 ‘넥슨맨’이다. ‘피파온라인3’(피파3)를 맡기 전까지는 네오플 기획조정실 실장으로 ‘던전앤파이터’(던파)를 중국 국민게임으로 키웠다. 본인은 손사래를 치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넥슨의 ‘에이스’가 그다.
넥슨 경영진은 그에게 ‘피파3’를 맡기고 넥슨으로 복귀시켰다. ‘던파’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성장을 위해 ‘피파3’가 더 중요하기에 내린 결단이다. 넥슨은 ‘피파3’를 가져오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은 잘 알려진 일. 넥슨이 퍼블리싱한 게임 중 최대 규모인 ‘피파3’를 ‘에이스’에게 맡기는 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이정헌 실장은 ‘피파3’ 성공을 위해 회사로부터 많은 것을 약속 받았고 빠르게 움직였다. 게임 오픈과 상용화 시점에 대대적인 마케팅을 시작하는 업계의 통념도 깼다. 이 게임을 알리기 위해 테스트부터 대규모 마케팅에 돌입했다.
이 실장은 축구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영국 프리미엄 리그(EPL), ‘캡틴’ 박지성이 있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과 스폰서쉽을 이끌어냈다. 게임업계 최초다. 전 세계 47억 명이 지켜보는 EPL에 ‘넥슨’과 ‘피파3’라는 이름을 알릴 수 있게 기반을 다졌다. 수준 높은 영국 축구를 좋아하는 게이머들을 위해 ‘클럽투어’라는 생소한 이벤트를 만들었다.
이 실장은 ‘성공 아니면 끝’이란 생각으로 모든 걸 걸었다. 넥슨은 2009년 조직개편을 통해 ‘팀’ 단위 조직에서 기능중심의 ‘실’ 단위로 체계를 바꿨다. 신규 프로젝트를 런칭시키는 것도 실이 맡아 왔는데 ‘피파3’만큼은 과거처럼 팀 단위로 움직일 수 있게 경영진을 설득했다. 태스크포스팀(TFT)이 꾸려졌고 90여명의 사업과 운영인력이 합류했다. 한시적 ‘팀’이지만 ‘실’이 무색할 정도의 규모다.
‘피파3 게이머들에게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뜻에서 업계 최초로 24시간 고객 서비스 센터를 운영한다는 약속을 회사로부터 받아냈다. 또한 ‘렉’과 장애를 최소화 하기 위해 전용 서버와 회선 등 물리적인 장비에 대한 최고의 인프라를 제공할 예정이다.
회사가 유례없는 지원을 한 만큼 ‘피파3’는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실패하면 닭 집 차리겠다’는 이 실장의 말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피파3 게이머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입니다. 최고와 최선, 이것이 제가 약속드릴 수 있는 두 가지, 키워드 입니다. 게임팬 뿐 아니라 축구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대규모의 다양한 마케팅이 진행될 것입니다.”
과연 목표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넥슨이 확보한 ‘피파3’ 서비스판권은 국내 시장에 한정된다. 수익의 상당부분은 EA와 나눠야만 하는 구조다. EPL 구단을 후원하는 등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하고, 전담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 수 밖에 없다. 총력전으로 게임을 띄운다 하더라도 정작 이익은 남지 않는 ‘요란한 잔치’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느 정도의 성공을 바라는지 물었다.
“꿈은 큽니다. 축구게임장르에서의 1등이 아닙니다. 그건 당연한 것이고요, 리그오브레전드(LOL)를 뛰어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내 축구시장 규모가 천억원 정도지만 여전히 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EPL을 좋아하지만 게임은 아직 안 해본 사람까지 게이머로 만들어 시장 전체를 키워나가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런던(영국)=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