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여가부는 청소년인터넷 게임건전 이용제도(일명 셧다운제) 적용 대상 게임물 범위의 적절성을 평가하기 위한 평가 계획을 확정 고시한다고 밝혔다. 2년 마다 셧다운제 대상 게임물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 만든 평가표지만, 사실상 2년 유예된 스마트폰게임까지 셧다운제에 포함시키기 위한 노림수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게임물평가척도 원안에는 ‘게임 캐릭터의 레벨, 능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과 역할을 분담해 협동하는 게임구조’,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심을 유발하는 게임구조’, ‘게임에서 주는 도전과제에 성공했을 때 레벨업, 스킬 향상 등이 제공되는 게임구조’ 등 일반적인 게임이 갖춰야 할 요소를 셧다운제 평가대상으로 잡아 비난을 샀다.
최종안은 평가문항이 12개에서 7개로, 평가척도는 5점에서 4점으로 줄었지만 원안과 같이 협동심과 경쟁요소를 셧다운제 대상으로 삼았다. 게임의 본질이 타인과의 협동과 경쟁이지만 여가부는 이를 여전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게임 캐릭터의 레벨, 능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게이머들과 역할을 나누어서 지속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게임이다’라는 문항이나 게임결과 점수 기록 게임아이디 등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해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게 하는 방식과 같이 다른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경쟁심을 과도하게 유발한다’는 문항은 게임의 본질이 경쟁과 협동에 있음에도 이 자체를 청소년에게 적절치 않는 요소로 보고 있다.
‘우월감’, ‘뿌듯한 느낌’ 등 애매한 표현이 들어간 문항은 삭제됐지만, ‘게임 중 아이템 이벤트 시간으로 인하여, (아이템을 얻기 위해) 계속 게임을 하게 된다’는 평가문항이 추가됐다.
◇여가부가 31일 고시한 게임물평가척도 최종안.
문제는 또 있다. 여가부는 7문항에서 몇 점을 받으면 셧다운제 대상이 되는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원안에서는 ‘보통’인 3점을 받으면 셧다운제 대상이 되도록 했지만 논란이 일자 최종안에서는 기준을 없애버렸다.
비난여론 때문에 ‘애니팡은 규제대상이 아니다’고 밝힌 여가부는 최종안에서 이 게임을 겨냥한 듯한 평가항목을 넣었다. ‘게임 결과・점수・기록・게임아이디 등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해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게 하는 방식과 같이 다른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경쟁심을 과도하게 유발한다’는 조항이 그것. ‘애니팡’은 위 항목대로라면 셧다운제 대상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다.
여가부는 보도자료에 ‘문화체육관광부와의 협의를 통해 평가 계획이 최종 결정됐다’고 명시했지만, 문화부에 확인 결과 여가부는 원안 고수를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부 관계자는 “여가부는 평가표를 다시 만들자는 의견에 분명히 했고 결국 문화부가 만든 '게임행동 종합진단척도'를 병행하는 수준에서 협의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여가부에 대한 비난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의 ㄱ자도 모르는 여가부가 게임을 평가하려고 하니 저런 삽질을 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여가부는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명분으로 게임산업 자체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루리웹 등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여가부를 해체하라”는 게이머들의 성난 댓글이 줄을 이었다.
여가부는 셧다운제 대상 게임물을 새롭게 규정해 내년 5월 20일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