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선교, 방통위) 산하 예산결산소위가 지난 12일 게등위 내년도 예산 약 55억 원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등위가 국회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국고 보조금 지급시안을 세 번이나 연장한 것에 따른 것이다.
문화부 및 유관기관의 내년도 예산은 13일 상임위를 통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나, 게등위 국고 보조금 지급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일단 상임위가 게등위 예산을 통과시킨다 하더라도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9월 말 문화부가 제출한 게임산업진흥에관한특별법(게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만 한다.
이 법안에는 등급분류 민간심의에 관한 2번째 단계로, 전체 이용가 아케이드 게임물에 대한 민간심의를 허용하며, 게등위를 ‘게임물위원회’로 변경하면서 국고 보조급 지급 시한을 폐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게임법에는 게등위 관련 부칙조항은 2012년 12월 31일까지 국고를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대선이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게임법 국회통과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정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대선이 끝나더라도 인수위원회 구성 등으로 국회의원들은 바빠 국회가 열릴 가능성이 낮다.
결과적으로 게등위 존립에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된 방통위 위원들이 예산을 편성할 가능성도 낮을 뿐 아니라, 예산안을 승인한다 하더라도 대선정국 속에서 다시 국회를 열고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 비축금 없는 게등위, 당장 1월부터 업무 차질
게등위가 예산을 받지 못하면 내년 1월부터 업무 차질이 예상된다. 게등위는 등급분류 심의비용을 업체로부터 받고는 있으나 그 금액총합은 매월 1억 원 선이다. 사후관리비용 등 나머지 금액은 전액 국고에 의존하고 있다.
국회는 게등위의 대안으로 지난해부터 게임물 심의를 민간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으나, 지난 7월까지 선정하기로 한 온라인게임 민간심의 수탁기구는 아직도 결정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도 아케이드 민간심의도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만 시행할 수 있고, 그렇게 되더라도 한 달여 만에 이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게등위는 내년 상반기까지 종전과 같이 심의를 진행해야만 하는 처지다.
하지만 보조금 지급중단으로 93명의 직원들 월급도 지급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과거처럼 심의를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심의파행은 온라인게임과 아케이드게임의 출시지연이라는 더 큰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현행 게임법상 성인용 모바일게임을 제외한 모든 게임물은 심의를 받아야만 출시할 수 있다. 국고지원 중단에 게등위는 인력감축 등 긴축재정을 펼칠 수 밖에 없고, 이는 심의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불법 게임물 사후관리도 문제다. 불법 개변조로 통해 유통되는 사행성 게임기를 단속하는 것이 게등위 본연의 업무지만 국고지원이 중단되면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특히나 경기하락으로 사행성을 부추기는 게임물이 많아지는 상황이라 제2의 바다이야기의 사태가 발생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이에 대해, 게등위 관계자는 “최대한 파행운영을 막을 수 있도록 관계부서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짧게 답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