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시장에 있어 2012년은 격변의 시기였습니다. PC 온라인게임에서 스마트폰게임으로 중심축이 이동했기 때문이지요. 이는 패키지게임에서 온라인게임으로 주된 흐름이 바뀌었던 2000년대초와 맞먹는 변화입니다. 이 변화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2012년이 저물어가는 지금은 너나할 것 없이 스마트폰게임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스마트폰게임이 처음부터 인정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2008년만 하더라도 스마트폰게임은 그리 익숙한 단어가 아니었지요. 수많은 변화를 겪으며 스마트폰게임은 점진적으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국내 스마트폰게임 시장은 첫 시작도 그리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애플 아이폰 등 스마트폰의 국내 유입 시기가 다른 국가보다 1년 정도 늦었기 때문인데요.
이는 '위피(WIPI)'의 영향이 컸습니다. 위피는 휴대폰의 무선인터넷이 각기 달라 콘텐츠 호환이 안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가 지난 2005년 도입한 플랫폼인데요. 당시 국내 출시된 모든 휴대폰에 의무적으로 탑재해야만 했습니다.
아이폰을 출시했던 애플이 국내 진출을 망설였던 이유도 바로 이 위피 때문입니다. 위피로는 애플 아이폰의 기능을 제대로 살릴 수 없었고, 결정적으로 앱스토어를 정상 운영할 수 없었습니다.당시 언론들은 정부가 외산 스마트폰의 국내 진출을 막아 정보기술 산업을 갈라파고스화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제기했습니다.
이같은 비난 여론에 못이겨 정부가 2009년 위피 의무화를 폐지하면서 국내도 본격 스마트폰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스마트폰게임 시장이 형성되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지요. 아이폰은 지난 2009년 11월 국내에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폰은 출시 한달만에 20만대가 넘게 팔리는 등 스마트 기기 시대를 활짝 열었지요.
◆스마트폰의 산실, 오픈마켓
스마트폰게임을 말하려면 오픈마켓을 먼저 살펴봐야합니다. 오픈마켓은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유,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장터를 말합니다.
스마트폰이 아닌 핸드폰 즉, 피처폰 환경에서는 게임업체(CP)가 제품을 만들고, 국내 이통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 제출해 엄격한 심사를 받고 유통해야 했습니다. 이때문에 당시 이통사와 게임업체 사이에는 서열이 정해졌습니다. 전적으로 이통사가 모바일게임의 유통 권한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임업체로서는 이통사의 비위를 맞춰가면서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모바일게임 성공을 위한 척도였습니다.
이 구조를 부숴버린 것이 바로 애플의 오픈마켓, 바로 앱스토어입니다. 앱스토어에는 애플과 종속관계에 놓이지 않은 업체나 개발자도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업로드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통사의 눈치를 봐야 했던 게임 개발업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한 것이지요. 여기에 후발주자인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현 구글플레이)까지 가세하면서 스마트폰게임은 이전 피처폰 게임과는 전혀 다른 유통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이렇게 국내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활짝 만개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2010년 초반 국내 스마트폰게임시장은 새로운 난관에 봉착합니다. 국내 게임물 사전심의제도와 정면 충돌한 구글과 애플이 오픈마켓 게임 카테고리를 전면 폐쇄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즉 다시 말해 스마트폰게임을 내려받을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싹 사라져버렸다는 것입니다.
게임산업진흥에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게임물은 사전에 등급분류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백개씩 올라오는 스마트폰게임을 일일히 다 사전 등급 분류를 받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일찍이 해외에서는 스마트폰게임 유통 구조가 확립됐고, 게임업체가 자체 심의를 통해 게임을 유통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서는 이같은 여건은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결국 국내 업체들은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등급 심의를 받은 스마트폰게임을 국내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 올리는 기형적인 방법으로 유통합니다. 불편했지만 국내에서 스마트폰게임 매출을 올리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지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2009년부터 게임법 개정을 추진, 모바일게임에 한해 업체가 자율적으로 등급심의를 내릴 수 있도록 조치합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1년 5월, 이같은 국내 오픈마켓 자율심의를 허용하는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비로소 게임 카테고리가 다시 열릴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됩니다.
2011년 말 애플에 이어 구글까지 게임 카테고리를 개방하면서 비로소 국내 스마트폰게임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소셜게임 시대 활짝 열려
게임 카테고리가 재개방된 2011년 말부터 2012년 중반에 이르기까지 국내 스마트폰게임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SNG. 즉 소셜네트워크게임입니다. SNG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스마트폰게임의 시장성을 본격적으로 입증한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소셜게임은 스마트폰 이전 PC 환경에서도 접할 수 있었던 게임 장르이긴 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만의 휴대성과 맞물린 소셜게임은 모바일 소셜게임이라는 독특한 형태로 진화하며 정착합니다. 실제로 PC 기반 환경에서 인기를 끌었던 소셜게임들도 속속 스마트폰 버전으로 등장했습니다.
초창기 스마트폰게임들은 피처폰 게임을 답습한 조악한 게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에 도달하는 아케이드같은 게임의 형태가 주류였지요. 이런 게임들은 한번 내려받으면 추가 매출을 발생시킬 수 없는 페이드게임(Payed Game)이 대다수였습니다. 지금은 대세로 자리매김한 부분유료화(Free to Play)는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소셜게임은 달랐지요. 모바일 상에서 다수의 이용자와 만나 즐기는 소셜게임은 스마트폰 환경에 최적화된 게임성을 제공했습니다. 잠깐 잠깐 접속해 나만의 공간을 꾸미고 다른 이용자의 공간을 도와주는 소셜게임의 요소가 모바일과 결합되며 독특한 재미 요소를 만들었던 것이지요. 특히 이같은 소셜게임은 부분유료화 모델에도 최적화돼 게임업체에게 안정적인 수입을 제공하는 장르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소셜게임으로는 JCE의 '룰더스카이'가 첫 손에 꼽힙니다. '룰더스카이'는 국내 SNG 시장을 개척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인식되고 있지요. 그 이유는 '룰더스카이'가 20억원이 넘는 월매출을 거두면서 스마트폰게임도 온라인게임을 뛰어넘는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룰더스카이'의 성공을 지켜본 국내 여러 게임업체들이 속속 SNG 개발에 뛰어들면서 모바일 SNG는 가히 전성시대를 맞습니다. '타이니팜', '에브리팜' 등 유사한 작품이 출시돼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지요.
◆카카오톡, 스마트폰게임계의 공룡 등장
'룰더스카이'와 같은 소셜게임이 이끌던 국내 스마트폰게임 시장은 2012년 7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국내 스마트폰게임 유통 구조에 일대 혁신이 벌어졌기 때문이지요.
바로 '카카오톡 게임하기'의 등장입니다. 카카오톡 게임하기는 국내에서만 3600만 가입자를 보유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내놓은 스마트폰게임 전용 플랫폼입니다. '카카오톡 게임하기' 서비스는 지난 7월 말 구글 안드로이드에 먼저 선보이면서 시작 총성을 울렸습니다.
카카오톡의 게임하기는 이전까지 애플과 구글, 국내 이통사 오픈마켓이 주도하던 스마트폰게임 유통의 무게추를 단번에 카카오톡 쪽으로 쏠리기 만들었습니다.
현재 애플과 구글 오픈마켓의 에플리케이션 순위를 살펴보면 카카오톡을 통해 출시된 게임들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이 보유한 방대한 가입자를 바탕으로 게임 노출을 극대화시켰고, 게임 이용빈도 역시 높아지는 효과를 거뒀기 때문입니다. 국민게임으로 통하는 선데이토즈의 '애니팡'도 카카오톡이 없었으면 존재 자체가 불가능했겠지요.
또 카카오톡은 소셜게임위주였던 국내 스마트폰게임 트렌드를 퍼즐게임, 슈팅게임 등 다각화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퍼즐게임 '애니팡'이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면서 소셜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국내 게임업체들은 퍼즐게임 개발에 열을 올렸습니다.
이후 슈팅게임 '드래곤플라이트'가 새로운 대세로 자리매김하면서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이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하나의 장르로 귀결되던 국내 스마트폰게임 시장의 장르가 보다 다양화된 것이지요.
카카오톡 게임하기는 현재 스마트폰게임 흥행을 위한 바로미터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업체들이 카카오톡과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2013년 스마트폰게임 시장 경쟁 각축전
지난 4년 동안 국내 스마트폰게임 시장은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다가올 2013년에는 더 많은 격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마트폰게임의 시장성을 눈여겨본 기존 PC 온라인게임 업체들까지 속속 시장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스마트폰게임 사업을 하지 않는 업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2013년 스마트폰게임 시장이 얼마나 치열할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 특정한 트렌드가 비교적 오랫동안 이어지는 PC 온라인게임과 달리 스마트폰게임은 그 흥행주기가 매우 짧아 앞으로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