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어택-아이온 세대교체
2008년 게임업계에서는 세대 교체가 한창이었습니다.
당시 최강자는 무려 100주 이상 PC방 인기 게임순위(게임트릭스 기준) 1위 자리를 이어오던 게임하이의 '서든어택'. 하지만 '서든어택'은 2008년 11월 11일 엔씨소프트가 '아이온' 공개서비스(OBT)를 시작하자마자 1위 자리를 내주고 맙니다.
'아이온'은 엔씨소프트가 2004년부터 개발했던 대작 MMORPG지요. 천족과 마족의 대립구도와 당시 어떤 게임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강력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기능으로 호평 받았습니다.
'아이온'은 상용화 직전 공개서비스 기간 동안 동시접속자 숫자만 20만명을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누렸지요. 이후 100주 이상 동안 PC방 인기순위 1위 게임으로 군림합니다.
2012년 현재 '아이온'은 '리그오브레전드'와 '디아블로3', '블레이드앤소울' 등 대작에 밀려 그 인기가 예전같지는 않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2008년 말 당시 '아이온'에 밀렸던 '서든어택'은 현재 '아이온'보다 더 높은 순위에 올라있다는 점입니다.
◆아이온에 가려진 비운의 대작 프리우스
2008년 게임업계를 돌아볼 때 빠질 수 없는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CJ인터넷(현 CJ E&M 넷마블)이 서비스했던 '프리우스온라인'이지요.
'프리우스온라인'은 CJ인터넷의 게임포털 넷마블이 최초로 자체 개발한 MMORPG입니다. 동반자 '아니마'와 교감을 나누고 대형 병기를 소환하는 등 독특한 게임이었지요.
2008년 10월 말 공개서비스 당시 동시접속자수가 7만명에 이르는 등 대박 조짐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경쟁작 '아이온'이 등장하면서 인기가 급속도로 식어버린 비운의 게임입니다. 2008년 11월 11일 PC방 인기 순위를 살펴보면 이같은 양상이 한 눈에 보입니다. '아이온'이 점유율 12.16%로 1위에 오른 반면 '프리우스온라인'은 10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후 '블러드아니마'로 이름이 바뀌기도 했고, 2012년 초 다시 '프리우스'로 제목이 회귀하는 등 잇단 변화를 겪기도 했습니다.
2008년 비운의 게임은 또 있습니다. 한빛소프트가 2008년 2월 22일 선보인 '헬게이트 런던'입니다.
당시 '헬게이트 런던'은 모두의 주목을 받는 기대작이었습니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디아블로'로 유명한 빌 로퍼가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이지요. 독특한 시스템과 세기말적 분위기로 당시 많은 이들이 '헬게이트 런던'을 2008년 최고의 게임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가 다 알다시피 '쪽박'을 차고 말았지요. '헬게이트 런던'의 실패 때문에 빌 로퍼가 세운 플래그십스튜디오는 재정난으로 폐쇄되고, 한빛소프트는 티쓰리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되고 맙니다.
◆블리자드 게임 예전같지 않네
대형 게임업체 블리자드의 영향력도 2008년에 비하면 많이 감소한 것 같습니다. 지난 4년간의 게임 순위를 살펴보면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네요.
2008년 11월 11일 PC방 인기 순위를 살펴보면 '스타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3종 게임이 나란히 4위부터 6위까지 올라 있는데요. 2012년에는 '워크래프트3'가 9위,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10위로 순위가 내려앉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도 7위를 기록하고 있어 4년 전에 비하면 힘이 상당히 많이 빠졌네요.
'카오스', '도타'와 같은 모드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상위권을 유지했던 '워크래프트3'도 2011년말 '리그오브레전드'가 출시되면서 영향력을 잃었습니다. 블리자드가 2010년 출시한 '스타크래프트2'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는데 실패하는 등 여러모로 부진한 모습이네요.
그나마 2012년 5월 출시한 '디아블로3'가 5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블리자드 이름값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아블로3'가 출시 직후 단숨에 1위에 오르고 사상 최초로 PC방 점유율 30%를 초과 달성하는 등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을 떠올리면 지금의 성적이 썩 만족스러운 것도 아닙니다.
블리자드는 오는 2013년 3월 '스타크래프트2'의 첫 확장팩 '군단의심장'을 내놓을 계획인데요. 이를 통해 다시 예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참고로 국민게임으로 급부상했던 '스타크래프트'가 본격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점도 확장팩인 '브루드워'가 나온 이후였지요.
◆출시작 다양했던 2008년
이밖에도 2008년 출시돼 화제를 모은 게임은 많습니다. MMORPG가 봇물 터지듯 출시됐고 캐주얼게임에서도 눈에 띄는 신작이 다수 있었지요.
지금은 위메이드의 핵심 캐시카우로 급부상한 '로스트사가'도 2008년 서비스된 게임입니다. 아이오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로스트사가'는 온라인게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대전액션 장르를 택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캐릭터가 총출동하는 점이 특징이지요.
넥슨의 '카운터스트라이크온라인'도 2008년 4월 정식서비스를 실시했습니다. 밸브의 유명 FPS게임 '카운터스트라이크'를 원작으로 개발했고, 좀비모드로 흥행작 반열에 오릅니다. 2012년 현재 넥슨은 차기작 '카운터스트라이크온라인2' 막바지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서비스가 종료됐습니다만 NHN 한게임의 '몬스터헌터 프론티어 온라인'도 당시 눈길을 끌었지요. 2008년 9월 9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대형 몬스터를 다양한 스킬을 활용해 쓰러뜨리는 게임으로 제목 그대로 사냥 자체에 재미의 초점을 맞췄지요.
◆2012년 지금은
2008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가 새로운 국민게임 반열에 오르면서 AOS라는 신흥 장르가 급부상했고 '아이온'의 바통을 넘겨받은 '블레이드앤소울'이 국내를 대표하는 MMORPG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12년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디아블로3'도 당당히 인기게임 반열에 올랐고 '피파온라인2'는 축구 온라인게임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2013년에는 또 어떤 게임이 게임업계를 풍성하게 채워줄까요. 게임업계의 눈과 귀는 또 어떤 대작에게 집중될까요. 2013년의 게임 시장 구도를 미리 점쳐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합니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