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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게임 '흠집내기' 바이럴 마케팅 도넘었다

경쟁게임 '흠집내기' 바이럴 마케팅 도넘었다
사례 1. 최근 A사는 마케팅 대행사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경쟁작의 버그 등 문제를 조목조목 짚은 보고서를 토대로, 해당 게임을 이용하는 게이머들을 자사 게임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해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A사는 고심 끝에 거절했다.

사례 2. C게임을 서비스하는 B사는 최근 발생한 버그로 게임 게시판이 비난으로 도배가 됐다. B사는 게이머들과의 대화에 나섰고 사태는 진정되는 듯 했으나, 몇 몇 이용자가 고의적으로 심한 글을 게재하고 게이머들을 선동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들이 실제 게이머가 맞는지 파악하기 위해 B사는 게임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했고, 게시판에서 활발히 악플을 도배하는 이들이 실제로는 게임을 즐기지 않는 것을 파악했다. B사는 전문 악플러들에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대책을 마련 중이다.

바이럴 마케팅이 전문 악플러를 고용하는 등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블로그에 게임 리뷰를 올리거나 게시판에 게임광고를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버그 게임의 문제를 공유하고 ‘이 게임은 망했다’는 식으로 이용자를 선동해 이탈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바이럴 마케팅의 핵심은 소비자가 직접 해당 제품을 사용해 본 것처럼 포장하는 일이다. 실제 게이머로 분해 게임의 장점을 설명하고 ‘재미있다’는 식의 홍보를 자연스럽게 해 ‘입소문’이 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똑똑해진 게이머들은 홍보성 글에 더 이상 반응을 하지 않는다. 타 게임 게시판에 ‘신작 XXX를 해보니 진짜 재미있더라’ 식의 글을 남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십상이다.

대행사들이 고심 끝에 마련한 방안이 ‘스파이’ 게이머를 심는 방식이다. 이들은 게시판을 보며 이용자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게임 내 문제가 없는지 정보를 수집한다. 그러다 버그나 운영불만이 생기면 여론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실제 게이머들이 느끼는 불만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서비스업체가 내놓는 대안이 어떤 문제가 있는 지적한다. 한편으로는 ‘니들을 어떻게 믿냐’는 식의 대응을 통해 ‘상황이 심각함’을 강조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마케터는 “신작 출시를 앞두고 대행사에서 제안이 들어왔는데, 전통적인 바이럴 말고 타 게임 흠집내기 같은 공격적인 바이럴 방식을 제안했다”며, “바이럴 방식이나 종류는 실무자끼리 극비로 정하기 때문에 심증은 있어도 물증을 잡긴 힘들다”고 말했다.

B사도 초반에는 이들이 자신들의 게임을 오랫동안 즐기고 애정이 깊은 고객으로 착각하고 성실히 응대했다. 하지만 같은 내용을 매일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이들의 형태를 보며 의구심이 들었다. 비난여론이 수그러들 때쯤 다시 환기를 시키는 등 조직적으로 활동한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B사는 이들의 실제 게임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했고, 대다수가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 이용자임을 밝혀냈다. 이들은 게시판에서 마치 최고레벨을 달성한 게이머처럼 행동했지만 실제로는 관련 지식만 학습한 악플러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황증거만 있는 터라 제재를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없는 것이 문제다. 1레벨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고객으로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B사 관계자는 “일단 게시판 정화활동을 더 하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실제 게이머인지를 가려낼 수 있도록 캐릭터 레벨 등 데이터베이스를 연동시키는 방법 있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온라인게임 서비스 업체들이 커뮤니티 강화와 고객편의 제공을 위해 게시판과 게임 데이터베이스를 연동시키고 있다. 이 경우 ‘스파이’ 이용자도 자연스럽게 걸러질 수 있지만 완벽하게 차단하긴 힘들다.

B사 관계자는 “데이터베이스를 연동시키더라도 고레벨 캐릭터를 구입해 활동하면 그만”이라며, “업계가 동반자 의식을 가지고 게임성과 서비스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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