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종의 발언에는 박수를 보내며 백번 공감했다. 하지만 유독 이 공약 만큼은 박근혜 당선인이 뇌리에서 지워주길 바라는 것이 있었다. 다른 공약은 다 실천해도 되지만 이것만큼은 이행하지 않아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까지 들었다. 바로 모바일게임 셧다운제다.
박근혜 당선인은 모바일게임에도 셧다운제를 적용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모바일게임 셧다운제 적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박근혜 당시 후보는 '찬성'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제도(강제적 셧다운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모바일게임에도 셧다운제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근혜 후보의 당선은 게임업계에 피부로 와닿을만큼 큰 파급력을 일으켰다. 대선 이튿날인 20일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한 게임주는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모바일게임 관련주는 하한가로 내려앉았다. 단지 셧다운제가 모바일게임에도 적용될지 모른다는 우려 하나만으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게임주에서 발을 뺀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여년전 게임업계의 발목을 붙들었던 셧다운제의 망령이 다시금 활개를 치고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자라나는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해 여성가족부가 주도한 규제법으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12시-0시) 동안 온라인게임 접속을 일괄 차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지적한 대로 이 법안은 효율성이 전혀 없다. 심지어 법을 만든 여성가족부가 10월 국정감사 당시 제출한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강제적 셧다운제 적용 이후 심야 게임시간 감소는 0.3%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셧다운제 시행으로 인한 게임이용 시간대 변화로 보기에는 무리가있다"는 문구가 보고서에 적시돼 있다. 여성가족부 스스로가 법안의 비실효성을 입증한 셈이다.
우리 모바일게임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들은 셧다운제 등 규제에 끄떡없는 대형 업체가 아니다. 30명 안팍의 소수로 구성된 강소업체가 대부분이다. 효율성 제로의 셧다운제 도입 장치를 마련하려면 회사 살림이 휘청거린다는 이야기다.
19일 KBS 1TV 대선 방송에서는 "대통령도 애니팡 하시나요"라는 질문이 나왔다. '애니팡'으로 대변되는 우리 모바일게임 산업이 얼마나 급속도로 성장했는지, 또 국민 콘텐츠로 발돋움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판단된다. 외국의 주요 업체들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단기간에 급속도로 팽창한 시장은 여지껏 없었다.
박근혜 당선인이 부디 셧다운제 확대를 재고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실효성도 입증되지 않은 '누더기 법안'을 이제 막 씨앗을 틔운 모바일게임에 적용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