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맛은 쓰다, 마치 에스프레소처럼
2일 오전 8시 ‘아키에이지’가 드디어 공개됐다. ‘아키에이지’는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숱한 이슈를 낳았다. ‘송재경’이란 이름 하나만으로 이 게임은 기존 MMORPG와 격을 달리한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최초의 MMORPG ‘바람의나라’를 만들었고, 전설이라 불러도 될 ‘리니지’를 개발한 주역이다. ‘MMORPG의 아버지’이자 한국 온라인게임의 산증인인 그가 만든 게임, 6년간 개발비 400억 원이 들었고, 서비스 전에 이미 텐센트로 수출된 게임. ‘아키에이지’에 대한 기대는 한껏 부풀어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서버가 열린 8시부터 각종 인터넷포털 검색어 1위를 ‘아키에이지’가 차지했다. 으레 그렇듯 몰린 이용자로 한바탕 북새통을 치른 결과였다.
‘아키에이지’가 내세운 건 ‘자유도’다. 송재경 대표는 종종 “리니지를 처음 만든 것은 나지만, 지금의 리니지를 만든 것은 유저”라는 말을 자주했다. MMORPG의 특성상 개발자의 의도대로 게임이 나아가지 않기에 한 말이다. 이러한 본질을 파악한 송 대표는 ‘아키에이지’라는 세계를 만들었을 뿐, 게이머가 어떻게 게임을 즐길지는 스스로에게 맡겨뒀다.
그래서였을까, 화려한 그래픽과 친절한 설명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아키에이지’ 첫 시작이 낯설 수 밖에 없다. 4개 종족 중 하나를 선택하고, 캐릭터 외형을 자유자재로 만드는 것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10가지 능력조합으로 120가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도는 부담이다.
그냥 캐릭터를 만들고 몸으로 부딪치기에는 나중에 실망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관련 커뮤니티를 찾아보고 공부를 하고 게임에 들어와도, 냅다 던져졌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게임설명이 팝업으로 표시가 되지만, ‘이 넓은 땅에서 무엇부터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맴돈다. 1998년 ‘말하는 섬’ 달랑 하나로 서비스를 시작한 ‘리니지’가 오버랩 된다는 느낌이랄까.
◆ ‘시작’이 아닌 ‘끝’부터 만들다
‘아키에이지’의 시작이 그럴 수 밖에 없는 항변부터 해야겠다. 이 게임은 ‘엔드 콘텐츠’부터 만들어졌다. ‘리니지’가 지금까지 인기를 끄는 중요 요인은 혈맹이 중심이 된 공성전, 그를 둘러싼 커뮤니티다. 앞서 게이머들이 만들어 가는 게임이라고 했듯이 이러한 요소가 14년이 된 게임을 장수하게 만들었다.
송재경 대표는 ‘아키에이’에도 같은 실험을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키에이지’가 처음 소개됐을 때 공개된 영상은 바로 성벽이 무너져 내리는 ‘공성전’이었다. 공격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무너져 내리는 성벽, 날 것을 타고 성벽 위로 침투하는 세력들. 가능할 법한 것을,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키에이지’다.
그래서 이 게임은 ‘리니지’의 혈맹과 같은 ‘원정대’가 중심이다. 힘을 모아 배를 만들고 해상전을 벌이고, 건물을 짓고 싸움을 벌인다. ‘리니지’에서는 거대 혈맹의 횡포를 막을 수 없었지만, ‘아키에이지’에서는 ‘감옥’ 시스템을 만들어 ‘그래도 정의는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탈옥을 할 수 있는 자유도도 있지만.
게임 초반 30분, 게이머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그래픽과 이펙트를 남발하기 보다는 ‘종국에 가서 무슨 재미로 게임을 할 것인가’란 고민 속에 선택을 하다 보니, 시작은 엉성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 ‘리니지’ 인터페이스가 개선되긴 했지만, 여기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불편함을 못 느낀다. 송재경 대표가 친절하게 이런 부분을 고쳐줄 것이라고 믿지만, 일단 캐릭터를 꾸준히 키워보자. 그럼 30분 보다 3일 뒤가, 한달 뒤가 재미있을 게임이 ‘아키에이지’라 확신한다.
◆ 리뷰가 아닌 PR이 된 이유
솔직히 테스트 때 많이 했기에 10레벨까지 키우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 못한다. 이 방대한 콘텐츠를 10레벨까지 키워보고 판단하는 것도 무리이기도 하다. 무역도 하고, PVP도 하고, 탐험도 다니고... ‘아키에이지는 할 것이 무지 많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리뷰를 통한 소감보다는 PR이 돼버린 이유는 ‘아키에이지’가 꼭 성공을 해야 되기 때문이다.
MMORPG 종주국인 한국에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처럼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게임은 아직 없다. 모두가 이것을 바라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캐릭터 취향이라고 단정해버리기엔 이미 ‘와우’의 못생긴 호드 종족도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원인을 필자는 스토리가 가미된 기획력에서 찾고 싶다. 사냥하고 레벨업하고 PVP나 레이드 하는 게임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그 많은 토종 MMORPG 중에 스토리나 세계관이 기억나는 게임이 있는가.
‘아키에이지’는 철저히 이러한 부분에서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전민희 작가가 처음부터 개발에 참여했고 동서양에 ‘먹힐’만한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되겠다는 확신도 있다.
그 확신이 무엇이고, 왜 시간을 들여 이 게임을 즐겨야만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음 리뷰를 통해 설명하겠다. 단순히 게임 시스템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게이머들이 '아키에이지'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