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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죽이기' 다시 나선 TV조선, '게임 ㄱ자도 몰라'

'게임 죽이기' 다시 나선 TV조선, '게임 ㄱ자도 몰라'
◇TV조선에 방송된 모습 캡쳐(출처=TV조선)

조선일보 종편방송인 TV조선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근거로 게임 죽이기에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주객을 전도시키는 논리와 자극적인 화면으로 게임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는 논리를 다시 내세웠다.

TV조선은 14일 오후 9시 대한민국 청년과 청소년 문제를 다루면서 폭력적인 게임이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포트는 서울의 한 PC방을 찾아, 아이들이 끔찍한 게임을 하며 욕설을 내뱉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어 15세 이상 이용 가능한 온라인 FPS 게임의 폭력성이 성인 게임 못지않다고 지적하면서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관계자의 코멘트를 덧붙였다.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이는 장면이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허점투성이다. 앵커의 모두 발언부터 사실이 아니다. 앵커는 “미국에서도 총기 참사를 계기로 게임 등급제를 도입하고 폭력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캐나다와 함께 비영리 민간기관 ESRB(Entertainment Software Rating Board)를 통해 게임물에 대한 이용 등급제를 1994년부터 운영 중이다. 등급은 3세 이상(EC), 6세 이상(E), 10세 이상(E10"41, 13세 이상(T), 17세 이상(M), 성인(AO), 시험판(RP)으로 총 7가지다.

'게임 죽이기' 다시 나선 TV조선, '게임 ㄱ자도 몰라'
◇미국, 캐나다 ESRB 게임등급제

‘폭력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일부 여론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미 엔터테인먼트협회(The Entertainment Merchants Association)은 조 바이든 부통령에게 코네티컷 총기 난사사건의 책임을 영화, 음악, 게임 등 미디어로 돌리지 말라고 요청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부통령도 총기사건의 원인이 총 자체에 있다고 판단하고 규제안을 마련 중이다.

실제로 미국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The 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는 보고서를 통해, 폭력적인 게임과 청소년 폭력은 무관하다는 통계자료와 연구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PC와 컴퓨터 게임 판매액이 1998년 48억 달러에서 2011년 166억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지만, 청소년 범죄건수는 같은 기간 153만 건에서 120만 건으로 줄었다.

초등학생들이 욕설을 하며 즐기는 게임은 ‘그랜드세프트오토4’(GTA4)로 2008년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은 게임. 성인용으로 만든 게임이기에 잔인한 묘사가 있을 수 도 있다. 이런 게임을 초등학생들이 즐기는 것 자체가 문제고, 이를 방치한 PC방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게 맞다.

온라인 게임을 걸고 넘어가는 것도 옳지 않다. 온라인 게임은 본인인증을 통해 이용연령을 확인한다. 연령대에 맞지 않는 게임을 할 수 있다면 이는 명의를 도용한 범죄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서울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부장의 전문가 멘트도 부적절하다. 2003년 개봉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혈흔이 난무하고 사지가 잘리는 장면이 내내 이어지지만, 15세 관람가다. 같은 문화 콘텐츠임에도 표현을 놓고 다른 잣대를 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장은 “보수언론이 게임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과 취재 없이 자극적인 내용으로만 보도했다”며, “최근 발의된 게임악법에 맞춰 여론몰이를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닷컴은 해당 방송을 홍보하는 기사 제목을 ‘게임하던 초등학생 갑자기 "죽여!죽여!”’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포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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