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전문가로 유명한 이병찬 변호사(사진)가 최근 잇달아 쏟아지는 게임 규제로는 청소년 게임중독을 막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막기보다 무엇이 중독의 원인인지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병찬 변호사는 지난 15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게임 중독의 원인이 게임 외부에 있다면, 게임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게임중독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게임 중독에 대한 과학적인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변호사는 캐나다 심리학자 브루스 K. 알렉산더 박사의 '쥐 공원'(rat park) 실험 결과를 인용해 게임중독이 게임보다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알렉산더 박사는 실험용 쥐를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한 쪽은 호화로운 우리에 집어넣고 다른 한 쪽은 비좁고 격리된 실험실 우리 안에 가두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후 두 그룹의 쥐에게 모르핀을 탄 물과 일반 물을 같이 제공한 결과 비좁은 우리 안의 쥐는 호화로운 우리의 쥐보다 모르핀이 든 물을 최대 16배나 더 마신 것으로 실험결과 밝혀졌다. 주어진 환경이 중독에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미 중독에 빠진 경우 금단 현상 때문에 환경과 무관하게 약물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일각의 비판에 반박하기 위해 알렉산더 박사는 두 그룹의 쥐들에게 두달여 동안 모르핀이 든 물을 먹여 중독시킨 뒤 다시 위와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도 역시 호화로운 우리의 쥐들은 비좁은 우리 속 쥐에 비해 모르핀이 든 물을 적게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알렉산더 박사는 "물질이 아닌 환경이 중독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는 아직 게임중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이를 알기 위한 노력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게임중독이 게임 때문인지,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와 가정불화, 대인관계의 갈등에 기인하는 것인지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강제적 셧다운제가 국회를 통과한지 벌써 2년이 흘렀다"며 "2년 전부터라도 게임중독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가 이뤄졌다면 훨씬 과학적인 방법으로 게임중독에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게임업계는 지난 2011년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온라인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이후 선택적 셧다운제, 쿨링오프제에 이어 최근 발의된 인터넷게임중독치유지원에관한 법률안, 인터넷게임중독예방에관한 법률안 등 각종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앞서 시행된 강제적 셧다운제의 경우 도입 이후 심야시간 게임 이용 감소가 불과 0.3%에 그치는 등 실효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