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위한 기능성 게임을 소개하는 이재성 엔씨소프트 상무(사진)의 목소리는 떨렸다. ‘블레이드앤소울’, ‘길드워2’ 등 대작게임이나 야구단 창단을 발표했을 때보다 긴장된 모습이었다. 이 상무는 2012년 설립된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 상무는 출입기자들을 스페셜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으로 초대했다. 부대행사장에 엔씨가 3년간 개발한 ‘인지니’와 ‘AAC’ 소개부스가 있었다. 지스타나 게임스컴에서 보여준 엔씨 부스와 비교하면 초라했지만, 그 의미는 남달랐다.
“터치를 통해 소통을 하는데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해서 테블릿PC 기반으로 게임소프트웨어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3년 넘게 개발해 왔지만 앞서 알리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습니다. 이번 스페셜 올림픽의 취지를 알기에 참가하긴 했지만, 이들 기능성 게임이 지적 장애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임상실험 결과가 나오면 다시금 제작 발표회를 할 겁니다.”
엔씨가 공개한 ‘인지니’와 ‘AAC’는 장애인을 위한 게임이다. 인지니는 지적장애 아동의 인지재활훈련을 돕고, ‘AAC’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이다.
사용법은 일반인이 보기엔 평범하다. ‘인지니’는 퍼블을 맞추고 양의 털을 깎고, 개구리가 파리를 잡아먹는 그런 식이다. 하지만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는 집중력을 키울 수 있고 사물을 판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들에게는 반복을 통한 학습이 필요한데, 게임의 시청각적 효과와 보상구조를 재미를 느끼고 하고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서울아산병원은 ‘인지니’의 의학적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엔씨는 임상실험용 ‘인지니’를 별도로 개발해 데이터를 축적 중이다.
이 상무는 “지금도 인지니는 ‘건강보조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우리의 목표는 ‘치료제’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임상실험결과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AAC’는 카테고리별로 분류된 아이콘을 클릭하면 음성이 출력되는 구조다. 감정표현과 기본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엔씨는 ‘AAC’를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교육현장에 보급시키는 것이 1차적인 목표다. 나아가 장애인들의 직장 생활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특수학교 선생님들께 AAC를 보급해 교육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최종적으로 많은 의사소통 카테고리를 넣어서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는 장애인들의 일을 돕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재성 상무는 게임이 지닌 기능성을 강조했다. 장애인들의 재활에는 반복학습이 필요한데, 게임의 재미요소가 지루함을 반감시키고 집중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더불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데도 일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임의 지닌 종합적인 표현과 결과에 대한 성취감은 교육이나 재활소재로 충분히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단순한 물적 기부보다 이런 식의 사회공헌을 통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꿀 것으로 기대합니다. 엔씨문화재단의 활동을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
[평창=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