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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리더를 만나다⑪] '활' 네시삼십삼분 소태환 대표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급부상한 스마트폰게임. 하지만 성공을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요즘입니다. 한달에만 4000개가 넘는 게임이 쏟아질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지요. 이같은 각축전 속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내 업계의 주목을 받는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데일리게임은 성공한 스마트폰게임업체를 만나 이들의 차별화 전략을 들어보는 '스마트리더를 만나다'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네시삼십삼분의 소태환 대표를 만나 흥행작 '활'의 개발 과정과 성공 전략을 들어봤습니다.<편집자주>

[스마트리더를 만나다⑪] '활' 네시삼십삼분 소태환 대표
◇네시삼십삼분 소태환 대표

◆대박 아니다, 갈 길 멀어

"대박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갈 길이 멀어요"

'활 for kakako'(이하 활) 흥행 소감을 묻는 질문에 네시삼십삼분 소태환 대표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겸손도 이만한 겸손이 없다. 기고만장해도 충분할만큼 대박 흥행에 성공한 게임이 바로 '활'이기 때문.

지난 달 9일 첫 서비스를 시작한 '활'은 단숨에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2위까지 치솟아 업계를 놀라게 했다. 개인간 점수 경쟁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카톡 게임과 달리 '활'은 대전 요소를 살려 남성 게이머들의 '겜심'을 자극했다. 개발사 네시삼십삼분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활' 일매출만 수억원에 이를 것이란 업계 전망도 나온다. '활' 매출을 넌지시 묻자 소 대표는 "(일매출이)2억 원을 넘은지 오래"라며 "꾸준히 이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대답했다.

"개발팀이 굉장히 좋아해요. 흥행하기 힘들거란 전망이 많았는데 이것이 180도 뒤집어졌으니까요"

소 대표는 스스로 '활'을 가리켜 'B급' 콘셉의 게임이라고 말한다. 소위 '흥행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고보니 '활'은 기존 흥행작과는 궤를 달리 하는 모습이다. 조작도 복잡하고 그래픽도 투박한 편이다. 앞서 쉬운 원터치 방식으로 시장을 재패했던 게임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활'의 흥행 이유를 모르겠다는 이들이 지금도 많습니다. 기존 게임보다 무엇이 나은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거죠. '활'의 흥행 이유는 '진화'가 아닌 '진보'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기술적으로 발전한 게임이 무조건 흥행한다는 법은 없어요"


◆진화보다 진보

소 대표의 흥행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진화를 진보로 착각해선 안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최고의 그래픽 엔진과 거금을 들여 만든 게임은 '진화'했다고 볼 순 있어도 '진보'했다고 볼 순 없다. 힘세고 거대하게 진화된 공룡은 멸종했지만 작고 나약한 포유류는 생존했다. 크고 강력한 존재라고 해서 무조건 살아남지는 못한다. 이처럼 진보는 진화와 무관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다면 '활'은 어떻게 진보했을까.

"'활'은 단점이 많은 게임입니다. 인터넷 환경이 불안하면 게임을 아예 못하고 지하철에서도 흔들림 때문에 즐기기 쉽지 않죠. 하지만 짧은 시간에도 임팩트 있는 대전을 즐기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구 하나는 확실히 충족시켜줬습니다.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한 경쟁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게임이 바로 '활'이라는 거죠"

그러고보니 모바일게임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처음에는 유료로 판매되던 모바일게임은 어느새 부분유료화가 대세로 자리잡으며 큰 변화가 있었고 단품 형태로 판매되던 모바일게임은 이제 플랫폼 없이는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시장이 바뀌었다. 이용자의 성향 역시 이 흐름에 맞춰 변화했다. 처음에는 '애니팡'같은 단순한 게임만 즐기던 이용자들은 뭔가 색다른 재미 요소를 갈구하게 됐다. 그것이 바로 대전 요소. 이를 충족시킬수만 있다면 게임 그래픽 정도는 다소 '퇴화'해도 무방하다는 것이 소 대표의 생각이다.

'활'이 대전 요소에 중점을 둔 게임인만큼 밸런스에도 들인 노력도 만만찮다. 특히 유료 아이템을 제아무리 많이 구입해도 실력이 부족하면 승리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는 것이 소 대표의 설명이다. '활'이 독특한 입력 방식을 도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마트폰 기울기(틸팅)를 통해 과녁을 조준한 뒤 화살을 쏘기 위해 화면을 당겼다 놓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실제 말에 탄 것처럼 화면이 마구 흔들리기 때문이다.

"호불호가 갈렸어요. 특히 활을 쏘는 과정을 원버튼 방식으로 돌리자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하지만 원안을 낸 개발팀이 뚝심을 발휘했어요. 원버튼으로 개발할 경우 고가의 아이템 구매자가 쉽게 승리할 가능성이 너무 높았거든요"

소 대표에 따르면 게임에서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활은 피해량이 약하지만 화면 떨림이 적어 조준하기가 한결 쉽다. 대신 고가의 활은 화면 떨림이 심해 적을 맞추기가 어렵지만 훨씬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그렇게 '활'의 밸런스를 맞춘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이 좋은 활일수록 화면 떨림이 심해진다는 사실을 모르더군요.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떨림의 차이를 인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개발팀의 의중이 옳았던거죠"

[스마트리더를 만나다⑪] '활' 네시삼십삼분 소태환 대표

◆권준모 의장과는 사제지간

소 대표는 지금이 '활'이 나오기까지 동고동락해준 개발진에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활' 개발진은 개발 경력만 10년이 넘은 10명의 베테랑으로 구성된 실력파다. 지금은 넥슨에 합병된 넥슨모바일의 전신인 엔텔리전트가 바로 소 대표와 현 '활' 개발진이 세운 회사다. 이들의 노하우가 '활' 흥행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소태환 대표와 네시삼십삼분을 창업한 권준모 의장과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 2000년대 초반, 벤처 열풍이 뜨겁게 불 무렵의 일이다. 당시 경희대에 재학 중이던 소 대표는 교내 창업 경진대회에 참가, 자신이 개발한 게임을 출품했다. 이때 심사위원으로 나선 이가 바로 권준모 의장이다. 즉 두 사람은 사제지간이었던 것.

당시 경희대 심리학과 교수였던 권준모 의장은 소 대표에게 게임 동아리를 만들 것을 제안했고 이후 이 동아리가 전신이 되어 엔텔리전트를 창업하기에 이른다. 이후 엔텔리전트가 넥슨에 인수되고 권준모 대표가 넥슨코리아 수장직까지 역임하는 등 많은 변화 속에서도 두 사람은 꿋꿋이 사제의 정을 이어갔다. 이후 권준모 대표가 2009년 네시삼십삼분을 창업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방점을 찍기에 이른다.

"지금도 매일 회사에 나오세요. 이제는 게임 개발과 마케팅 대신 전략 수립과 해외 진출 등 굵직한 방향에 관여하고 계십니다"

앞으로 '활'과 네시삼십삼분은 어떤 도전에 직면하게 될까. 소태환 대표는 일단 '활'을 오래 즐기는 게임으로 가꾸고 싶다고 했다. 길어야 석달로 알려진 모바일게임 흥행주기를 대폭 늘리고 싶다는 것.

"첫 도전은 어느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도전은 오래가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거예요. '활'을 이용하는 모든 게이머들이 더욱 즐겁게 대전을 즐기도록 만드는게 다음 목표예요. 매출의 오르내림에 연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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