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상무는 자신의 개발력을 집대성해 지난해 10월 ‘삼국지를품다’(삼품)를 내놓았다. 삼국지라는 익숙한 소재와 수많은 영웅들은 ‘김태곤식’ 게임에 적격이었을 터. ‘온라인 삼국지게임 중 성공한 것이 없다’는 업계 통념을 ‘삼품’이 깰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졌다.
출시 100일여, ‘삼품’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살아 숨쉬는 영웅들도, 플레이 하는 것만으로 삼국지 스토리를 알 수 있는 게임 구성도, 최초 완벽 멀티플랫폼 지원이란 장점도 퇴색된 느낌마저 든다. ‘‘삼품’은 김 상무가 개발한(이름만 내건 ‘타임앤테일즈’ 제외) 게임 중 유일한 실패작’이란 말도 들린다.
‘정말 실패한 것인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뭘까?’ 김태곤 상무에게 묻고 싶었다.
◆ 실패? 너무 이른 평가다
“실패요? 그렇게 성적이 나쁘지 않는데요, 그리고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이 달라지는 온라인게임 특성상 몇 달 내로 ‘실패다 성공이다’를 논하는 건 너무 이르지 않나요?”
초면에 돌직구를 던졌지만 특유의 화술과 온화한 표정으로 답이 돌아왔다. ‘기대가 너무 크셨던 거 아니냐’는 질문과 함께. ‘아이온’급으로 기대를 했다면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겠지만 ‘망했다’고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실제로 ‘삼품’이 얼마나 버는지, 동시접속자는 몇 명인지 베일에 가려있다. 서비스업체가 이러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으면 PC방 트래픽을 보고 인기를 추측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모바일로 즐기는 ‘삼품’은 굳이 PC방에 가서 할 이유가 없다. PC에 가더라도 이렇다 할 혜택이 없다. PC방 영업 잘하기로 소문난 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임에도.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뭘까,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성공했다는 것도 아닙니다. 말씀 드린대로 이를 논하기엔 이른 시점이고요. 일단 반성할 부분은 ‘삼품’이 모바일로 즐기기엔 무거운 부분이 있다는 거죠. ‘삼품’을 모바일게임으로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로딩도 있고 하니 불편하셨겠죠. 고쳐야 될 부분입니다.”
김 상무는 ‘삼국지마니아라면 ‘삼품’을 쉽게 즐기지만 일반 게이머들은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보완해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과실(매출)을 쫓기 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씨를 뿌리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부분유료화 게임인 ‘삼품’은 유료 아이템이 ‘용옥’, ‘강화물약’ 2종, ‘보급지원서’ 등 단 4종만 존재한다. 모바일에는 결제시스템도 붙이지 않았다. 아직은 수확할 때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경쟁작들이 ‘삼품’처럼 멀티플랫폼으로 제작되지 않는 한, 우리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할 수 있죠. ‘거상’도 이용자들이 확산되는데 1년이 걸렸습니다. 그 전에 없던 형태라서 가능했던 걸로 판단됩니다. ‘삼품’과 유사한 게임이 시장에 나오거나 나오겠다는 예고가 된 상태가 아니기에 시장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 멀티플랫폼, 의미 있는 시도
‘삼품’을 PC로 즐기면 ‘모바일로 즐기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다른 플랫폼으로 즐기면 보상이 주어진다. 멀티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라는 의미다. 게이머는 입맛대로 기기를 골라 게임을 하면 된다.
하지만 개발자는 죽을 맛이다. 모든 기기에 대응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항상 모바일에서 문제가 터진다. 제대로 콘텐츠를 만들었는데도 애플이 업데이트 심의를 안 해주면 IOS로 게임을 즐길 수 없는 외부요인도 있다. 계정을 2개 만들어 PC와 휴대폰으로 즐기는 사람도 있다. 이래저래 골치다.
“멀티플랫폼이어서 콘텐츠 소비가 많은 건 아니예요, 기존 게임과 비교하면 오히려 적은 편이죠.개발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반대로 이렇게 개발했기에 모바일게임 개발능력이 일천했던 우리가 막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죠. 이 덕에 최근 유행하는 가벼운 모바일게임도 2~3개 만들고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힘들었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 덕에 엔도어즈만의 경쟁력이 생긴거죠. 쉬운 길은 누구나 갈 수 있고 따라 할 수 있지만 어려운 길은 그렇지 않죠.”
김 상무는 ‘삼품’ 덕에 PC에서 모바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PC시장이 완전히 죽지 않는 한 PC와 모바일 시장 둘 다 놓칠 수 없다고도 했다. 초기 시행착오는 노하우로 쌓여싸. 운영도 체계가 잡혔다. 앞으로는 보다 안정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을 것이고 개발에 대한 부담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차기작도 언급했다. 김 상무는 “다음에 오픈하는 제품 역시 같은 유형의 게임으로 준비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모바일로 ‘삼품’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어렵다’고 느낀 부분을 차기작에서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차기작도 턴제 MMORPG가 될 것 같다’는 예상에, ‘그럴 수도 있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 엔도어즈식 ‘삼국지’로 일본-중국 공략
올해부터 ‘삼품’의 해외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첫 타겟은 일본. 4월경에 넥슨재팬을 통해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일본은 삼국지 게임의 원형을 만든 코에이가 있는 곳. 마니아도 많고 시장도 크다. 김상무도 일본시장에 기대하고 있다.
“4월부터 일본에서 베타테스트를 시작할 겁니다. 넥슨재팬이 워낙 일본 시장에 정통하고 시장규모 자체가 크니 기대가 됩니다. 우리가 쌓은 노하우를 넥슨재팬에 잘 전달해서 서비스 초기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노력하겠습니다.”
모바일시장이 막 태동한 중국은 내년쯤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일본 서비스가 안정화 시키는게 우선이다. 시장진출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삼품’을 모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슷한 게임이 등장할지 않는 한 시장선점에 대한 부담이 없다.
한국 서비스에 대한 입장도 거듭 밝혔다.
“해외에 나간다고 해서 국내를 소홀히 하겠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지금과 같은 상태로 유지하고픈 마음도 없습니다. 또 다른 마케팅으로 제2, 제3의 오픈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삼품’은 총 10막으로 제작된다. 최근 2막 ‘여포의 야망’이 공개됐다. 김 상무 말대로라면 ‘삼품’은 앞으로도 8번의 ‘오픈’이 남았다. 번외퀘스트에는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상상력이 더해졌다. 김태곤 상무와 ‘삼품’ 개발자들이 삼국지를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10막을 마치고 나면 조조나 손권을 주인공으로 하는 삼국지를 추가해봐야죠. 삼국지는 작가에 따라 ‘이문열 삼국지’ 등으로 불리잖아요, 작가는 혼자서 작업을 하니까 누구누구의 삼국지가 되겠지만 게임은 많은 기획자와 공동작업 하는 것이다 보니 ‘김태곤의 삼국지’라고 부르는 것 보다는 ‘엔도어즈의 삼국지’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어떤 삼국지가 될지 기대해 주세요.”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