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를 총괄하는 넥슨 황선영 실장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실제 방송가처럼 쪽대본이 오고가는 것이 개발팀 풍경이 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러나 말은 늘 씨가 되는 법이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정말 말이 씨가 됐어요"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뒤 만난 황선영 실장은 짐짓 우는 소리부터 냈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우스갯소리로 던진 말이 정말로 현실이 됐기 때문. 말마따나 피말리는 하루가 나날이 벌어지고 있다고. 가령 이번주 금요일에 방영될 '마비노기' 드라마 대본이 전주 목요일에나 겨우 나온단다. 이렇게 되면 주말은 기대할 수 없다. 대본에 따라 드라마를 구성하고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 일주일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진다.
"'드라마: 이리아'를 처음 공개할 때만 해도 5화까지 분량이 나와 있었어요. 이 분량을 모두 소화한 뒤로는 그야말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그래도 성과도, 이용자들 반응도 좋아서 힘이 납니다"
'드라마: 이리아'는 '마비노기'가 선보이는 다섯번째 챕터다. 올해로 9년째 서비스 중인 장수 게임 '마비노기'에 전환점을 제공하는 챕터이기도 하다. 바로 '드라마'의 형식을 취했다는 점이다. 온가족이 모여 시청하는 주말 드라마처럼 '마비노기'도 일주일을 기다리는 맛이 있는 게임으로 만들었다는 것.
"'드라마: 이리아'를 준비하면서 고민 많이 했습니다. 수개월간 공들여 개발해한 콘텐츠도 하루면 모두 소비하는 우리 이용자들이 너무 많아서죠. 드라마 포멧을 취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짧은 분량을 집중적으로 즐기면서 다음 분량을 기대하게 하는 힘이 있거든요"
사실 새로울 것은 없었다. 5번에 걸친 업데이트를 통해 선보일 콘텐츠를 10개로 쪼개 일주일마다 내보낸 것이 전부다. 그러나 여기에 스토리텔링이라는 살을 붙이자 상황이 달라졌다. 게임의 재미와 이야기가 가지는 힘이 만나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한 것.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내 임무는 마비노기를 변화시키는 것"
황선영 실장이 '마비노기' 프로젝트를 맡은지도 벌서 1년이 흘렀다. 지난 2011년말 처음 프로젝트에 합류했을 당시 그는 '마비노기'를 변화시키는 것이 자신의 임무였다고 생각했단다. 서비스 9년째를 맞은 장수게임 '마비노기'를 최신 감각에 맞게 고치겠다는 것. 물론 쉽지는 않았다. SNS도 하고 '마비노기' 3대 커뮤니티를 매일 챙겨보며 이용자와 소통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다 그는 무작정 게임을 뒤흔드는 것이 아닌, 이용자들이 납득하는 범위 안에서 변화를 줘야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9년이나 게임을 즐겨오던 이용자의 기반을 뒤흔들면 거센 반항이 이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 '드라마: 이리아'를 선보이면서 2년전 끝났던 챕터4의 이야기를 그대로 이어 이용자들에게 친숙함을 더하거나 익숙한 캐릭터를 등장시킨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업데이트한 신규 재능 '슈터'가 일례다. 슈터는 총을 사용하는 재능으로 정통 판타지 게임인 '마비노기' 이용자들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액션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마비노기'의 전투를 보다 역동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내놓은 선택이 바로 슈터였다. 다행히 '마비노기' 이용자들은 슈터를 큰 거부감 없이 수용했고 즐겼다. 비결이 뭘까.
"그만큼 이용자와 타협점을 찾았기 때문 아닐까요. 슈터라는 파격적인 재능은 결국 이용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었던 겁니다. 그만큼 개발진과 이용자간 간격이 좁혀진거죠"
슈터의 사례와 같이 황선영 실장은 이용자들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마비노기'의 파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터는 '마비노기'가 전혀 다른 플레이 스타일로 내딛는 첫 걸음이 될겁니다. 슈터만큼 과감한 재능은 앞으로도 계속 추가할 생각이에요"
'마비노기'는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까. 황선영 실장은 '드라마: 이리아'를 통해 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마비노기'를 설명하는 주요 특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마비노기'에 드라마를 접목하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드라마: 이리아'를 잇는 다음 프로젝트도 이미 준비하고 있어요. 곧 선보일 '마비노기' 미니시리즈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 물론 개발진은 (살인적인 스케줄에)공포에 떨고 있지만요"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