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남경필 신임 게임산업협회장이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남 신임 협회장은 5선 여당 중진 국회의원임에도 내빈을 부르지도 않고 소박하게 취임식을 치렀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협회장직 수락하기까지의 고민을 이러한 발언에 담았을 것이라 이해해본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감출 길 없다. 그 자리에는 첫 정치인 협회장에 대한 기대를 갖고 많은 관련업계 관계자들이 배석했다. 청소년을 병들게 하고 상업주의에 빠진 저급한 산업으로 매도 당해 온 게임산업의 억울함을 신임 협회장이 풀어주길 바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한 기대가 신임 협회장에게는 부담일지 몰라도,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바람과 기대에 부응할 필요가 있었다. 단지 이름만 올려놓은 협회장이 아니라면 더욱 더 무분별한 규제를 막아내겠다는 확신에 찬 발언 정도는 있어야 했다.
취임식을 보는 내내 한국e스포츠협회장 취임식이 오버랩 됐다. 당시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은 ‘e스포츠협회장 취임식이 아니라 게임산업협회장 취임식 같다’는 논평을 했다. 강한 어조로 게임산업 규제를 질타하고 문화와 미래산업으로서 게임산업을 육성해 나가겠다는 발언은 ‘위기에 빠진 e스포츠와 게임산업에 변화가 있겠구나’는 희망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이어진 게임산업협회장에 남경필 의원이 추대됐을 때 양 협회장이 시너지를 낸다면 규제일변도의 현 상황을 반전시킬 것이라는 확신까지 들었을 정도다.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아니면 협회장 스스로 말했듯이 공부가 더 필요해서. 5분간의 축사가 이어진 십여개의 질의응답으로 30분만에 끝난 게임산업협회장 취임식은 앞으로에 대한 희망보다는 게임산업과 협회의 현실이 어떠함을 인식시켜준 자리였다. 씁쓸한 뒷맛을 남긴.
신임 협회장의 말대로 국회에서 충분히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고 동료 의원들과의 소통도 많이 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부 게임과 관계자들 조차 게임산업협회장 취임식을 몰랐다는 사실은, 이 날 협회장 취임식이 오랜 준비 끝에 마련된 것은 아니라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당초 협회 부회장사들은 ‘규제 완화 보다는 협회의 구심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정치인 협회장을 계기로 모래알 같은 협회의 단결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5선, 여당 국회의원, 문방위 위원, 이런 타이틀들이 신임 협회장에 대한 기대를 부풀게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협회장의 역할은 구심력이 되는 것뿐 아니라, 협회의 이익을 대변하고 규제에 맞서며 국민들에게 사랑 받는 산업이 되도록 이끄는 등 다양하다. 신임 협회장에게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무엇을 바라겠는가. 기대가 큰 것이 잘못이 아니라 기대할 만하니 하는 것이다. 부디 신임 협회장은 그 기대를 무겁게 여겨주길 바란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