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스타크래프트2:군단의 심장(이하 군단의 심장) 출시 이후 한국 내 e스포츠 리그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5일 국내 e스포츠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블리자드는 한국에서 열리는 스타크래프트2 개인리그와 팀 단위 리그에 대한 '조정' 계획을 수립하고 게임방송사 및 한국e스포츠협회와 협상을 진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블리자드의 '조정' 대상은 스타2 자유의 날개 버전으로 진행돼 왔던 리그다. 온게임넷의 스타리그와 그래텍의 GSL, GSTL, 한국e스포츠협회의 프로리그 등이다. 스타리그는 지난해 11월 옥션 올킬 스타리그 결승전을 마친 뒤 자유의 날개 버전의 대회를 진행하지 않고 있고 프로리그는 지난 5일을 끝으로 자유의 날개 버전으로는 더 이상 대회를 열지 않을 계획이다.
블리자드는 군단의 심장 런칭에 앞서 각 리그 주최자들과 협상을 진행, 이미 기존 종목을 군단의 심장으로 전환키로 하는 합의를 도출해 낸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이미 군단의 심장으로 리그가 치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스타2의 인기가 불붙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블리자드 주도의 인위적인 구조개편이 진행되면서 종목 자체의 심각한 위기가 올수 있다는 점이다. 블리자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을 만들었지만 e스포츠 시장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기보다 자기 주도의 e스포츠 정책을 고집하다 이미 한국에서 '쓴맛'을 봤기 때문이다.
스타2 자유의 날개 런칭 전에도 리그 주도권을 놓고 한국 e스포츠계와 갈등을 유발하더니 결국 독자적인 e스포츠 정책을 전개했고 결과는 게임의 실패로 이어졌다. 스타2는 전작의 성공과 출시 초기 폭발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인기 e스포츠 종목으로 성장하지 못했고 급기야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 최고 e스포츠 종목의 지위를 넘겨 주는 굴욕을 당해야 했다.
설사 블리자드가 이 같은 전례를 극복하고 또 한번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성공한다해도, 한국 e스포츠 시장이 특정 종목사 휘하에 예속될 수 있다는 우려는 남는다.
실제로 e스포츠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블리자드는 이미 오래전부터 스타2 개인리그 통합을 시도해 온 것으로 보인다. 온게임넷과 그래텍이 각각 진행해 왔던 개인리그를 블리자드 브랜드로 통합 운영하겠다는 발상이다.
이 경우 그래텍이야 스타2 초기부터 블리자드의 지원으로 리그를 진행해 왔으니 별반 다를게 없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자력으로 한국 e스포츠 역사를 만들어 왔던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명맥은 끊어지게 된다. 특히 한국 e스포츠 시장의 산증인자 주역인 온게임넷은 그래텍과 마찬가지로 종목사의 리그를 대행하는 주관방송사로 전락하게 된다.
하지만 스타2 마케팅 자금을 앞세운 블리자드의 공세에 온게임넷은 스스로 주관방송사로의 길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경우 개인리그 주최권 포기를 전제로 블리자드 측에 수십억원의 비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블리자드가 이를 수용해 연간 2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블리자드의 리그 구조 개편을 위한 자금 지원 계획에 한국e스포츠협회는 배제돼 있다는 점이다. 블리자드는 온게임넷 하나에만 수십억원을 쏟아 부을 계획이지만 프로리그를 진행하고 있는 협회에는 그에 상응하는 지원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타2 종목만 놓고 보면 협회 프로리그는 세계 최대, 최장수 리그임에도 불구하고 종목사 블리자드가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대회 '주최권'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블리자드라해도 프로리그를 예속시키거나 변형시키는 것은 불가능 하기에 개인리그 주도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리자드이 이 같은 선택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협회 소속 프로게임단들은 "지금껏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를 육성하기 위해 애써 왔지만 블리자드가 자체 리그에 집중하고 프로리그를 홀대한다면 굳이 그런 대회에 선수를 내보낼 이유가 있을까요"라고 반문하고 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