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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e스포츠 종주국의 역할

[[img1 ]]지난 3일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이하 WCS) 계획안을 발표했다. 한국과 유럽, 미국 등 세 개 지역에서 ‘스타2’ 대회를 열고 상위 16명으로 대상으로 블리즈컨에서 세계 최고 프로게이머를 뽑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한국e스포츠협회(KeSPA, 이하 케스파), 온게임넷, 곰티비, ESL, MLG, 트위치(twitch) 등이 블리자드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온게임넷과 곰티비는 한국경기 방송을 맡고, ESL과 MLG는 유럽과 미국 대회를 연다. 트위치는 모든 지역에서 열리는 경기를 인터넷으로 중계한다.

WCS는 국가별 대회를 블리자드 틀 안으로 흡수해 ‘스타2:군단의심장’을 글로벌 e스포츠의 아이콘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파트너사들도 중계권과 대회개최권 등 실익이 있기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파트너십에 케스파가 참여한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역할과 실익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WCS는 개인리그가 중심이다. 케스파가 주도하는 프로리그는 빠진 상태라 더더욱 그렇다.

이날 행사장에 참여한 전병헌 e스포츠협회장은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말대로라면 WCS에서 협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만 했다. 가령 첫 WCS 결승전을 한국에서 연다든지, 아니면 최종 대회에 나갈 선수들의 랭킹을 협회가 제공한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그러나 재차 확인을 해도 케스파가 하는 것이라곤 등록된 선수들을 대회에 내보내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한발 양보해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한국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것 자체가 대회의 질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겠다만, 그렇다면 케스파에도 실익이 있어야 한다. 한국 선수들의 게임수준이 세계 최고임을 모두가 아는데 이를 다시 알린다고 해서 종주국의 입지가 강해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종주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은 글로벌 대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쉽게 스포츠를 예를 들어보자. 태권도 같은 우리 고유 스포츠를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토록 하거나 올림픽 개최를 결정하는 IOC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국이 한다면 누구나 우리가 영향력이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한국 게임으로 전세계적인 e스포츠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케스파만의 역할은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3개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를 주최하는 역할이라도 했어야 맞다. 공인 심판을 파견하거나 경기규칙을 만드는 일도 케스파의 역할이 될 수 있다.

블리자드가 만든 ‘스타크래프트’ 덕분에 한국 e스포츠가 생겨났다고 해도, 인프라를 갖춰 세계적으로 e스포츠를 알린 것 역시 한국이다. 표준을 만들었기에 종주국이라 칭하는 것이다.

블리자드와 분쟁 보다는 협력과 상생을 통해 한국 e스포츠를 발전시키겠다는 케스파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WCS라는 큰 그림에서 케스파가 취할 수 있는 역할과 이로 인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없었는지 다시 묻고 싶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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