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창업자가 전 교수의 강의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예술에 대한 관심도 있거니와 둘 간의 독특한 관계 때문이다. 전 교수는 김 창업자의 카이스트 후배이자, 지도교수이기도 하다. 김 창업자는 전 교수의 예술경영과 수업을 수강한 바 있다.
“예술경영과 전문사 과정을 김정주 NXC 대표는 거의 빠지는 일 없이 성실하게 수업을 들었습니다. 훌륭한 전문사 논문까지 마쳤지요."
전수환 교수는 김정주 창업자를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생’으로 평가했다. 초등학교 시절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한 바 있는 김 창업자는 예술에 대한 관심이 깊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에서 연구가 시작된 예술경영을 넥슨코리아에 적용시켰다.
“보통 기업에서 예술을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프로젝트를 발주시킬 때는 그 가치보다는 성과에 집착하는 면이 많죠.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갑스럽다’고나 할까. 그런데 김 창업자는 그렇지 않았죠. 매우 조심스럽게 이런 것을 ‘같이’ 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예술을 일상에 적용시키는데 관심이 많은 저도 도왔습니다. "
이런 토대에서 탄생한 것이 넥슨의 재즈밴드 ‘더놀자밴드’다. ‘더놀자밴드’는 개발자들의 창작의욕을 음악을 통해 고취시키고 연주를 하는 행위 자체서 성취감을 느끼는 순수 아마추어 밴드다. 어린이집 공연, 동료 직원들과의 합주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 교수 역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연세대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경영공학 박사를 받았다. 한예종에서는 예술경영을 가르친다. 전 교수 스스로가 '장돌뱅이와 딴딴라 성향이 있는 예술경영교수'라고 말했다.
"제가 졸업할 때만 하더라도 컴퓨터 전공생이 취업하기 좋았거든요. 그럼에도 원래 음악을 좋아해서 자우림이 소속된 음반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했어요.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일했던 적도 있었죠."
'절대음감'이란 평을 받는 김 창업자와 김 창업자와 예술학교 교수가 된 '컴퓨터전공생'의 만남은 예정된 것일지도 모른다. 둘은 돌아 돌아서 ‘예술’이란 틀에서 다시 만났다.
“중요한 것은 회사 규모가 아니라 대표가 예술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해요. 어려운 음악, 미술이 아니라 일하는 공간에 대한 배려, 같이 할 수 있는 장르에 대한 모색 등도 예술의 시작이죠.”
전 교수는 예술적 창의성이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 내다봤다. 과거에는 직원들이 회사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에너지를 주지 않는 한 성장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개발자들이 술자리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기 보다는 음악과 미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관계를 이어나가고 발전시키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조언했다.
말은 쉽지만 선뜻 이해되지 않는 ‘예술’, 개인적으로 어떤 것이 예술인지 물었다.
“고도의 전문화된 기술자가 음악이나 그림으로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좀 다르게 봐요. 서툴지만 직접 한다는 것 자체서 스스로 감동을 느끼는 것도 예술이죠. 우리나라는 예술교육에 완벽성과 천재성을 추구하기에 다들 어려워하는 거 아닐까요? 생활 속 예술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