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기 딱 좋은 날씨로구나"
"자 간다"
"사뿐사뿐 뛰어가자"
26일 서울 청담동 HUB스튜디오에서 정상급 성우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날 현장에서는 이장원, 엄상현, 조경이 성우가 풍부한 목소리 연기를 펼쳐 좌중을 매료시켰다.
넥슨의 신작 온라인게임 '도타2' 한국어 음성 더빙 작업을 위해 뭉친 성우 3인방은 업계 안팍으로 정평이 난 고수들이다. '스타크래프트2', '디아블로3', '리그오브레전드' 등 굵직한 게임 더빙에 참여한 이장우 성우(KBS 공채 26기)는 이날 '도타2' 트레일러 영상에 등장하는 상인 역을 맡았다. 격투게임 '철권6'의 화랑으로 유명한 엄상현 성우(EBS 공채 17기)는 '바이퍼'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유일한 홍일점 조경이 성우(대원방송 공채 2기)는 '도타2' 요술사로 분해 깜찍한 매력을 선보였다.
세 명의 성우가 연기력을 펼친 '도타2'는 글로벌 게임업체 밸브(Valve)가 개발 중인 온라인 AOS게임이다. 해외에서는 '리그오브레전드'와 쌍벽을 이루는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100종이 넘는 영웅과 화려한 컨트롤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도타2' 국내 퍼블리싱을 맡은 넥슨은 한국어 음성 더빙에 공을 들이고 있다. 풍부한 대사와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이용자들의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다.
'도타2' 한 캐릭터에 녹음되는 평균 대사 숫자는 274개. 최근 새롭게 추가된 '얼음폭군'의 경우 450여개에 달한다. 북미 '도타2'의 경우 성우 한 명당 4~7개의 배역을 맡았지만 국내 '도타2'에서는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제공하기 위해 성우 1명당 최대 2명까지만 소화하기로 원칙을 세웠다. '도타2' 캐릭터들의 소소한 농담까지 한국어로 느낌을 살렸다는 것이 넥슨 측 설명이다.
평소 게임을 즐겨 한다는 이장원 성우는 "'도타2'를 해보니 예전에 즐겼던 '카오스'와 비슷해 반가웠다"며 "서비스를 앞둔 '도타2'에 많은 기대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이장원, 엄상현, 조경이 성우와 나눈 질의응답.
Q 애니메이션과 게임 성우는 큰 차이가 있나?
A 이장원=차이점은 별로 없다. 다만 게임 성우는 순발력이 좀 더 필요하다는 정도다. 매번 캐릭터의 어투가 바뀌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표현하는 느낌도 다르다.
Q 목소리 못지 않게 연기력도 중요하다고 하던데?
A 엄상현=예전보다 목소리 비중이 줄었다. 과거 60, 70년대 당시에는 목소리가 중요했다. 그때 당시였다면 나는 성우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성우의 목소리가 매우 다양해졌다. 굵은 목소리를 가진 성우도 필요하고 희안한 목소리를 가진 성우도 필요하다. 대신 연기력이 중요해졌다.
A 조경이=맞다. 연기력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마이크가 지금처럼 좋지 않았던 탓이 크다. 현재 성우라는 직업은 목소리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연기하는 일이라고 본다. 성우를 보실 때 여러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닌, 연기자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A 이장원=성우라면 여러 목소리가 필요한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연기력이다. 사실 목소리는 다들 좋지않나. 나는 성우계 쪽에서는 '썩목'(썩은 목소리)라 쇠스랑 소리같은게 나는 데 이쪽 분야에선 내가 1위라고 본다.(웃음) 연기력이 중요하다.
Q '도타2' 캐릭터 파악은 어떻게 했나?
A 이장원=다른 성우들은 게임을 잘 안하는데 나는 즐겨 한다. '도타2'도 물론 했다. 담당 PD가 캐릭터 성격에 대해 설명해준다. 대충 이런 분위기로 가야겠구나하고 감이 온다. 물론 잘 모를 경우도 있다. 또 미묘한 문제인데 원래 '도타2'가 영어로 더빙된 게임이라 원어 느낌을 그대로 맞출지, 우리식으로 해석해서 할지도 문제다.
A 조경이=대본을 한 번 읽어보면 캐릭터 생김새도 중요하지만 이 캐릭터가 어떤 단어를 쓰는지, 어떤 어미로 처리하는지 본다. 그 캐릭터가 사용하는 단어나 태도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그걸 먼저 보고 캐릭터를 파악하려 노력한다. 또 '도타2'의 원어 더빙이 주는 느낌에 맞추려 했다.
Q 더빙 작업 중 애드립도 종종 하나?
A 이장원=주로 한다. 일단 하고 본다. 가령 오늘 녹음한 원 대사가 '날렵해지고 싶은가'인데 '날렵해지고 싶으신가요?'라는 식이지. 그러면 담당 PD가 느낌이 좋다고 할 때가 있다.
A 조경이=애드립을 해달라는 경우도 있고 하지 말라는 경우도 있다. 주로 녹음 전에 조율하는 편이다.
Q 자신이 녹음한 콘텐츠를 팬들이 재가공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A 엄상윤=좋다. 재밌다. 관심의 대상이 된 것 같아서 뿌듯하다. 좋은 자극이 된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