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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한게임의 이유있는 자학

[[img1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잘못은 가리고 잘한 것만 드러내고 싶어한다. 누군가가 자신의 잘못을 들춰내는 것도 꺼린다. 가능한한 완벽한 모습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사람이 운영하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잘못은 배제하고 가능한 깨끗한 이미지로 남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라면'상무 한 사람 때문에 수십 억 원을 들여 구축한 기업 이미지를 날려먹은 포스코나 영업사원의 3년 전 폭언 때문에 쑥대밭이 되버린 남양유업의 사례는 이같은 기대가 깨졌을 때 특히 우리 나라에서 어떤 상황으로까지 치닫을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런데 자사의 이미지를 직접 깨버린 특이한 경우가 있다. NHN과 인적 분할절차를 밟고 있는 한게임이 바로 그렇다. 지난 8일 포털 네이버에 연재된 웹툰 '맨vs던전' 1화에서는 주인공 이말년이 한게임을 가리켜 "쒸9, 뭔쓰터헌터, 와해머 등등 기라성같은 대형게임들을 연달아 말아먹은 게임퍼블리싱계의 마이너스 손?"이라고 표현하는 컷씬이 등장한다. 고포류 게임업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숱한 대작 게임을 퍼블리싱했지만 빈번히 쓴맛을 본 한게임에 '돌직구'를 던진 것이다.

신작 '던전스트라이커'를 홍보하기 위해 인기 작가 이말년을 섭외한 한게임은 스스로 자사 이미지를 발밑까지 끌어내리는 과감한 한 수를 보여줬다. 아름다운 것만 보여줘도 모자란 한정된 웹툰의 지면을 할애해 기꺼이 자사를 까내린 한게임의 숨은 뜻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포스코, 남양유업과 한게임의 차이는 누군가에 의해 오점을 고발당했다는 것과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드러냈다는 점에 있다. 한게임에 만연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인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당당히 정면돌파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마이너스의손', '딱 한번만 접속한다고 해서 한게임'. 모두 한게임을 가리키는 오명들이다.

사람들의 기대치를 잔뜩 올려놓고 결과물로 실망시키는 것보다, 사람들의 기대를 낮추고 예상밖의 결과물을 선보여 깜짝 놀래키는 쪽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앞서 많은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그 누구도 한게임의 '크리티카'가 올해 상반기 최대 흥행작이 될 줄 몰랐고, 기대작 '디아블로3'가 이렇게까지 빠르게 인기가 식을 줄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크리티카'로 보여준 한게임의 개념 운영은 회사 이미지 재고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고 '디아블로3'의 실망스러운 접속환경은 당시 수많은 '블빠'들을 '블까'로 변신시켰다. 한게임이 스스로를 낮천 것은 똑똑한 전략적 한 수가 아니었을까 판단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1세대 게임포털로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을 책임졌던 한게임은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당장 8월부터는 십수년을 함께했던 NHN과 결별하고 드넓은 벌판에 혈혈단신으로 버텨야 할 판이다.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의 위기론이 판치는 지금, 한게임은 온라인게임을 꾸준히 내놓는 몇 안되는 업체 중 한 곳이다. 치열하고 냉정한 국내 게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배수진을 친 한게임. 1세대 게임포털로써 향후 보여줄 행보가 기대된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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