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법안은 콘텐츠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상상콘텐츠기금'을 마련하는데, 재원마련 방법으로 '콘텐츠 유통을 통해 발생한 매출액의 100분의 5의 범위에서 부담금을 징수하는 것'이 골자다.
관련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법안으로 인해 진흥은커녕 산업자체가 죽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해당 법안의 문제점을 하나씩 짚어봤다. <편집자주>
◆ 콘텐츠 산업이 공익사업인가
정부는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직, 간접세를 통해 예산을 확보해 사업을 진행한다. 세금이 아닌 방식으로 민간으로부터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담금'을 부여하는데, 이 역시도 '부담금관리 기본법'을 통해 설치∙관리 및 운영에 대한 사항을 규정해 놓고 있다.
해당 법에 규정된 '별표'(부담금 종류)를 제외하고는 국가가 민간으로부터 어떠한 부담금을 거둬서는 안 된다(제3조). 박성호 의원이 해당 법안을 작성한 의안원문에 부칙으로 '부담금관리 기본법' 제3조의 별표를 신설할 것을 명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과 관련하여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3월 23일 개정된 부담금의 종류는 93개 항목으로 대부분이 농지법, 축산법, 광업법 같이 국가의 자원관리와 연관돼 있거나, 담배사업법, 약사법, 인삼산업법 등 특정 사업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경우로 나눠져 있다.
즉, 공공재화를 사용해 이득을 보거나 특정사업으로 인해 공공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경우에만 부담금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연초 발의된 게임중독 기금의 경우, 게임으로 인해 기업들은 이익을 얻지만 더불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니(검증되진 않았지만) 부담금을 내라는 논리였다.
그런데 '상상콘텐츠기금'은 원인제공자와 수익자를 규정짓기가 애매하다. 법안대로라면 게임 뿐만 아니라 영화와 음악 유통자도 부담금을 내야 하는데, 해당 콘텐츠가 공공재를 이용해 만든 것도 아니고 이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없기 때문에 부담금을 설치할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정진의 이병찬 변호사는 "자세하게 법 조항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어떤 수익을 누가 얻고 있기에 부담금을 징수하는 것인가에 대한 인과관계가 불확실하다"며, "법성격상 문제가 많은 법안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모호한 산정기준
법안에는 상상콘텐츠 기금을 유통 매출 5% 외에도 정부의 출연금, 다른 기금으로부터의 전입금,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입금 등으로 마련한다고 돼있다.
부담금관리 기본법 4조는 부담금의 산정기준 및 산정방법 등 부과요건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박성호 의원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박 의원은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를 통해 "각 수입원들의 규모와 범위 등을 기술적으로 추정하기 곤란하다"며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쉽게 말해, 콘텐츠 유통업체 5% 외에는 기금으로 얼마를 부여할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콘텐츠 유통업체가 왜 5% 이내에서 부담금을 내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산정기준 및 산정방법을 밝히지 않고 있다.
매출을 기금조성의 기준으로 잡게 되면, 적자인 회사도 기금을 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자칫 영세한 사업자를 돕자고 만든 기금 때문에 기존 업체가 도산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당 법안이 여당 의원과 박근혜 정부, 문화부가 사전 교감한 '짜내기식 법안'이란 비판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략으로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늘리기'를 내세웠고, '상상콘텐츠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문화부는 4월 국정과제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해당 기금조성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공약인 일자리 마련하기 위해서는 약 7000억 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이를 세수로 충당하지 못하자 '부담금'이란 형태로 산정기준도 없이, 민간에 비용을 떠넘기는 법안을 마련했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 국내 기업만 적용되는 차별법
해당 법안이 시행될 경우, 적용 대상이 외국 기업도 포함될지 불투명하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콘텐츠 유통을 통해 가장 이득을 보고 있는 기업은 애플과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해 한국에서 오픈마켓을 통해 95% 이상의 매출을 게임으로 올렸다.
과연 정부가 이들 기업에게 부담금을 징수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강조하며 현지법 보다는 자사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가 여전히 중국시장에서 열리지 못한 이유도 현지법과의 충돌 때문이다.
유사한 글로벌 기업은 페이스북의 경우에도 '국내 유통되는 모든 게임물은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게임법을 가볍게 무시하고 있다. 페이스북 게임의 경우 심의를 받지 않고 서비스 되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단속하고 있지는 못하다. 또 게임 사전심의를 이유로 자사의 오픈마켓에 게임 카테고리 조차 만들지 않았던 기업들이다.
결국,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콘텐츠 유통을 통해 최대의 이익을 보는 외국기업들은 놔두고 국내기업들에게만 기금을 부여하는 차별이 생길 것이 뻔하다.
더불어 스마트폰게임의 경우, 개발사와 퍼블리셔, 오픈마켓, 카카오로 이어지는 복잡한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 중 누구에게 부담금을 지울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만약 외국 회사를 제외한 모든 회사에게 부담금을 지운다면 이는 최종적으로 유통 수수료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떨어진 콘텐츠 기업들의 도산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관련 기사
부산 지역구 의원 2명 5% 악법 서명…지스타 보이콧 재점화
게임, 수수료+기금 떼주면 남는게 없네…영업이익 곤두박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