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의원이 내놓은 '상상콘텐츠 기금'은 정부와 정치권이 '입을 맞춘' 결정판이다. 대통령 공약사항에 맞춰, 여당후보가 법안을 내고 문화부가 뒤에서 밀어줬다. 그 내면에는 '이만하면 더 이상 거부하지 못하겠지'라는 기대심리가 깔려 있는 듯 보인다. 실제로 이 법안이 알려진 후, 게임업계에서는 '과거 매출 1% 징수법안들은 양반이다'는 평마저 나온다.
게임업계는 법안의 모순을 지적하면 극렬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과 문화부가 노린 것도 이런 반응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복선이 깔려있다. 가령 '5%가 너무 많으니, 1%대로 기금을 낮추면 낼 수 있겠냐'는 협상을 제시하든지, 아니면 영업이익의 몇 %라든지, 기존 법안의 문제를 보강한 법안을 다시금 제시한다면 게임업계가 거부할 명분을 가질 수 있을까.
게임업계가 숱하게 강조해 온 것은 '게임이 고부가가치 산업이고 수출 주도형 산업'이라는 것이다. 해외서 게임 하나면 터지면 청년재벌이 탄생되고, 영업이익률도 제조원의 수배가 달하는 전도유망한 산업이라고 말이다.
역설적으로 게임규제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만든 이러한 주장들이 스스로를 옥죄고 있다. 게임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게임죽이기'에 앞장선 언론과 정부에 의해 '게임 하면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부정적 인식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대신 게임업체들은 막대한 이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곧 게임업체는 청소년을 중독시켜 그렇게 돈을 많이 벌면서 뚜렷한 사회공헌활동을 하지 않는 부도덕한 기업으로 오해하게 되고, 규제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을 조성하든 논리적으로 대응하든 해서 이번 5% 징수안을 어떻게든 벗어났다고 치자. 비슷하거나 더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분명 발생한다고 본다.
따라서 게임업계는 이번 일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대규모의 자율기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 업계에서 판단하기에 합리적이고, 사회구성원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기금을 스스로 마련해 이를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는 곧 정치권이나 여론이 게임업계를 상대로 '삥뜯기'를 할 명분을 없애는 것과 더불어 해당 기금으로 왜곡된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활동을 펼칠 근간을 마련해 줄 것이다. 산업에 대한 발전에 사용하거나 일손이 딸리는 협회에 힘을 실어주는 등 쓸 곳은 다양하다.
다행히 게임협회 협회장이 정치권 영향력이 있는 남경필 5선 의원이다. 협회장이 나서서 동료 의원들에게 기존 법안에 대한 양해(법안 파기에 대한 암묵적 동의)를 구하는 대신, 회원사들에게는 ' 더 이상의 규제는 없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할 것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