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최초의 홍보모델은?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가 스타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시점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중에서도 유명 연예인을 적극 활용한 업체는 엔씨소프트가 첫 손에 꼽힌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01년 '리니지' 홍보 모델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시드니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강초현 등 당대의 스타들을 기용해 업계를 놀라게 한다. 당시 이들에게 지급된 모델료만 도합 2억 원. 온라인게임 시장이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한 시점임을 감안할 때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리니지'의 성공을 지켜본 GV(현 CCR)도 스타마케팅 대열에 합류한다. GV는 2002년 4월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가수 장나라와 전속 계약을 체결, '포트리스2블루' 알리기에 나섰다. GV는 같은해 6월에도 인기 걸그룹 핑클과도 손잡는 등 스타마케팅에 공을 들인다.
유명 드라마의 인기를 활용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고포류게임 업체인 한게임은 도박 소재 드라마 '올인'이 지난 2003년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자 드라마의 실제 모델인 프로 도박사 차민수씨와 자사 이용자와 맞대결을 벌이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현재 한게임은 국내 최고의 고포류게임 서비스 업체 중 한곳으로 성장했다.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한 e스포츠 선수들도 게임 홍보모델로 대거 발탁되기도 했다. 2003년 한빛소프트는 자체 개발 MMORPG '탄트라' 홍보모델로 당시 한빛스타즈 소속 간판 프로게이머였던 강도경, 박정석을 기용한다. 상반신을 풀어헤친 두 선수의 모습이 담긴 '탄트라' 홍보 이미지는 당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엑스박스의 온라인 서비스인 '엑스박스라이브'를 선보이며 유명 프로게이머 임요환을 내세워 이슈몰이를 했다.
◆게임으로 이름 알린 대형 스타들
앞서 스타 마케팅으로 재미를 본 엔씨소프트는 2003년부터 보다 조직적으로 스타 마케팅을 실시한다. 2003년 7월 엔씨소프트는 연예 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리니지2' 프로모션을 시도한다. 업계 최초로 '리니지2' 극장 광고를 도입하기도 했다.
'프리스톤테일'을 출시한 트라이글로우픽처스도 이시기 대주주 예당엔터테인먼트의 관계사인 DSP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을 자사 게임의 홍보대사로 위촉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싸이, 세븐, 하지원, 이효리, 성유리 등 지금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스타들이 이때 참여했다.
게임 홍보모델에 참여하는 연예인들이 늘어나다보니 당대를 대표하는 유명 걸그룹간 경쟁 구도가 펼쳐지기도 했다. 2008년 JCE(현 조이시티)가 인기 스포츠게임 '프리스타일'의 홍보모델로 원더걸스를 선정한데 이어 넥슨이 소녀시대와 전속 모델 계약을 체결했을 때는 그야말로 불꽃 튀는 경쟁이 펼쳐졌다. 연예계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두 걸그룹이 게임 모델에서도 맞붙어 연예가에서도 관심이 높았다.
유명 연예인 중 과거 게임 홍보모델을 거친 사례도 많다. 2003년 10월 월드사이버게임즈가 WCG2003 본선 대회 홍보대사로 선정한 탤런트 한예슬을 비롯해 2008년 2월에는 예당온라인이 '프리스톤테일2' 전속 모델로 선정한 가수 손담비, 2009년 네오플이 6대 던파걸로 선정한 아이유가 대표적이다.
◆단순 화보는 그만, 게임 속 캐릭터로 등장
시간이 지나면서 게임 홍보모델의 트렌드도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스타들의 모습을 화보에 담는데 그쳤던 초기 스타 마케팅은 점차 인게임 콘텐츠로 이들을 활용하는 쪽으로 발전해 나간다. 게임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 발휘된 것.
2008년 JCE의 '프리스타일'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JCE는 홍보모델로 활동 중인 원더걸스 멤버들을 게임속 캐릭터로 구현한다. 홍보 모델을 인게임 콘텐츠로 녹여낸 첫 사례였다. 이같은 시도는 선망하는 연예인을 직접 캐릭터로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게이머들의 호응을 이끄는데 성공한다. 이후 JCE는 미스에이, 소녀시대 등 후속 홍보모델로 활동한 걸그룹들의 캐릭터도 잇달아 출시한다.
'서든어택' 개발사 게임하이도 수많은 스타를 게임 속에 녹여낸 업체다. 2009년부터 월드스타 비, 인기그룹 빅뱅, 미스에이 수지 등 여러 인기 연예인을 속속 '서든어택' 캐릭터로 출시한 것. 특히 미스에이 수지의 경우 게임 속 캐릭터는 물론 수지를 구출하는 추가 미션까지 공개해 이용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엔씨소프트도 지난 2012년 '아이온' 홍보모델인 '아이유'를 활용한 인스턴스 던전을 오픈하는등 홍보모델을 게임 콘텐츠로 삽입하는 시도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AV배우부터 개발자까지. 폭넓은 홍보모델들
게임 홍보 모델의 스펙트럼 또한 매우 광범위해졌다. 걸그룹에만 치우치던 초기와 달리 현재는 아나운서, 개그맨, 격투기선수, 정치인, 소설가, 심지어 AV배우에 이르기까지 매우 넓어진 상황이다.
2010년 압구정역 인근의 한 웨딩홀. 이곳은 발디딜틈 하나 없이 빽빽하게 몰린 취재진들로 가득찼다. 장내로 들어가지 못해 바깥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이들도 생겨날 정도였다. 이들은 아오이소라를 보기 위해 한걸음에 몰려든 취재진들이었다.
중견 게임업체 라이브플렉스는 자체 개발 온라인게임 '드라고나온라인'을 알리기 위해 일본의 유명 AV배우 아오이소라를 기용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업체는 이후에도 4차원 정치인 허경영을 홍보모델로 전격 기용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명 연예인을 쓰지 않고 직접 게임을 만든 개발자를 홍보 모델로 내세운 사례도 있었다. 액토즈소프트는 지난 2004년 성인 전용 게임 'A3'를 선보이면서 홍보모델로 개발 실장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개발자가 직접 나서 게임을 홍보하는 것만큼 이용자들에게 신뢰를 안겨주는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