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전'으로 90년대 게임업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소프트맥스. 이번에 '이너월드'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 답을 듣기 위해 '이너월드' 개발을 진두지휘한 이주환 부장과 이병훈 파트장을 만났다.
◆"이름이 뭐예요?"
처음 접한 '이너월드'의 첫 인상은 최근 범람하는 카드배틀게임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었다. 큼지막한 카드들과 일러스트들. 여타 카드배틀게임과의 차이점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이너월드'는 카드배틀게임이 아닙니다. 정통RPG이지요"
이주환 부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RPG 명가로서 소프트맥스가 걸어온 길을 대변하고 싶었던 걸까. 얼른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물었다. "'이너월드'가 여느 카드배틀게임과 다른 점이 뭐지요?"하고.
"'이너월드'는 2011년 초 돌입한 프로젝트입니다. 3인 파티로 진행하는 RPG로 출발했지요. 당시 카드배틀게임은 국내에서 장르를 형성하지 못했을 때입니다. 스마트폰 게임 시장도 그리 크지 않았지요. 그러던 와중에 퍼블리셔인 한게임으로부터 카드 시스템을 적용하면 어떻겠냐는 제의가 들어왔지요"
PC 모니터에 비해 작디작은 모바일 액정에서 고품질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반면 카드는 직관적이면서도 한 눈에 인물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옆나라 일본에서는 카드 시스템을 도입한 게임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고민 끝에 개발진은 '이너월드'의 옷을 갈아입히기로 결정한다. 이병훈 파트장은 "카드 시스템을 얹어 '이너월드'를 보다 직관적인 RPG로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너월드'가 갖춘 RPG만의 유전자는 또 있다. 카드 수집에 초점을 맞춘 타 게임들과 달리 '이너월드'는 내가 보유한 카드를 던전와 스토리 진행을 통해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오른 레벨에 따라 주어지는 능력치도 자유롭게 분배할 수 있다. RPG의 핵심인 캐릭터의 성장 요소가 게임 속에 가미된 것.
흡인력 있는 스토리 역시 RPG로서의 '이너월드'를 부각시키는 요소다. '템페스트'(창세기전 외전)부터 '창세기전3'에 이르기까지 선굵은 이야기를 직접 집필해온 이주환 부장은 '이너월드'에서 펼쳐질 이야기 또한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너월드'에서는 어떤 서사시가 펼쳐질까.
"'이너월드'는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 꿈의 세계가 주된 배경이지요"
꿈에서 사람을 납치하는 사악한 몬스터, 나이트메어가 출몰하면서 이너월드의 평화는 깨진다. 나이트메어에게 납치된 사람들은 영원히 잠에서 깨지 않는 수면병에 걸리게되고 주인공의 여주인공 또한 나이트메어로부터 화를 입고 만다.
"주인공은 루시드 드러머, 즉 자신의 꿈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선천적으로 갖추고 있습니다. 나이트메어로부터 자유로운 몇 안되는 능력자 중 한 사람지요. 여동생을 잃어 시름하던 그에게 미슬토라는 베일에 가린 조직이 접촉하면서 '이너월드'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너월드'를 단순히 꿈 속에 갇힌 여동생 구출기 쯤으로 폄하하면 곤란하다. 수많은 인간 군상이 게임 속에 등장하기 때문. 애절한 비극이 존재하는가하면 깨가 쏟아지는 러브라인도 마련돼 있다. 이용자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접하는 수많은 퀘스트를 통해 '이너월드'만의 얽히고 설킨 수많은 이야기와 맞닥뜨리게 된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깨알 재미를 주는 개성넘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인기를 얻는 시대예요. 예능 프로그램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이너월드'도 마찬가지입니다. 홀로 돋보이는 주연은 없어요. 주인공 비중이 너무 크면 다른 캐릭터들은 상대적으로 죽어버립니다. '이너월드'는 다양한 이야기를 선사해드릴 겁니다. '이너월드'는 조연들의 게임이에요"
꿈을 소재를 채택하면서 생긴 잇점도 많다. 무엇보다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그려낼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현실에서는 다리가 불편한 소녀도 꿈 속에서는 역동적인 가수가 될 수 있다. 30대 중반의 여성도 꿈 속에서는 10대 소녀로 탈바꿈될 수 있다. '창세기전'이나 '포리프'같이 세계관을 공유하지 않는 게임 캐릭터들이 게임 속에 등장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너월드'는 '창세기전', '포리프'는 물론 타 콘텐츠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위한 세계관을 미리 구축한 셈이지요. 앞뒤 안맞는 무분별한 콘텐츠는 이용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입니다. 애정도 금방 식지요"
'이너월드'에 쏠린 엄지족들의 기대감도 적지 않다. 당초 5만 명 모집을 목표로 지난 1일 시작된 '이너월드' 사전 등록 이벤트에는 무려 6만 명이 넘는 참가자가 몰리는 등 대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게임 명가 소프트맥스에서 오랜만에 내놓는 모바일게임이라는 점, 여타 카드배틀게임과는 차별화된 '이너월드'만의 게임성이 부각된 결과였다. '이너월드'는 오는 11일 국내 주요 오픈마켓을 통해 출시될 예정이다.
"'이너월드'를 통해 소프트맥스가 좋은 모바일게임을 만들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습니다. 우리 자신과 이용자 모두에게요"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