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말을 듣고는 반신반의했다. 유 장관을 만나게 해 달라는 아케이드 업계의 줄기찬 요구가 '결실을 맺는 것인가'란 생각과 아케이드 업계의 바람처럼 '호락호락하게 이를 성사시킬 이수명 과장이 아닌데' 라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존권을 주장해 온 아케이드 업계와 '바다이야기'를 이유로 이들을 규제해 온 문화부 수장의 만남은,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과 기싸움이 난무하는 대결의 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케이드 업계는 '바다이야기'를 기점으로 인생이 완전히 뒤바뀐 곳이다. 업계 특성상 거친(?) 사람들을 만날 수 밖에 없었고 그 속에서 단련된 고수들이다. 한컴산, 어뮤즈먼트협회 등 세력은 나눠져 있지만 규제 이슈에 대한 단결력과 행동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큼 빠르고 강력했다.
그들은 결국 게등위 해체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일부지만 민간심의를 얻어냈다. 심의문제로 문화부를 공개적인 비난하고 청사 앞에서 항의시위도 하는 등 끊임없이 투쟁해 온 결과다. 온라인 게임업계도 아케이드 업계의 대정부 노선을 본받자는 주장까지 있지 않았던가.
1일 10시 문화부 3층 장관실 옆 대회의실에는 예고대로 아케이드 게임업계 대표 5인방과 유진룡 장관 등 문화부 인사들이 마주보고 앉았다. 문화부 청사 앞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경찰차량도 보였다. 기자 역시 만일의 사태에 대한 기대감(?)이 들었다.
아케이드 업계 대표들은 많은 준비를 해왔다. 현 문화부 정책의 잘못이나 아케이드 업계의 생존을 요구하는 객관적인 자료들이 회의 테이블 위에 놓여있었다. 형식적인 인사말이 오가고 본격적으로 대화가 오갔다. 이 자리는 형식적으로는 '건전 아케이드 게임 사전 개발지원'을 약속하고 '업계의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였다.
아케이드 업계의 요구사항은 분명했다. 사행성의 굴레를 벗게 해 달라는 것. 심의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것이 골자다.
이를 두고 양측의 팽팽한 기싸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이외로 싱거웠다. 유진룡 장관은 진지하게 경청했고 즉각 해결책을 내놓았다. 2006년 청와대의 보복인사 논란을 일으키며 '소오강호(笑傲江湖)'로 퇴임사를 내놓았던 그 내공(!)으로 풀리지 않았던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아케이드 게임기는 타국에서 검사를 거친 것이라 할지라도 전기안전검사필증을 다시 받아야만 하는데 한국은 2개월 이상이 걸린다, 미국은 일주일이면 된다'라는 지적이 나오자, "그럼 바꿔야지요, (서병대 콘텐츠 본부장에게) 관련 기관에 왜 그렇게 시일이 걸리는지 다음주까지 파악하시고 문제가 있다면 산자부와 적극 논의해서라도 바꾸도록 합시다. 그리고 (이수명 과장에게) 그 결과를 알려드리도록 하세요"라고 답했다.
또 '티켓 게임은 한국은 시장이 없다 보니 중국시장을 개척하고 있는데 심사 때문에 카피 제품이 자꾸 나온다, 한국 시장도 풀어달라'고 요청하자, "사행성 요소가 완전히 배제될 수 있는지 일단 중국에 같이 가 보고 얘기해 봅시다"고 말했다.
사행성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뿐 아니라 업계의 노력도 수반되어야 하지 않겠냐"며, "함께 노력합시다"고 부드럽게 설득했다.
기자의 바람(?)과 달리 시종일간 온화한 자리에서 간담회는 끝났다. 마지막으로 유 장관과 각 대표들은 악수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8.1 문화부 아케이드 대진격' 사건은 이렇게 끝이 났다. 아케이드 업계는 '주무부처 장관이 그래도 산업을 생각하는구나'라는 믿음을, 문화부는 '대결 보다는 협력'이란 성과 속에. (물론 실무자들의 일은 많아졌다만.)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안 될 일도 되고 될 일도 안 된다. 모두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시도조차 안 해보고 답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언론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툭툭 던지기보다, 한자리에 앉아 대화해 보면 산적한 게임산업에 대한 답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1갑자 내공의 유진룡 장관과 함께라면 말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