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와 PC방은 서로 '상생'을 강조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분쟁이 있어왔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분쟁의 원인은 뭘까.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두 업계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없을까. PC방 대표 커뮤니티인 '만땅닷컴'을 운영 중이며, 최근 온라인게임 '블리츠2'의 PC방 평생 무료과금 정책을 이끌어낸 설성묵 대표를 만나 상생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 말로만 파트너, 실제로는 하청업체
설성묵 대표는 양 업계가 반목하는 이유를 '인식 문제'라고 꼬집었다. 게임사부터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일단 게임사들이 PC방을 동반자라기 보다는 수익만을 위한 하위 유통단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난해 '디아블로3'와 최근 '리그오브레전드' 접속장애 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문제가 발생해도 게임사측이 PC방의 의견들을 경청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설 대표는 커뮤니티를 통해 PC방 업주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했다. PC방의 목소리가 단순히 '돈을 더 잘 벌게 해 달라'는 떼쓰기 수준이 아니라 상식에 근거한 합리적인 요구일 때가 많지만 왜곡되는 것이 안타깝다 말했다. PC방 관련 여러 협단체가 생기면서 하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점도 내부의 문제라 했다.
"그 동안 많은 분들이 PC방의 상황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단체간의 경쟁이 지속되면서 전체 PC방을 대변하는 소리가 아닌, 각 단체의 성과를 알리기 위한 노력으로 퇴색된 것이 사실입니다."
설 대표는 이러한 PC방 업계의 상황을 게임사가 악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게임사에 불리한 의견을 내는 단체는 회피하고 그와 경쟁관계에 있는 단체와는 협력관계를 형성하면서 반대 의견이 마치 소수 업주의 의견이라고 매도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열 과정이 반복되면서 단체간에 반목이 생기고 단체에 대한 점주들의 신뢰가 추락하면서 대표성도 약해지게 됐습니다."
◆ 희망을 위한 단결, '생존권-나눔연대'
그래도 설 대표는 '희망은 있다'고 강조했다. 사분오열된 PC방 단체들이 최근 보건복지부의 금연법에 대항해 힘을 합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최근부터 금연법에 공동대응 하기 위해 'PC방생존권연대'와 'PC방나눔연대'가 생겼습니다.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이 된 것이죠. 각 단체가 회원사들을 큰 틀 속에서 회원사를 위한 정책을 만들 것이고 공동 대응을 하게 되면 어렵게만 보이던 현안들도 풀어 갈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다고 봐요."
비록 금연법이 대법원으로부터 '적법' 판정을 받았지만 PC방 업계는 연대를 끈을 풀지 않고 있다. 정부 규제와 과도한 경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힘을 모을 필요성을 자각해서다. 더불어 PC방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나눔연대'를 결성해 사회공헌활동을 준비 중이다.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는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 덕분이다.
"앞으로는 PC방 업계 전체를 위한 중대한 사안들은 단체장들이 모여 함께 해결해 나갈 것이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PC방 단체에 대한 회원들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연대가 공동투쟁의 근간이 될 것인가'란 질문에는 예상과는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힘을 모으는 것이 꼭 싸우기 위함만은 아니라는 것'이라는, '대화를 하고 이를 통해 합리적인 상생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게 설 대표의 설명이다.
◆ PC방은 강력한 마케팅 툴
설성묵 대표는 PC방이 게임홍보 및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만큼 양측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임업체는 자신들의 IP에 대한 라이선스를 PC방으로부터 받을 권리는 물론 있지만 보다 큰 틀에서 보자는 것이다.
"PC방이 원하는 것은 모든 게임을 PC방에서 공짜로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PC방 유료과금 정책을 만들었다면 확실하게 PC방으로 고객이 유입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죠"
"만약 PC방 무료정책을 제공하는 게임에 대해 퍼블리셔 역할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전제로 무료과금을 하고요, 그렇게만 된다면 PC방 단체들이 적극 나서 성공시키기 위해 앞장 설 것입니다. 게임사 역시 이를 통해 아낀 홍보, 마케팅 비용 등 퍼블리싱 업체와 나눴어야 할 수익만큼 PC방 서비스를 유지, 발전시키는데 사용될 수 있다면 서로 윈-윈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설 대표는 국내 온라인게임이 위기라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날로 증가되는 규제,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스마트폰게임의 급성장, 이로 인한 새로운 온라인게임의 부재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사들이 모바일게임 개발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온라인 PC게임의 공급이 거의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게임들이 국내에 역진출하고 있고, PC방은 할 수 없이 기존 게임들 위주로만 운영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모바일게임은 영업이익률은 낮을 수 밖에 없고 여전히 온라인게임 매출이 상당한 점을 감안해 본다면, 이를 때야 말로 PC방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가 개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설 대표는 '당장 PC방의 현실은 암울하지만 미래까지도 어둡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PC방의 몰락은 국내 온라인 게임산업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고, 결국은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 내다봤다. 이를 막는 길은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존재와 필요를 인정하는 길이라 했다.
"현재 PC방은 굳이 게임사 때문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악재에 휩싸여 있습니다. PC방이 이대로 사라진다면 게임사 역시 잠깐은 버티겠지만 조만간 몰락의 길을 함께 걸을 수밖에 없겠죠. 결국은 큰 틀에서 PC방 업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 단체들이 뜻을 같이하고 게임사가 PC방을 동반자라는 열린 마음으로 협의하고 PC방 전체 발전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이것이 PC방 업계와 게임업계 둘 다를 위하는 상생이 아닐까요."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