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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한 번만 더 속는다

21일(현지 시각) 독일 게임스컴에서 '디아블로3'의 첫 확장팩 '영혼을거두는자'가 공개됐다. 지난해 5월 서울 왕십리 일대를 마비시킨 '디아블로3' 뒷이야기의 실체가 일부 밝혀진 것이다. 수많은 '블빠'들의 밤잠을 설치게할 '톱' 뉴스라고 생각했다. 당장 내일이라도 확장팩이 출시되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사람들도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었다. 확실히 뉴스 트래픽은 폭발적이었다. 사람들은 '디아블로3'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죽음의 천사 '말티엘'의 카리스마에 매료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한꺼풀 껍질을 벗겨보니 이용자들의 반응은 명확히 반반으로 갈려 있었다. 오리지널 '디아블로3'를 맹목적으로 기다리던 팬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상당수의 마니아들은 '영혼을거두는자'에 대해 '겨우 이정도?'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우선 확장팩의 무게감이 그리 무겁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번 게임스컴에서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디아블로3' 확장팩에는 1막과 1개의 신규 캐릭터가 추가된다. 1막과 2개의 신규 캐릭터를 선보인 '디아블로2' 확장팩 '파괴의 군주'보다 못한 분량이다. 새로운 콘텐츠인양 포장된 NPC '점성술사'도 앞서 오리지널 '디아블로3'에서 공개된 콘텐츠다. "이정도면 DLC(다운로드 콘텐츠)로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던 한 게임팬의 덧글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기존 '디아블로3'의 게임 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주지 않고서는 확장팩 역시 금방 묻히고 만다는 우려가 게임 팬들 사이에 팽배했다.

눈에 띄는 신규 콘텐츠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게임스컴에서는 엔드 콘텐츠로 두 개의 신규 던전에 대한 정보가 일부 공개됐다. 매 입장시 배경과 몬스터가 무작위로 바뀌는 사냥터로 이를 통해 이용자가 육성한 캐릭터의 능력을 극한까지 시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 블리자드의 설명. 그러나 이를 접한 게임팬들은 실망스럽다는 의견들을 쏟아냈다. 이역시 기존 PvE에 특화된 게임 방식의 연장선일 뿐 눈에 띄는 콘텐츠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PvP 콘텐츠에 대한 어떠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도 국내 팬들을 실망시켰다. 1년 넘게 소식조차 들려오지 않는 투기장 및 여타 PvP 콘텐츠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이번 게임스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은 게임팬들은 "또 폐지(성능이 낮은 아이템을 일컫는 은어)나 수집하러 다니라는 거냐"며 실망섞인 반응을 쏟아내야 했다.

이같은 실망 여론에도 불구하고 '디아블로3' 확장팩은 분명 묘하게 사람을 끌리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앞서 언급한 '말티엘'의 카리스마도 그렇고 '그래도 블리자드니까'라는 믿음도 한 몫했다. 블리자드가 밝힌 '영혼을거두는자'의 출시 예정시점은 2014년이다. 적어도 1년 넘는 개발 기간이 확보된 셈이다. '영혼을거두는자'에 실망 여론을 쏟아내던 마니아들도 자신들이 요구하는 것만 수용되면 충분히 지갑을 열 용의가 충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번은 더 속아줄 용의가 있다는 뜻이다.

부디 블리자드가 '디아블로3'에서 저지른 실수가 무엇이었는지 파악하고 이용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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