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넥슨, 엔씨소프트 등 대형 업체만 '체면 치레'로 참가 신청을 마쳤을 뿐 허리급 업체들의 B2C 부스 참가 소식은 아직까지 전해지는 바 없다. 민간 주도 2회째를 맞은 뜻깊은 지스타지만 벌써부터 유명무실한 행사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스타의 몰락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이 그대로 투영된 듯 하다. 한때 국제적으로 이름을 떨친 지스타가 이렇게 된데에는 국내 온라인게임의 달라진 위상과도 관련이 깊다는 말이다.
또한 앞서 수많은 게임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해온 국내 게임산업의 위기가 실제로 다가온 것 같아 못내 가슴이 아프다. 옆나라 중국의 차이나조이는 해가 갈수록 양질의 행사로 거듭나고 있는 반면, 국내를 대표하는게임행사는 날이 갈수록 위상이 격하되고 있다.
지난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지스타는 각종 신작 온라인게임들이 대거 출품되며 국내 관람객들과 해외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행사였다.
그러나 2012년 들어 모바일게임이 주류로 부상하면서 이상 기운이 감지됐다. 일부 업체들의 경우,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전환하는 와중에 지스타를 챙길 여력이 없었다는 핑계를 댔다. 또 일부 업체들은 대작 게임보다는 시장에서 통할만한 캐주얼게임만 연거푸 개발하느라 지스타를 신경쓰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사실 3개월이면 개발을 마치는 간단한 캐주얼게임을 보기 위해 부산까지 발길을 옮기는 관람객의 숫자도 그리 많지 않았다.
이같은 흐름은 올해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신작 온라인게임을 준비중인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나마도 중국산 게임을 값싸게 들여오거나 중형급 게임을 내놓는데 급급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을 설레게할 '대작' 게임이 부재하다는 이야기다.
출품할만한 게임이 마땅히 없다보니 자연히 지스타 출전을 결정하지 않는 업체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흐름을 감지한 신생 업체들 역시 지스타 출전을 주저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스타는 업체들이 '나몰라라' 방관할 그런 가벼운 행사가 아니다. 지난 2005년 처음 열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지스타는 국내를 대표하는 국제 게임전시회로 자리매김했다. 초기 다소 부침은 있었지만 해외 유명 게임업체들의 참가가 줄이을 정도로 인지도를 인정받기도 했다. 지스타를 이렇게까지 육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업체들의 자발적인 노력의 공이 컸다. 그간 게임업계는 지스타를 통해 유무형의 크고작은 이득을 얻어왔다. 그런 지스타가 채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스타를 살릴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할 때다. 지스타 조직위는 참가 업체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는 등 '당근'을 내세워 자연스러운 업체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업체는 업체대로 굳이 대형 신작이 아니더라도 개발 중인 프로젝트 및 기출시작을 통한 참가 여부를 타진해볼만 하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