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김병곤 협회장 취임 3개월 이룬 성과지만 PC방 업계 분위기는 냉랭하다. 인문협은 ‘업계 전반의 노력에 의한 작은 결과물이자 게임사와 PC방의 생성모델이 될 것’이라 밝혔지만, 여기에는 속내가 있다.
PC방과 마찰을 번번히 일으켜 온 외국계 회사, 블리자드와 PC방에 이러한 혜택을 그냥 제공했을 리가 없다. 블리자드는 인문협이 2012년 9월 ‘디아블로3’ 접속불량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이 같은 혜택을 제공했다.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과연 이 ‘거래’가 합당한가에 따른 것이다.
일단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최승재 이사장의 심기가 불편하다. 블리자드에게 끊임없이 대화요청을 하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도록 압박을 가했던 것이 최 이사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에서는 최 이사장이 제외됐고, 관련 내용이 PC방 관련 매체로부터 나오기까지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
더불어 금연법으로 인해 PC방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생존대책위원회가 결성됐고, 이는 나눔연대로 발전시켜서 대표단체를 만들어둔 상태다. 인문협과 협동조합, 커뮤니티 단체까지 다 포괄되는 범 PC방 단체로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인문협이 블리자드 소송문제를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은 연대를 깰 수 있는 빌미가 되지 않을까 관련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최 이사장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측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갈등이 이미 표면화 되고 있다.
또한 ‘와우’가 과거와 달리 PC방 이용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실익이 있는 거래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상태다. 현재 점유율 기준으로 보면 한 달 동안 개별 PC방에 3~5만 원 정도의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PC방 업주들은 이 돈 보다는 자존심을 택하겠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김찬근 전 회장 체제가 오래 지속되면서 인문협 내부에 정치기반이 약한 김병곤 협회장 입장에서는 무엇인가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것은 공감한다. 회원수가 2009년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며 위상이 날로 격하되고 있는 인문협 입장 또한 모르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대립 보다는 대화를 통해 게임사와 함께 공생하려는 목적 또한 타당하다.
하지만 그 방법이 잘못됐다. 비록 인문협이 소송을 먼저 제기했다고는 하나, 접속불량과 오과금 문제는 타 게임사와도 얽혀 있는 문제로 PC방 업계 전부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이다. 중요한 사안인 만큼 인문협은 자신들의 회원사 뿐만 아니라, PC방 업계 전체의 의견을 미리 수렴했어야 옳다.
인문협의 회원사가 줄어들고 새로운 PC방 단체가 생겨났던 이유는 소통과 전략부재 때문이다. 여전히 정관계에서는 인문협을 대표 단체로 치켜세우지만 내부의 위상은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금연법이란 위기를 통해 다시금 힘을 모은 PC방 업계가 이 사안으로 인해 사분오열 될까 걱정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